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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북라인 붕괴...모략 한마디에 날아가"

정두언 의원 트위터에서 주장... "국정농단세력이 '반MB'라고 음해"

등록|2011.12.22 11:55 수정|2011.12.22 19:57
[기사 보강: 22일 오후 3시 20분]

국가정보원의 대북 인적정보(휴민트, Human Intelligence) 라인이 붕괴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에 벌어진 정치적 탄압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2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정부 출범 전에 소위 대북 휴민트체제가 와해되었죠. 그런데 그 이유가 가관이었어요"라며 "이들이 이명박 음해세력이었다는 거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국의 소중한 자산이 이런 모략 한마디에 날아가는 한심한 일들이 다반사였죠. 다 국정농단 세력이 벌인 일들"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인지 못하고, 북한의 특별방송 예고 이후에도 상황 파악에 실패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 핵심 실세였던 정 의원이 "정치적 탄압에 의한 휴민트 라인 붕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대북 인적정보라인 붕괴... '모략'으로 붕괴"

정 의원이 '국정농단 세력'이라고 지목한 사람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한 뒤 북한이 핫라인을 통해 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해와 정두언 의원이 당시 서훈 국정원 3차장을 불러 논의했었다"며 "그런데 서 차장이 정 의원 쪽과 가깝다고 판단한 당시 박영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 서 차장이 반MB 성향 인물이라며 물러나게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훈 전 차장은 김정은의 고모부로 최근 주목도가 더 높아진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당 행정부장)과도 농담을 주고받고, 늦게까지 술자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계속 차장으로 둘 수는 없다 해도 일할 공간을 만들어 줬으면 이명박 정부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시 3차장뿐만 아니라, 3차장실 전체가 교체된 걸로 안다"며 "이는 반MB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완전히 바꿔 '대북강경' 기조로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금호사무소 대표를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대북전략국 단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을 맡은 뒤 국정원 대북파트를 책임지는 3차장으로 일하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물러났다.

청와대 "대응 가치 못 느껴"... 서훈 전 차장도 "그렇게 생각 안해"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발끈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이는 국가정보원의 내부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러한 주장에 일일이 대응을 할 경우 우리의 정보 체계가 드러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에 광케이블을 깔아줘 무선 통화에서 가능한 감청이 어려워진 데다 그 당시 휴민트도 없애 정보력이 약화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 의원도 정권 교체 후 현 정부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알 것"이라면서 "정보력 부재 책임에 대해 현 정부를 지목하는 것은 여권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정 의원을 비판했다.

'반MB 라인'으로 몰려 축출된 당사자로 지목된 서훈 전 차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일이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 시절에 당선자 보좌역이었던 정 의원뿐 아니라 인수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났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을 때 국정원 후임 인선이 늦어져서 나를 포함한 차장 3명이 정보업무에 공백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후임 인선을 빨리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다"며 "정 의원이 과잉해석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영준 전 차관도 "정두언 의원이 사실 관계를 잘 못 알고 있다"며 "나는 서훈 전 차장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민트조직이 무너진 건 김대중-노무현 정부때라는 것은 국정원에 근무한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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