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부를 위해 싸우는 '좌파 목사'
[내가 뽑은 올해의 인물] 외국인 인권운동가 정병진 목사
오는 22일이면 모로코 여성이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지 3개월째를 맞는다(관련기사 : 짝퉁시계가 목숨까지... 모로코 여성, 왜 투신했나). 수사기관에서는 12월 중순, 이번 사건을 참고인 조사만으로 내사종결 처리 통보한 상태다.
지역에선 이들 모로코 부부를 돕기 위해 손발을 걷고 나선 상태지만 쉽지 않다. 여수YMCA를 주축으로 30여 개의 광주·전남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128명의 전남동부 지도층의 서명을 받아 법무부와 국가인권위, 권익위원회에 탄원서와 청원서도 제출했다.
공동대책위는 법무부가 이들 부부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영주권 취득을 허할 것을 요구했다. 출입국사무소가 그 개연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법무부는 영주권 불허 판정을 내리고 말았다. 이때문에 최근 모로코 부부는 실의에 빠져있다.
법무부와 등 지게된 일명 '좌파 목사' 정병진씨
이런 핫산씨 부부를 둘러싼 사건을 내 일처럼 돕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병진 목사다. 그의 나이는 올해 39세. 정 목사는 2007년 2월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참사 때 대책위원장을 맡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정병진 목사는 현재 여수솔샘교회와 솔샘아동복지센터를 운영 중이고 민중선교로 예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더 깊은 신앙을 위한 책읽기 <내 영혼의 북소리>라는 책도 출판했다. 일명 '좌파 목사'로 통하는 그는 여수노회(교회상위기관)에서 이단아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그는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외국인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래서 여수에서 이주민들이 사고를 당하면 가장 먼저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바로 정병진 목사다. 정 목사는 2003년부터 4년 동안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예배와 상담을 병행하며 외국인들의 고충을 들어줬다. 그런데 2007년 2월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그 화재로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로인해 화재참사공동대표를 맡아 사고를 수습하다보니 자연히 법무부와 등을 지게됐다고 한다.
"화재참사 후 법무부 쪽에서는 내가 껄끄러워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고 했죠. 법무부 쪽에서 여수노회에 파송 목사를 요청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어요. 싸울 수도 있었지만 교회 어른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참았습니다. 목사의 일차적 역할인 예배도 중요하지만, 인권감시차원의 역할 역시 중요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봉쇄됐어요. 참 아쉽죠. 지금은 3명의 목사님이 들어가는데,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13일, 솔샘교회에서 정병진 목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성서에 적혀 있는 대로 산다... 좌파라 불릴 게 아니다
- 모로코에서 온 핫산씨 부부의 근황은 어떤가?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영주권 취득이다. 여수 출입국사무소가 얼마 전 상부에 상신을 올렸다. 대책위에서는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마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수에서 영주권 신청에 대해서 현행법을 어겼고 행실이 방정하지 않기 때문에 (영주권 취득이) 어렵다는 식으로 상신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밀라씨의 몸상태가 많이 안 좋다. 혼자서 용변을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누워 있는 상태다. 재활 치료를 더 받아봐야 알겠지만, 잘 해야 목발로 걸을 수 있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할 가능성이 커 답답한 상태다. 치료도 계속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여수YMCA가 주선해 '여수지구촌 사랑나눔회'로부터 무료로 두 달간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끝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지금은 병원 측이 잘 대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모로코 부부의 영주권 취득을 위해 대책위에서는 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보냈다. 여수출입국사무소장이 만약 이런 식으로 상신을 올렸다면 곤란하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이 여수출입국사무소 직원의 폭언이다. 그들도 일말의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지역여론이 이들에게 영주권을 줘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부에 영주권 취득에 대해 불리한 내용이 보고됐다면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올린 내용을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확인을 부탁해 놨고, 정보공개청구를 해서라도 상신내용을 확인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
- 핫산씨, 임세란씨와 함께 여수출입국사무소를 여러 차례 찾아 갔다는데?
