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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장학사들 옆에 앉혀 술 따르게 했다"

서울 초등교사들, 시교육청·인권위에 진정서... "막말에 술시중까지"

등록|2011.12.22 18:52 수정|2011.12.23 10:04
[기사보강 : 22일 오후 7시 12분]

"교장의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학교 운영으로 많은 교사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G초 교사 21명)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장의 막말에 심한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면서 생활한다."(C초 교사 37명)

'무소불위' 교장 밑에서 숨죽이던 초등 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집단으로 서명한 진정서를 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잇달아 접수하고 있는 것.

시교육청 긴장... "5∼6개 초등학교 집단 민원 움직임"

21일 서울 G초 교사 21명(전체교사 37명)은 서울시교육청에 집단 건의사항이 담긴 진정서를 냈다. 이 학교 K교장이 '비민주적 학교운영을 하고 있으며, 교실에서 젊은 여교사들을 장학사들 사이에 앉힌 뒤 술을 따르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국가인권위에도 진정서를 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서울 C초 교사 37명(전체교사 53명)이 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 학교 L교장이 '언어폭력을 심하게 하기 때문에 인격적 모독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 학교에 대해 지난 19일부터 종합감사를 벌였는데 "조사를 받던 교사들이 교장의 전횡을 고발하며 눈물을 흘려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두 학교 교사들의 요청은 "교장의 비민주적 전횡이 무서워서 같이 근무할 수 없으니 교장을 다른 곳으로 보내 달라"는 것. 시교육청 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초등 교사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낸 것은 무척 드문 일"이라면서 "그런데 최근 들어 초등 교사들의 교장집단 민원이 빈번해 5∼6개 학교에 이른다"고 상황을 전했다.

▲ 서울G초등학교 누리집 첫 화면 ⓒ


시교육청 장학사 출신인 K교장이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응모하는 초빙형 교장공모제로 G초에 온 때는 지난해 3월.

교사들은 진정서에서 "(교장) 개인 욕심에 기인한 보여주기식, 스펙쌓기식의 비민주적 비교육적인 학교 운영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교장이 개인적 교과연구회 조직 목적으로 120만 원이 드는 사설업체 연수를 강요했다"고 호소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 오후 2시 30분쯤, 이 학교 교장은 여교사 5명을 교장실로 불러 "내가 은퇴 뒤 교과연구회를 할 계획이니 직무연수를 들어라. 이끌어 주겠다"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업체를 소개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셀프리더십코칭을 하고 있는 사설 업체다.

진정서는 "특수부장 등 교사 9명이 이 연수를 듣는데 전체 수강료 1080만 원의 10%인 108만 원을 회식비로 되돌려줘 교사들이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학교는 학교 운영비 가운데 상당액을 같은 업체에 주고 1∼6학년 학생들의 교육을 맡기고 있다.

이에 대해 K교장은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수를 제안한 적은 있다"면서도 "교사 연수비의 10%를 돌려받은 적은 없으며, 더구나 학생들 교육비의 일부를 되돌려 받았다는 주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교실에서 장학사들 사이에 앉혀 술 따르게 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장학사 술 접대' 주장도 내놨다. 지난 5월 21일 오후 3시부터 한 초등학교 1학년 1반 교실에서 서울교대 동문 모임이 있었는데 이 지역 회장을 맡고 있는 K교장이 자신의 학교 여교사 4명을 장학사들 사이에 앉혀 술을 따르게 했다는 것. 이 자리에는 한 교육지원청의 교육장 G씨를 비롯하여 장학관, 장학사 등 6명(남자 4명, 여자 2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진정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이사이에 의자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여 어색하게 서 있으니 교장선생님이 사이사이에 끼어 앉으라고 하셨다. …(교장이) '술을 한 잔 드려'라고 시키셨다. 남자 장학사들에게 술을 따라드리고 또 술을 주셔서 억지로 먹어야 했다. 3, 4차례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K교장과 장학사들은 '미인이다. 애기 같고 귀엽다. 아우라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교사들은 진정서에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 기생이 된 기분이었다"고 충격적인 소감을 적어 놨다.

K교장은 지난 7월 11일에도 교무실에서 한 여교사에게 "웃을 땐 참 괜찮아 예뻐. 남자 여러 명 넘어뜨렸겠어. 교장 앞에서 항상 웃어"라고 말했다고 진정서는 전했다.

이에 대해 K교장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교실에서 소주와 맥주를 먹은 것은 맞지만 장학사들 사이사이에 여교사를 앉힌 일은 없다"면서 "더구나 술을 먹은 시간도 불과 1∼2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미인'이란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적어도 10분 이상 술을 따르고 마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교장은 또 "내가 동문회 지회장이기 때문에 행사를 주관하다 보니까 동문 선후배끼리 앉아서 인사를 나눌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무실에서 '남자 여러 명 넘어뜨렸겠어'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 내가 그럴 리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G교육장도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잠깐 격려와 인사만 하고 교실에서 나온 것 같다. 여교사들을 옆자리에 앉힐 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장의 막말 논란 C초 감사장은 '눈물바다'

G초에 앞서 진정서를 제출한 서울 C초 교사들은 "교장의 막말 때문에 심한 모욕감을 느껴 같이 생활할 수 없다"면서 이 학교 L교장의 전보 조치를 요구했다.

L교장 역시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 출신이다. 그는 "'다면평가에서 교무부장 점수가 낮다'면서 교사들에게 평가표 폐기 압력을 넣은 사실"이 지난달 17일 보도되어 교육청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 "교무부장 점수 낮다"... 교사 평가서 다시 작성?)

진정서에는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교사를 큰 소리로 면박한다", "윽박 질러서 교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37명의 교사들은 진정서에 공동 사인하는 한편, 교장의 전횡에 피해를 당한 개인 경험을 각자 문서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특히 교사들은 "올해 5월쯤 교장이 학생 수백 명이 모여 밥을 먹는 학교 식당에서 식판에 모아놓은 잔반을 한 아이의 입에 강제로 넣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22일 오후 전화를 걸었더니 "10분 뒤에 전화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뒤 이 교장은 전화를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주민투표 개입 혐의 초등교장은 중징계 요구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서울 K초 C아무개 교장의 징계를 의결하려고 했지만 당사자 불출석으로 연기했다. 앞서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C교장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무상급식을 찬성해야 교장에 임용된다'는 허위 내용이 들어간 전자메일을 서울지역 수천 명의 교장 등에게 보내 말썽이 된 바 있다.
(관련기사- "무상급식 찬성해야 교장 임용?" 메일 논란)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승진 점수체제로 민주성과 다양성을 배우지 못한 초등 교장들의 문제가 연말에 곪아 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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