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부부가 바람잡고, 대한민국은 농락당하다
[取중眞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이 '국제 사기'인 까닭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트위터 등 인터넷상에서 처음으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문제를 제기했던 누리꾼 3명(AF1219, netroller, pythagoras0)의 일원이었던 AF1219(트위터 아이디)가 약 1년간 추적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즉 "돈벌이를 목적으로 세워진 뉴세븐원더스재단이라는 민간단체에 제주도와 한국이 농락당했다"는 것이다.
좀 과격해 보이는 주장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주도가 세계 7대자연경관에 '잠정 선정'된 이후 '전화요금 체납에 따른 선정 철회 가능성' 등의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AF1219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가 지난 16일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사진으로 보는 7대경관 야바위짓 1년'이라는 장문의 게시물은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을 정리한 기록이다.
정부·기업·언론의 '묻지마 지원'... 국가 어젠다로 격상된 인기투표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트위터를 통해 "제주도에 투표했다"면서 투표 독려에 나섰다. ⓒ 청와대 트위터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바람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1월 범국민추진 선포식이 열리기 이틀 전 트위터를 통해 "저도 제주도에 투표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투표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는 범국민추진위 명예위원장에 추대됐다.
대통령이 움직이자 정부와 여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도 범국민추진위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 국회가 '지지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제1야당인 민주당도 천정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한 민간단체에서 주관한 '인기투표' 행사는 '국가 어젠다'로 격상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도 매우 컸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1월 16개 중앙언론사 사장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한 이후 방송3사와 중앙일간지들이 앞다투어 이 행사를 홍보했고, 그 경제효과를 부풀렸다. 기업과 종교계, 연예인들의 참여도 줄을 이었다. KT와 현대기아차는 뉴세븐원더스재단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 미국에서 유학중인 누리꾼 3명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 ⓒ 오마이뉴스
이러한 '묻지마 홍보-지원-참여'에 맞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AF1219 등 누리꾼 3명은 지난 3월 트위터 등을 통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파헤친 문서를 올려 '비판적 공론화'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후 <오마이뉴스>가 이들과의 공조취재를 통해 뉴세븐원더스재단의 공신력과 상업주의, 선정과정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부부와 국회, 여야 정당, 제주도, 거대 언론사(방송사와 중앙일간지) 등이 지원하고 나선 상태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역부족이었다. '애국주의'와 '경제효과'의 유혹이 컸던 탓이다.
AF1219는 "이미 청와대와 국회, 제주도와 모든 언론사가 몰입한 상태에서 이 야바위짓을 중단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었던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의 당시 미숙한 판단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이 "관광 등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돼 계속 추진하겠다"며 이들의 문제제기를 묵살한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치밀한 돈벌이
▲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유엔협력사무국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 오마이뉴스
그럼에도 누리꾼 3명의 '추적'은 계속 됐다. 그 과정에서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중대한 거짓말'이 드러났다. 그동안 재단은 "뉴욕 주재 UN협력사무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재단의 공신력을 홍보해왔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UN협력사무국이 이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 사무국은 뉴세븐원더스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것이다. 재단의 공신력이 '공식적으로'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오마이뉴스>의 추적보도를 통해 제주도의 '중대한 거짓말'도 드러났다. 제주도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의 경제효과 예측'이라는 연구용역을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했다고 했지만, 연구소 측은 "의뢰받지도, 진행하지도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가 공무원들을 동원해 수백만 건의 전화투표를 진행했고, 여기에 수개월간 수억 원의 국제전화 비용이 들어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나라 밖에서도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상업주의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5월 몰디브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세계 7대자연경관 후보지 철회를 공식 결정한 것이다. 재단이 스폰서십과 월드투어 비용으로 85만 달러(약 10억 원)를 추가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토이브 모하메드(Thoyyib Mohamed) 문화예술관광부 장관은 선정 투표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몰디브의 아름다움을 입증하기 위해 7대 자연경관 타이틀을 돈을 주고 살 필요도 없으며 그 누구도 이런 데 돈을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 몰디브 정부는 지난 5월 후보지 선정 철회를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또한 <오마이뉴스>가 몰디브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인도네시아정부에 '선정식 개최' 대가로 4500만 달러(약 500억 원)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몰디브 정부와 재단의 영리자회사(NOWC)가 체결한 계약서도 공개됐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 다큐·영화 제작 ▲ 영구보존용 디지털 가상모형 제작 ▲ 3D 영상이미지 촬영 ▲ 공식박물관 건립 등에 따른 비용 지원 ▲ 재단 이름의 광장이나 공원 조성 ▲ 인증식 개최 등에 협조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선정이 취소될 수 있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의 노골적인 상업주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AF1219는 이 계약서 공개를 두고 "뉴세븐원더스와 NOWC의 치밀한 돈벌이 방법들이 전면적으로 알려지지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제주도의회에서 수차례 요구한 '계약서 공개'를 계속 거부했다.