"이들의 요청으로 10월 8일부터 찾아갔다. 자기들만 가면 직원들의 태도가 나빠 대화가 안 된다고 해서 동행했다. 출입국 직원 첫 마디가 '왜 왔냐'였다. 황당했다. 영주권 신청 문의도중 임세란씨랑 같이 들어갔는데 '언론에서 시끄럽게 안하면 영주권 받을 수 있게 상신을 좋게 올리겠다'고 했다. 이후 물어보니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더라.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YMCA 김일주 부장과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고소하라고 했다. 점퍼를 벗어 던지며 '이제부터 공무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외투를 벗으면 바로 민간인 되느냐? 공무원이 국민의 종복인데 이렇게 오만불손 하나, 이렇게 하니 화재참사가 난 것 아니냐? 화재 났는데 아직도 변화가 없다'고 소리 질렀더니 심사과 과장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투신사건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출입국사무소 직원 2명이다."
- 다른 목회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일을 하는 것 같다.
"요새 목회자들이 낮은 자리로 가야 하는데 큰 교회만 찾고, 그런 곳에서만 목회 활동을 하려고 하는 듯하다. 내가 여수노회에서 '좌파'라고 불리는데, 내가 좌파가 아니고 성서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어서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본질은 날아가고 엉뚱하게 변질됐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 보니, 목회자도 돈을 벌면 큰 교회를 지으려 한다. 반복음적인 '짝퉁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다닌다는 소망교회서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의 싸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힘 있고 돈 있고 특권이 있는 자리에 싸움박질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교회가 교회로 안 보인다. 기업이다."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관대한 출입국... 정상일까
- 여수출입국사무소에 바라는 점이 많을 것 같다.
"인권차원에서 똑같은 인간으로 대해 달라는 바람뿐이다. 왜 사람을 차별하느냐? 핫산씨 부부의 사건이 터진 직접적인 계기는 직원의 폭언이었다. 두 부부가 안 나가면 당장 가둬 강제 집행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해대니까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여성이 뛰어내리게 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추방당한다는 통보를 받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죽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KBS가 자밀라씨의 투신 동기를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 오보를 낸 것이다. '한국에 더 남기 위해서 투신했다'고 이상하게 나갔다. 분명한 것은 한국에 더 남기 위해 투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밀라씨는 남편이 계속 죽고 싶다고 했고, 직원들이 윽박지르니까 죽을 심정으로 뛰어 내린 것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귀도 안 들리고…. 그런 가운데 나가서 떨어졌다. 출입국 직원이 '외국인이지만 정말 죄송하다' '우리로서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태도만 취했어도 자밀라씨가 극단적인 행동을 했겠는가? 직원들의 불손함이 사태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 출입국사무소를 드나들면서 들은 에피소드가 많을 텐데.
"전에 '안토니오 J. 존슨리드(안토니오)'라는 흑인이 학원 강사를 하다 잡혀왔다. 출입국 직원들이 처음에는 불법체류자로 함부로 대하다가 이 사람이 '나 미국시민권자다'라고 얘기하니 직원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이후 안토니오는 출소 후 18쪽 불량의 편지를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투고한 적이 있고, 두 편의 기사가 실렸다. 안토니오가 쓴 편지는 보호수감 생활 중 겪었던 내용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다. 두 기사의 핵심 내용은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인권 침해였다(관련기사 : "교회가는 길에 왜 쇠고랑 채우나? 미국인인줄 알자 직원태도 싹 바뀌어", "체포.구금은 미봉책...다른 처벌방법 찾아야").
출입국사무소가 힘 있는 미국 시민권자 한테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공손하게 대하고, 동남아나 약소국 시민들에게는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모로코 출신 핫산씨도 힘없는 작은 나라,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당한 것이다."
핫산씨 부부는 '당연히' 한국에 남아야...
- 외국의 경우 출입국사무소 실태는 어떤가?
