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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도 늙긴 늙었다

[아내 효니가 쓰는, 6살 어린 남편과 사는 이야기]

등록|2011.12.20 09:46 수정|2011.12.20 09:46

누나야, 여보할래? 3탄앤의그림일기 ⓒ 김효니


에전에 저희 사귈 때 남편 소원이
제가 세상 사람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게
저보다 빨리 늙어 보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6살 연상이니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건데,
사귈 때는 제가 그게 마음대로 극복이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11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저보다 남편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 더 안타깝더군요.

심지어 요즘은 연상연하 커플이 맞느냐는 질문까지 종종 듣게 되는데요.
남편은 이제 소원 풀었다며 웃는데,
전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나이 들었으니 나이 들어 보이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20대 초반에 절 만나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가장이 되고,
절 먹여 살리느라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남편이 이젠 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아내의 의지가 되느라
얼마나 애쓰고 살았으면...
그래서 제가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이제 제 소원은요.
저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어도 좋으니
젊어 보이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남자만은
멋지게 나이 들어 가게 해주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blog.daum.net/kimhyon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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