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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논쟁'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일 수도...

[주장] 압도적 시민의 힘으로 공안정국 조성 기도 넘어서야

등록|2011.12.21 14:50 수정|2011.12.21 14:50
17년 전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정국에서도 처음 며칠 동안은 그것이 이후의 대대적 공안 탄압으로 이어지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두가 잘 알듯, 김일성은 김영삼과 정상회담을 얼마 앞둔 상황이었고, 추후 김영삼이 자신이 당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았다던 자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과 미국은 일촉 즉발의 전쟁 위기를 넘긴 후 상당히 극적이었던 제네바 협정 타결에 이어 심지어, 클린턴 미 대통령마저 애도의 뜻을 나타낸 따뜻한 화해 모드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학에서 통일 운동을 책임지던 필자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민족적 입장을 감안해 우리 정부에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조속히 애도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정할 것'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게시하였고, 이것이 그날 저녁 방송 3사와 조중동에 의해 '한총련, 김일성 조문 대자보 부착'으로 둔갑한 채 보도되어, 이후 수배, 구속 같은 고초를 당하게 하리라곤 예상치 못하였다.

문제는 그 이후 몇 개월 사이에 미디어의 프레임을 완전 뒤집어 지배한 '색깔론과 구별 짓기' 담론으로, 당시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이는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은 대대적 공안 탄압이었다. 그 중심에는 통일에 대한 철학과 이해가 부재했던 김영삼 정부와 분단 고착화를 선호하는 보수 강경파가 있었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 점에서 지금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향후 우려 역시 당연해 보인다. 현재의 국내 정세와 여권의 어려움을 감안해 보자면 제2의 박홍을 간절히 원하는 움직임은 분명 존재하고, 비록 과거처럼 성공적이지 못하다 하더라도 충분히 무대에 세워보고자 하리라 보인다.

또한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상황보단 '예외상황'에서 존재감과 영향력이 강해지는 주류 미디어적 특성을 만끽하는 지상파 3사, 그리고 조중동의 낭만적 향수와 내년 대선, 총선을 앞두고 수세에 몰린 보수 강경파의 몰상식적 정세 판단이 어우러져 향후 또다시 과도한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장밋빛 주판알을 굴릴 수도 있다는 정황은 이미 몇몇 군데서 포착되는 것 같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바로 그 순간부터 줄곧 모든 언론들의 프레임에서 '조문 논란'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의 집결에 효과적인, 과거 기억에 대한 무차별적, 반복적 재현의 영상이 전파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불온한 획책을 막을 수 있는 힘은 바로 우리 시민 모두의 부릅 뜬 눈과 압도적 창조성이다. 앞으로는 햇살 넘치는 시기라기보다는 폭풍 같은 시기가 다시 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람은 주류 언론의 주장처럼 북에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지배 권력으로부터 불어올 확률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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