"2008년 KBS 순천방송이 제작한 특별스페셜 '화재참사 200일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보호소가 나온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독일보호소는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 왔겠지만 쇠창살이 없다. 난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수는 2중 쇠창살로 감옥처럼 꾸며져 있다. 독일은 운동·이동·복장·전화 사용 등의 활동이 자유롭다. 그저 외부로 나갈 수 없는 높은 담장만 있다.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감옥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게 돼 있다. 그곳에서는 수감자들이 직원들과 옥신각신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데 네덜란드의 보호소에서는 여수보호소와 비슷한 화재 사건이 있었다. 네덜란드도 외국인들에게 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당시 존 폴 스미트라는 활동가가 이 사건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활동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혹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 사건도 있나?
"지난 6월, 중국인 자해 소동이 있었다. 비록 그 사건이 늦게나마 알려졌지만, 내부에서는 아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많다. 그곳은 구조적으로 알려질 수가 없다. 보호 외국인들에게 보호소는 외딴 섬과 같은 곳이다.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해오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보호 외국인들은 항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외부에서 들어가는 목회자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출입국사무소가 모로코 부부에게 어떻게 해줘야 한다고 보나?
"핫산씨의 요구는 하나다. 두 부부는 한국에 남기를 원한다. 한국에 남아 치료받고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해줘야 한다. 영주권이 됐던 D-8 비자를 계속 살려 주든지, 아니면 국적을 취득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핫산씨는 한국에 9년째 살고 있다. 9년이면 한국어 2급 시험이 면제된다.
체류 10년 이면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다. 핫산씨 부부는 지금까지 1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지금 D-8 비자를 얻으려면 1억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핫산씨가 무슨 돈이 있어 또다시 1억 원을 투자하겠나. 또한 사업체가 3인 이상을 고용해 국민 총소득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데, 장사가 안돼 그렇게 하지 못했다.
출입국관리소는 (핫산씨가) 성공을 못 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를 걸고 기업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 않은가. 전 재산을 투자해 한국에 왔는데, 다시 쫓아낸다면 우리나라 정책이 이중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지역에선 이들 모로코 부부를 돕기 위해 손발을 걷고 나선 상태지만 쉽지 않다. 여수YMCA를 주축으로 30여 개의 광주·전남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128명의 전남동부 지도층의 서명을 받아 법무부와 국가인권위, 권익위원회에 탄원서와 청원서도 제출했다.
법무부와 등 지게된 일명 '좌파 목사' 정병진씨
▲ 여수솔샘교회 정병진 목사가 인터뷰 도중 핫산씨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 심명남
이런 핫산씨 부부를 둘러싼 사건을 내 일처럼 돕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병진 목사다. 그의 나이는 올해 39세. 정 목사는 2007년 2월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참사 때 대책위원장을 맡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정병진 목사는 현재 여수솔샘교회와 솔샘아동복지센터를 운영 중이고 민중선교로 예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더 깊은 신앙을 위한 책읽기 <내 영혼의 북소리>라는 책도 출판했다. 일명 '좌파 목사'로 통하는 그는 여수노회(교회상위기관)에서 이단아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그는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외국인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래서 여수에서 이주민들이 사고를 당하면 가장 먼저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바로 정병진 목사다. 정 목사는 2003년부터 4년 동안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예배와 상담을 병행하며 외국인들의 고충을 들어줬다. 그런데 2007년 2월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그 화재로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로인해 화재참사공동대표를 맡아 사고를 수습하다보니 자연히 법무부와 등을 지게됐다고 한다.
