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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성적지향에 따른 괴롭힘 금지는 법적 의무"

'성적지향' 조항으로 대립 중인 서울학생인권조례 관련 내용 눈길

등록|2011.12.18 20:49 수정|2011.12.18 20:49

▲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난 2010년 11월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UN-MDGs(새천년개발목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 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유엔(UN, 국제연합) 사무총장이 지난 8일 "국가에게 성적지향에 따른 학생 괴롭힘 금지는 법적 의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는 '성적지향 등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을 놓고 난항을 겪는 서울학생인권조례안 최종 처리일인 19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확인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18일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에 따르면 반 총장은 지난 8일 미국의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 근절에 관한 패널토의'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와 관련 법규 제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메시지는 이반 시모노비치(Ivan Simonović) 유엔 인권 사무차장보가 대신 읽었다.

반 총장은 메시지에서 "저도 11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그들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욕설과 조롱, 신체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보고들에 계속 낙담하고 있다"면서 "이런 종류의 집단 괴롭힘은 세계 모든 지역의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반 총장은 "성적지향에 따른 괴롭힘은 도덕적 폭력이고 중대한 인권침해이며 공중보건의 위기"라면서 "이 문제와 맞서는 일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과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국가에게 이것(성적지향에 따른 학생 괴롭힘 금지)은 법적 의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엔 아동권리위도 "학생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하라"

▲ 18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있는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호소하는 손팻말. ⓒ 윤근혁


반 총장은 지난 2010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 기념 연설에서도 "성적지향을 둘러싼 쟁점들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면서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특별히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거부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월 6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대한민국 3, 4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최종 견해'란 공식 보고서에서 "한국의 차별금지법이 폐기된 것과 차별에 대한 입법적 정의가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학생 등의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라고 촉구한 것이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성적지향과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는 우리나라 출신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에서 권고하는 국제적 표준"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동성애가 늘어난다'는 식으로 비겁한 선동을 하는 보수단체에 휘둘려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손보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8일 발표한 반 총장의 메시지 전문(번역 국제인권소식'통')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 근절 행사에 보내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메시지'


뉴욕, 2011년 12월 8일
인권 사무차장보 이반 시모노비치(Ivan Simonović)가 대신하여 낭독

청소년들에 대한 동성애 혐오적 집단 괴롭힘과, 이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에 관한 이 행사에 참석해주신 참가자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인권활동가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듯, 저도 어리게는 11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그들의 짐작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욕설과 조롱, 신체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보고들에 계속 낙담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집단 괴롭힘은 몇몇 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의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단 괴롭힘은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내내 영향을 미치면서, 극심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은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살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도덕적 폭력이고 중대한 인권침해이며 공중보건의 위기입니다. 전도유망한 삶이 중도에 사라지게 되는 것은 전 인류 가족의 손실이기도 합니다. 매튜 세퍼드(Matthew Shepard)의 사례를 생각해보십시오. 그의 어머니가 오늘 이 행사에 나와 계시는데요.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외국을 여행했던 그는, 아마 유엔의 일에 충분히 공헌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과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이들의 죽음이 우리 모두를 초라하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동성애 혐오적 집단 괴롭힘이 학교현장과 청소년기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뿌리는 더 깊숙이 있습니다.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해로운 태도에 그 뿌리가 있으며, 때로는 분열을 조장하는 유명인사와, 국가 당국이 승인한 차별적인 법과 관행이 이러한 태도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이 문제와 맞서는 일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과제입니다. 부모로서, 가족구성원으로서, 교사로서, 이웃으로서, 커뮤니티 리더로서, 언론인으로서, 종교인으로서, 공무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에게 이것은 법적 의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제인권법에 따라, 모든 국가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것을 포함하여 폭력과 차별로부터 국민–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하시는 논의가 이 중요한 쟁점에 대한 국제적인 대화를 증진시키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청소년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고 모두를 위한 인권을 지켜나가기 위해 모든 협력자들과 함께 일하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성공적인 행사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원문출처: http://www.un.org/apps/sg/sgstats.asp?nid=5747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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