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통합진보당을 절대 지지할 수 없다"

[금속노조 정치 지상토론 2] '빨리빨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등록|2011.12.21 13:22 수정|2011.12.21 13:22
우리 노동조합은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함께 한 곳이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로 우리도 휴업할 수밖에 없었고 힘든 시기를 견뎌왔다. 또한 우리는 쌍용자동차 해외매각 반대투쟁도 경험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면서 노동유연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만들어 시행한 그 시기에 말이다.

우리가 지금 그 정권들의 실세 역할을 했던 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진보당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 또 나는 한미FTA 비준을 추진했던 인물들을 말 한번의 사과로 용서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 내놓고 사과하면 끝인가? 그건 아니다. 지금도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투쟁하는 시그네틱스, 콜트악기 - 콜텍, 대우자동차판매, KEC,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있다. 먼저 간 위령들의 한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정리해고라는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어떻게 노동자의 정당에 참여할 수 있는가.

▲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면서 노동유연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우리가 지금 그 정권들의 실세역할을 했던 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정당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 2003년 3월14일 열린 두산중공업지회 배달호 열사 장례식에서 한 조합원 열사의 영정에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 <금속노동자> 신동준 기자 제공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이제 실효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당원으로서 활동도 해왔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가 만든 정당이었기 때문이었고,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민중과 함께하는 정당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쌍용자동차 해외매각을 누가 주도 했는지, 한미FTA를 추진한 세력이 누구인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그 세력과 합당한 통합진보당을 절대 지지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수구보수 세력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저들에게서 빼앗은 것이 없다. 오히려 우리는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 세력들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다. 정리해고를 당했고, 파견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850만 명에 이르게 됐다. 불법파견 판정에도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돼버렸다. 이런 비정상적인 세상을 노동자 민중이 주축이 된 정치 투쟁이 아닌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주도하는 선거만을 통해 얼마나 바꿔낼 수 있겠는가.

통합진보당이 어찌 노동자 정당인가?

노동자는 돈 대고 표 찍는 기계가 아니라 정치의 진정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 나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때 나온 의견 중 '현실적으로 실현해보자'라는 견해를 반대한다. 선거운동에 동원되고 돈 내고 표 찍는 활동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경험을 했지 않은가.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대통령 바꾸고 정권 잡으면 다 될 것처럼 주장하며 선거 캠프에 들어간 노동운동 선배 및 동료들을 말이다. 그들은 지금도 신자유주의 세력들과 함께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올바른 것처럼 활동하고 있다.

▲ 김상겸 금속노조 KM&I지회장이 12월5일 열린 노조 31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 2012년 정치투쟁 방침 현장발의안건 설명을 하고 있다. ⓒ <금속노동자> 신동준 기자 제공



야권 단일후보로 인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송영길 시장은 출마 당시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한미FTA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천지역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송도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야권단일화에 참여한 단체들과 정당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받아 안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당선되고 나니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그런 정치인들에게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더 이상 당하지 말아야 한다.

진보정당이 뿌리 내리기 전에 선거에 목매는 관성이 생긴 것 같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와 가지가 튼실하게 자라지 않을까. 우리는 왜 뿌리는 생각하지 않고 선거에 만 매몰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까? 진정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고, 민중이 주인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민중들에게 가까이 가고 민중들이 어떠한 고민들을 가지고 사는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 나가야 한다.

그런 가운데 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올 것이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서구의 진보적 정당들처럼 길게 보고 준비해 나간다면 튼튼한 진보정당을 건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내서 웃으면서 그날을 위해 아자!
덧붙이는 글 김상겸 기자는 KM&I 노조지회장입니다. 이 기사는 금속노동자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