"화재참사 후 법무부 쪽에서는 내가 껄끄러워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고 했죠. 법무부 쪽에서 여수노회에 파송 목사를 요청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어요. 싸울 수도 있었지만 교회 어른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참았습니다. 목사의 일차적 역할인 예배도 중요하지만, 인권감시차원의 역할 역시 중요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봉쇄됐어요. 참 아쉽죠. 지금은 3명의 목사님이 들어가는데,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13일, 솔샘교회에서 정병진 목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성서에 적혀 있는 대로 산다... 좌파라 불릴 게 아니다
- 모로코에서 온 핫산씨 부부의 근황은 어떤가?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영주권 취득이다. 여수 출입국사무소가 얼마 전 상부에 상신을 올렸다. 대책위에서는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마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수에서 영주권 신청에 대해서 현행법을 어겼고 행실이 방정하지 않기 때문에 (영주권 취득이) 어렵다는 식으로 상신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밀라씨의 몸상태가 많이 안 좋다. 혼자서 용변을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누워 있는 상태다. 재활 치료를 더 받아봐야 알겠지만, 잘 해야 목발로 걸을 수 있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할 가능성이 커 답답한 상태다. 치료도 계속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여수YMCA가 주선해 '여수지구촌 사랑나눔회'로부터 무료로 두 달간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끝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지금은 병원 측이 잘 대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모로코 부부의 영주권 취득을 위해 대책위에서는 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보냈다. 여수출입국사무소장이 만약 이런 식으로 상신을 올렸다면 곤란하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이 여수출입국사무소 직원의 폭언이다. 그들도 일말의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지역여론이 이들에게 영주권을 줘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부에 영주권 취득에 대해 불리한 내용이 보고됐다면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올린 내용을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확인을 부탁해 놨고, 정보공개청구를 해서라도 상신내용을 확인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
- 핫산씨, 임세란씨와 함께 여수출입국사무소를 여러 차례 찾아 갔다는데?
"이들의 요청으로 10월 8일부터 찾아갔다. 자기들만 가면 직원들의 태도가 나빠 대화가 안 된다고 해서 동행했다. 출입국 직원 첫 마디가 '왜 왔냐'였다. 황당했다. 영주권 신청 문의도중 임세란씨랑 같이 들어갔는데 '언론에서 시끄럽게 안하면 영주권 받을 수 있게 상신을 좋게 올리겠다'고 했다. 이후 물어보니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더라.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YMCA 김일주 부장과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고소하라고 했다. 점퍼를 벗어 던지며 '이제부터 공무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외투를 벗으면 바로 민간인 되느냐? 공무원이 국민의 종복인데 이렇게 오만불손 하나, 이렇게 하니 화재참사가 난 것 아니냐? 화재 났는데 아직도 변화가 없다'고 소리 질렀더니 심사과 과장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투신사건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출입국사무소 직원 2명이다."
- 다른 목회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일을 하는 것 같다.
"요새 목회자들이 낮은 자리로 가야 하는데 큰 교회만 찾고, 그런 곳에서만 목회 활동을 하려고 하는 듯하다. 내가 여수노회에서 '좌파'라고 불리는데, 내가 좌파가 아니고 성서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어서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본질은 날아가고 엉뚱하게 변질됐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 보니, 목회자도 돈을 벌면 큰 교회를 지으려 한다. 반복음적인 '짝퉁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다닌다는 소망교회서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의 싸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힘 있고 돈 있고 특권이 있는 자리에 싸움박질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교회가 교회로 안 보인다. 기업이다."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관대한 출입국... 정상일까
▲ 정병진 목사는 모로코 여성 자밀라씨의 투신사건이 터진 직접적인 계기는직원의 폭언이다고 말했다. ⓒ 심명남
- 여수출입국사무소에 바라는 점이 많을 것 같다.
"인권차원에서 똑같은 인간으로 대해 달라는 바람뿐이다. 왜 사람을 차별하느냐? 핫산씨 부부의 사건이 터진 직접적인 계기는 직원의 폭언이었다. 두 부부가 안 나가면 당장 가둬 강제 집행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해대니까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여성이 뛰어내리게 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추방당한다는 통보를 받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죽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KBS가 자밀라씨의 투신 동기를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 오보를 낸 것이다. '한국에 더 남기 위해서 투신했다'고 이상하게 나갔다. 분명한 것은 한국에 더 남기 위해 투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밀라씨는 남편이 계속 죽고 싶다고 했고, 직원들이 윽박지르니까 죽을 심정으로 뛰어 내린 것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귀도 안 들리고…. 그런 가운데 나가서 떨어졌다. 출입국 직원이 '외국인이지만 정말 죄송하다' '우리로서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태도만 취했어도 자밀라씨가 극단적인 행동을 했겠는가? 직원들의 불손함이 사태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 출입국사무소를 드나들면서 들은 에피소드가 많을 텐데.
