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돼야
[주장] 지역적 색깔을 없애고 당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통 끝에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1987년 이후 야당은 수많은 분당과 통합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부 갈등이 격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랬던 만큼 민주통합당의 출범이 감격스럽다. 한 달 뒤 정식 지도부 선출만 마치면 통합 출범이 마무리된다. 이번 통합은 과거 분열됐던 세력이 하나로 뭉쳤다는 의미도 있지만, 시민사회 세력과 한국노총이라는 노동세력이 조직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야권통합과는 차이가 있다. 이제 야권에는 두 개의 큰 정당이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는 일만 남았다.
한나라당이 영남에 주된 기반을 두다 보니 제1야당은 항상 호남에 지역적 기반을 둔 정당이 차지했다. 영남의 야당, 특히 민주당은 영남지역에서는 항상 '호남당'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굴레는 아니었다. 분당과 합당을 거듭하면서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원이 항상 있었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비호남 인물이나 개혁적 인물을 수혈하면서 호남 색채를 지우려는 '탈호남 시도'도 강행했지만, 탈호남 이외에 그 어떤 정당의 가치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전국 정당을 기치로 창당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였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진 것도 결국 애매하기 짝이 없었던 당의 정체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의 호남 기반보다 더 강하게 두드러지는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해야 했지만, 열린우리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실용과 개혁이라는 논쟁이 치열하게 있었지만, 아무런 결론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평가 외에 자기 정체성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됐고, 당세는 날로 약화됐다. 지난 2008년에 있었던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 27개 선거구에서는 단지 6명의 후보가 출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까지만 해도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름 '민주투사'라는 자부심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권정달·김중권·윤영호 같은 5공 핵심인물을 영입해 지역기반을 넓히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민주투사'들마저 민주당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도 지역출신 고위관료, 학자들을 대거 기용해 출마시키고 공직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그들은 썰물 빠지듯 사라져 버렸다. 결국, 무기력한데다 이제는 늙어버린 과거의 '민주투사'들만 남게 됐다. 이제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투사'라는 자부심도 느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할 때마다 지도부 후보자들은 특단의 '영남 지원책'을 제시하지만, 실현된 적은 거의 없다. 이번 통합에 부산·경남 세력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영남지원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열린우리당의 짧은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영남지역 인물들이 많이 참여한다는 사실이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영남에서 통합정당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오랜 기반인 영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석패율제나 비례대표 배정 같은 제도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오랫동안 표방해 왔지만, 과연 당의 정책이나 실천이 그에 부합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과거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민주투사'라는 자부심을 심어줬다면, 새로 출범하는 민주통합당은 지지자들에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자부심을 품을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서민의 벗'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면, 당장은 지지도가 낮아도 시간이 갈수록 지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0년 전당대회 이후 당의 정책에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분명하게 반영됐고, 정책의 실현도 조금씩 '보편적 복지'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을 필두로 지도부 후보들이 대부분 경제민주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민주통합당의 강령과 정책에도 이 점이 분명하게 강조되고 있다. 한국노총이라는 노동단체가 통합에 조직적인 결합을 하게 됨으로써 이런 흐름은 보다 더 강화되리라 기대한다.
민주통합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당 스스로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 비단 영남에서의 지지도를 생각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행보가 돼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영남에 올 때마다 동토의 땅에서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듯 '고생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런 발언의 밑바닥에는 민주당이 '호남당'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몇 차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을 경험하면서, 이 지역에 민주당이 뿌리내리려면 그 어떤 지원보다도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서민의 정당'으로 세워야 함을 느꼈다. 한나라당에 아무리 실망해도, 지역 주민들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호남당'이라는 평가를 면하는 길은 당의 얼굴을 '비호남'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제안한다.
1987년 이후 야당은 수많은 분당과 통합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부 갈등이 격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랬던 만큼 민주통합당의 출범이 감격스럽다. 한 달 뒤 정식 지도부 선출만 마치면 통합 출범이 마무리된다. 이번 통합은 과거 분열됐던 세력이 하나로 뭉쳤다는 의미도 있지만, 시민사회 세력과 한국노총이라는 노동세력이 조직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야권통합과는 차이가 있다. 이제 야권에는 두 개의 큰 정당이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는 일만 남았다.
비호남 인물이나 개혁적 인물을 수혈하면서 호남 색채를 지우려는 '탈호남 시도'도 강행했지만, 탈호남 이외에 그 어떤 정당의 가치나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전국 정당을 기치로 창당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였던 열린우리당이 무너진 것도 결국 애매하기 짝이 없었던 당의 정체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의 호남 기반보다 더 강하게 두드러지는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해야 했지만, 열린우리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실용과 개혁이라는 논쟁이 치열하게 있었지만, 아무런 결론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평가 외에 자기 정체성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됐고, 당세는 날로 약화됐다. 지난 2008년에 있었던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 27개 선거구에서는 단지 6명의 후보가 출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까지만 해도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름 '민주투사'라는 자부심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권정달·김중권·윤영호 같은 5공 핵심인물을 영입해 지역기반을 넓히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민주투사'들마저 민주당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도 지역출신 고위관료, 학자들을 대거 기용해 출마시키고 공직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그들은 썰물 빠지듯 사라져 버렸다. 결국, 무기력한데다 이제는 늙어버린 과거의 '민주투사'들만 남게 됐다. 이제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투사'라는 자부심도 느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할 때마다 지도부 후보자들은 특단의 '영남 지원책'을 제시하지만, 실현된 적은 거의 없다. 이번 통합에 부산·경남 세력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영남지원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열린우리당의 짧은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영남지역 인물들이 많이 참여한다는 사실이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영남에서 통합정당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오랜 기반인 영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석패율제나 비례대표 배정 같은 제도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오랫동안 표방해 왔지만, 과연 당의 정책이나 실천이 그에 부합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과거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민주투사'라는 자부심을 심어줬다면, 새로 출범하는 민주통합당은 지지자들에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자부심을 품을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서민의 벗'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면, 당장은 지지도가 낮아도 시간이 갈수록 지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0년 전당대회 이후 당의 정책에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분명하게 반영됐고, 정책의 실현도 조금씩 '보편적 복지'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구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을 필두로 지도부 후보들이 대부분 경제민주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민주통합당의 강령과 정책에도 이 점이 분명하게 강조되고 있다. 한국노총이라는 노동단체가 통합에 조직적인 결합을 하게 됨으로써 이런 흐름은 보다 더 강화되리라 기대한다.
민주통합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당 스스로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영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 비단 영남에서의 지지도를 생각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행보가 돼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영남에 올 때마다 동토의 땅에서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듯 '고생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런 발언의 밑바닥에는 민주당이 '호남당'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몇 차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을 경험하면서, 이 지역에 민주당이 뿌리내리려면 그 어떤 지원보다도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서민의 정당'으로 세워야 함을 느꼈다. 한나라당에 아무리 실망해도, 지역 주민들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호남당'이라는 평가를 면하는 길은 당의 얼굴을 '비호남'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제안한다.
덧붙이는 글
허대만 기자는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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