<제주도민일보>의 백지광고사태, 그리고 <한겨레>의 뒤늦은 고발
▲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제주도민일보>의 백지광고사태. ⓒ 제주도민일보
AF1219는 "<제주도민일보>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봄부터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상업적 행태 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기사를 써왔는데 이런 비판보도를 이유로 제주도측은 이미 협의됐던 도지사 축하글과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백지광고사태 이후에도 <제주도민일보>는 한종수 기자의 '7대경관 그들만의 리그'라는 기획기사를 내보내는 등 '비판적 공론화'에 앞장섰다. 앞서 뉴세븐원더스재단은 법무법인 KNC를 통해 한종수 기자가 작성한 'N7W재단 초청에 혈세 콸콸콸'과 관련해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고, 손해배상소송까지 청구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7월 초 한 누리꾼의 추적으로 또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이 투표 독려를 위해 개설한 4개의 전화번호가 캐리비안과 아프리카의 아주 작은 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AF1219는 "쌩토메 프린시페, 세인트 키츠 앤 네비스, 터크스 앤 카이코스, 세이셸 등의 나라 이름을 들어봤는가"라며 "제주도 측에서 그렇게 공신력 있다고 주장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전화투표와 문자투표용으로 개설한 전화번호들은 듣도 보도 못한 캐리비안과 아프리카의 인구 수만 명의 섬나라에 설치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끄떡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각 동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 앉아 반복적인 투표활동을 벌이도록 했고, 달마다 가장 많은 전화투표를 한 공무원을 뽑아 '투표왕 시상식'까지 열었다. 앞서 200원을 넣으면 자동으로 문자투표를 할 수 있는 기계까지 개발해 전국순회투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중앙일간지로서는 처음으로 <한겨레>가 뒤늦게 두 개 면을 털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수개월간 1억 건의 전화투표가 이루어졌고, 198억 원의 전화비용이 소요됐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AF1219는 "지금 제주도청과 KT 간에 전화요금 체납과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체납액이 200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또다른 일부에서는 400억 원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그 금액들의 근거가 되는 기사가 바로 <한겨레>의 보도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0월부터 11월 11일 마감 때까지 약 40일 동안 제주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일반인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강도의 중복투표가 이루어졌다"고 꼬집었다.
7대경관 선정 인증서 전달하는 날은 '미수금 회수일'?
▲ 지난 10월 중앙일간지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보도한 <한겨레> ⓒ 한겨레
한국 시각 11월 12일 새벽, 한 건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버나드 웨버 등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세계 7대자연경관 잠정선정지역'을 발표한 것이다. '확정'도 아닌 '잠정'인데도 제주도는 축포를 쏘아올렸다. 그런데 정확한 투표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고, 최종 선정 발표도 2012년 1월로 미뤄졌다. 게다가 '잠정선정'이 발표된 직후 제주도가 수백 억 원에 이르는 전화비를 체납해 선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과 관련, 최초 문제제기자였던 AF1219는 "우근민 지사는 도민의 혈세로 KT에 밀린 수백 억의 전화요금을 지불하겠다 했다"며 "하지만 제주도의회가 지출을 허락한 행정전화요금 예산은 올해 추경예산과 내년 예산을 포함해 50억 원이 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KT는 끝까지 각종 '비공개 약속'을 이유로 뉴세븐원더스재단과의 협약사항, 전화와 문자투표수, 제주도의 체납요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용경 창조한국당 원내대표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는 KT로의 통화료 납부, 그리고 KT에서 뉴세븐원더스재단으로의 이익금 송금과 무관하게 모든 투표는 유효하고 '최종선정' 과정에서 탈락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면서 인증서가 도착하면 모든 문제가 정리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졸업식 참석 못 한다고 졸업이 취소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제주도는 '인증서'에 목을 매는 것일까? 뉴세븐원더스재단에는 7대경관 선정 인증서를 전달하는 날이 최종 미수금(전화, 스폰서, 라이센스, 투어비용 등) 회수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뉴세븐원더스재단의 비상식적인 돈 요구에 몰디브와 인도네시아가 퇴짜를 놓았다"며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이 제주도처럼 잠정 선정 되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와 민간은 재단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을 고소했고, 민간변호사 40명은 버나드 웨버를 고소했고, OSC(공식후원회) 관계자 2명을 고소했으며, 문자투표를 주관했던 통신사 관계자들은 정부기관으로부터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세븐원더스재단이 두 나라를 계약파기와 불성실 이행으로 국제사회에 고소했다는 얘기는 못들어봤다. 앞으로도 재단은 절대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다투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정식 고소사태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논란이 불거져 자신들의 정체성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끝으로 그는 "제주도에게는 지금이 마지막 탈출구"라고 강조한 뒤, "더 이상의 출혈을 막고 싶다면 몰디브와 인도네시아의 방법을 연구해서 결단해야 한다"며 "제주도가 선정 철회를 선언하고, 제주도와 KT가 재단에 대한 법적 조치에 들어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제주도의 존엄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AF1219 등 누리꾼 3명은 'No7Wonders'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 No7Wo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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