"전에 '안토니오 J. 존슨리드(안토니오)'라는 흑인이 학원 강사를 하다 잡혀왔다. 출입국 직원들이 처음에는 불법체류자로 함부로 대하다가 이 사람이 '나 미국시민권자다'라고 얘기하니 직원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이후 안토니오는 출소 후 18쪽 불량의 편지를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투고한 적이 있고, 두 편의 기사가 실렸다. 안토니오가 쓴 편지는 보호수감 생활 중 겪었던 내용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다. 두 기사의 핵심 내용은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인권 침해였다(관련기사 : "교회가는 길에 왜 쇠고랑 채우나? 미국인인줄 알자 직원태도 싹 바뀌어", "체포.구금은 미봉책...다른 처벌방법 찾아야").
출입국사무소가 힘 있는 미국 시민권자 한테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공손하게 대하고, 동남아나 약소국 시민들에게는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모로코 출신 핫산씨도 힘없는 작은 나라,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당한 것이다."
핫산씨 부부는 '당연히' 한국에 남아야...
▲ 정병진 목사의 수첩에는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4년간의 예배를 드린 기록이 꼼꼼히 적혀있다. 수첩에는 05년 1월11일 신축건물에서 첫예배를 드린 내용이 적혀있다. ⓒ 심명남
- 외국의 경우 출입국사무소 실태는 어떤가?
"2008년 KBS 순천방송이 제작한 특별스페셜 '화재참사 200일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보호소가 나온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독일보호소는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 왔겠지만 쇠창살이 없다. 난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수는 2중 쇠창살로 감옥처럼 꾸며져 있다. 독일은 운동·이동·복장·전화 사용 등의 활동이 자유롭다. 그저 외부로 나갈 수 없는 높은 담장만 있다.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감옥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게 돼 있다. 그곳에서는 수감자들이 직원들과 옥신각신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데 네덜란드의 보호소에서는 여수보호소와 비슷한 화재 사건이 있었다. 네덜란드도 외국인들에게 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당시 존 폴 스미트라는 활동가가 이 사건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활동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혹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 사건도 있나?
"지난 6월, 중국인 자해 소동이 있었다. 비록 그 사건이 늦게나마 알려졌지만, 내부에서는 아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많다. 그곳은 구조적으로 알려질 수가 없다. 보호 외국인들에게 보호소는 외딴 섬과 같은 곳이다.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해오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보호 외국인들은 항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외부에서 들어가는 목회자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출입국사무소가 모로코 부부에게 어떻게 해줘야 한다고 보나?
"핫산씨의 요구는 하나다. 두 부부는 한국에 남기를 원한다. 한국에 남아 치료받고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해줘야 한다. 영주권이 됐던 D-8 비자를 계속 살려 주든지, 아니면 국적을 취득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핫산씨는 한국에 9년째 살고 있다. 9년이면 한국어 2급 시험이 면제된다.
체류 10년 이면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다. 핫산씨 부부는 지금까지 1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지금 D-8 비자를 얻으려면 1억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핫산씨가 무슨 돈이 있어 또다시 1억 원을 투자하겠나. 또한 사업체가 3인 이상을 고용해 국민 총소득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데, 장사가 안돼 그렇게 하지 못했다.
출입국관리소는 (핫산씨가) 성공을 못 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를 걸고 기업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 않은가. 전 재산을 투자해 한국에 왔는데, 다시 쫓아낸다면 우리나라 정책이 이중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덧붙이는 글
<내가 뽑은 올해의 인물>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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