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그 돈 어디 썼나"... 난타당한 국정원장

[현장] 국회 정보위...여권서도 '식물 국정원장' 경질론 대두

등록|2011.12.20 10:37 수정|2011.12.20 17:52

▲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소집된 국회 정보위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출석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기사 보강: 20일 오후 5시 6분]

"북한이 어제(19일) 낮 12시에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발표하기 전에 국정원은 전혀 몰랐나"

"몰랐다."

국가정보원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19일 정오 북한 방송을 보고 처음 인지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황진하(한나라당 간사)·최재성(민주통합당 간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국가정보원에 대한 정보위 전체회의 브리핑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이 '북한의 군부대가 오전에 미사일 발사를 했는데, 김정일 위원장 사망 발표 뒤에 발사를 취소하고 부대에 복귀한 것을 봤을 때 북한 내부에서도 극소수 측근만 알았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원 원장은 또 "중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몰랐던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최재성 의원은 이와 관련해 "19일 오전 10시에 북한에서 특별방송 예고가 나온 뒤 국정원이 파악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원 원장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말이 없었고, 예고방송을 통해 김 위원장 사망 개연성을 몇 퍼센트로 봤느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기업과 언론인들이 확인작업을 하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모기업에 대해서는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중국의 인지시점과 관련해서는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중국 리붕 총리가 독일방문을 취소한 사례가 있고, 대중국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면 김일성 때보다 더 신속하게 알렸을 것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원 원장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예고방송 뒤에도 국정원은 김 위원장 사망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결국 전 국민과 동시에 알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정보위원들도 "그 많은 예산은 다 뭐에 쓴 거냐"질타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정보위원들도 원 원장에게 "북한의 특별방송 예고 뒤에도 김정일 사망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 많은 예산을 다 뭐에 쓴 것이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국방부도 마찬가지였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김정일 사망 소식을 언제 알았느냐"는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현재 국방정보감시 체제를 가지고서 김정일 사망을 아는 것은 다소 제한된 면이 있지만, 정보능력을 키워야겠다, 확장해야겠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정원과 국방부가 한반도 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북한 발표 전에는 전혀 몰랐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을 포함해 원 원장 경질론이 제기되고 있다.

원 원장은 김 위원장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문과 조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황 의원과 최 의원에 따르면, 원 원장은 조의 표명 문제에 대해 "연평도·천안함·KAL기·아웅산 사건 등을 감안할 때 조의를 표명할 사안은 아니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조의 표명도 김 위원장에게 한 게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 원장은 "국회 정당 차원의 조의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논의를 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개인차원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국정원장이 이런 의견을 밝히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오인사격에 대한 주의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인근에서 북한 선박이 남하할 때 신중하게 대응하는 지침 등이 없이 비상경계만 강조한 것은 사실상 로키(low key)대응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한 기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원 원장이 조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여서 조문 얘기는 나오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황 의원은 이에 대해 "원 원장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북한을 자극하거나 남북관계가 훼손될 수 있는 행동과 언급은 특별히 자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우리 국민들에게도 그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원 원장은 '김정은 후계체제'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으며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