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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할 것 없이 지역예산"...막나가는 민주당 서울시의회

교육환경개선사업 등 예산 증액 놓고 논란...16일 본회의 처리 무산

등록|2011.12.16 20:31 수정|2011.12.18 15:16
"민주당이 막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

서울시의회 예산안 심의과정을 지켜본 서울지역 풀뿌리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이하 풀시넷)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자신들 지역예산 챙기느라 예결위가 파행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의회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통해 2012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6시가 되어서야 계수조정위원회(예결위 세부내역을 조정하는 활동)가 열리고 있다. 

"교육청 예산 늘려 지역구 민원 챙기기?" 

▲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35회 정례회'에 참석해 2012년도 예산안 및 2011년도 추가경정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 교육청에 교육환경개선사업비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시의회는 서울시 집행부에 교육청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생환 시의회 대변인은 "지난해에 비해 서울시의 교육청 지원 예산 규모가 500억 원 정도 줄어들었다"면서 "서울시 측에 250억 원 정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고, 서울시에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시의원들이 교육청 예산으로 지역구 민원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시의원은 "지난해 곽노현 교육감 취임 이후 각 학교별로 노후도 등을 고려한 순위를 정해서 환경개선예산이 내려갔는데 이렇게 되면 의원들이 힘을 쓰는 지역의 학교는 순위와는 상관없이 예산을 받게 된다"면서 "당장 내년 4월에 총선이고,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이렇게 원칙과 기준 없이 무리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개탄했다.

시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대한 우려는 예결위가 열리기 전부터 존재해왔다. 지난달 10일 시의회는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지 않고도 예결위에서 새로운 사업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회의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한 민주당 시의원은 당시 반대토론을 통해 "예결위에서 예산을 증액할 수 있게 되면 의원들 동네예산 챙기느라 예결위 끝나버린다, 시의회 망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의원은 "예결위가 힘을 갖자는 논리였지만 결국 이렇게 악용이 된다"면서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역구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풀시넷 "개인 예산 챙기느라 토목사업 예산 제대로 심의 못해"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예산 포함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충돌을 빚었던 지난해, 민주당 시의회는 "전시성·토목성 예산 감축과 복지예산 증액을 위해 지역구 예산은 단 한 푼도 가져가지 않겠다"라고 결의했다. 예산안 처리 직전까지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시의회는 이러한 원칙을 지켜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예결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시의원은 "지난해는 저쪽(오세훈 시장)을 공격하기 위해 지역구 예산은 단 한 푼도 챙기지 못했지만, 정치인들은 지난 1년간 악화된 지역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게다가 내년 총선도 있다 보니 지역예산을 신경 안 쓸 수가 없는 것 같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게 무조건 잘못된 것인가'라는 인식도 있다. 한 시의원은 "시의원들 대부분이 지역에서 공약을 걸고 나온 분이기 때문에 지역구 예산도 어느 정도 챙겨야 한다"면서 "지역 예산을 챙기고 싶다고 해서 챙길 수 있는 게 아니라, 교육청과 집행부가 협의를 해야 통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풀시넷 관계자는 "제일 큰 문제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개인적인 플레이로 예산 심의 방향을 상실한 것"이라면서 "자기들 예산 챙기느라고 부당한 토목사업들에 대해서는 심의하지도 않는 등 정작 깎아야 할 것을 못 깎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풀시넷은 지난 13일 시의회 상임위 예비심사와 관련해 "논란중인 사업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증액 예산의 대부분이 크고 작은 개발 사업이거나 각종 민원들을 끼워 넣은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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