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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북정책 바뀐다" - "전술적인 것일 뿐"

[전문가 긴급좌담 2] 김정일 사후 북한의 내일을 얘기한다

등록|2011.12.25 14:47 수정|2011.12.25 20:26

▲ 지난 22일 코리아연구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의 북한과 국제정세'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 코리아연구원 제공


(좌담1에서 이어집니다.)

좌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이희호-현정은씨의 조문 방북을 허가하는 등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펴는 이유에 대해 다소 다른 의견을 보였다.

김준형 교수(한동대)는 이같은 정책이 "보수층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조율 등에서 나타난 전술적인 움직임일 뿐이며 이를 획기적으로 확대 발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백준기 (사)연구센터코리아컨센서스 소장도 "신임 류우익 장관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나, 한미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아 그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희옥 교수(성균관대)는 "전략적 인내가 다한 미국이 한국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푸시해서 그게 통일부 장관 교체로 나타난 것"이라며 "앞으로는 MB 대북 정책이 상당히 유연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창현 민족21 주간 역시 "정부가 조문을 허가한 것은 팽팽한 의견 속에서 여론조사 결과나 언론의 의사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상반기중 남북간에 유연성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북 내부 분파 보다는 개혁에 따른 세대적 갈등 주목해야"

정창현 : 지금 현재 노동당 내에서 누구든 사람만 임명되면 저 사람 장성택 사람이다라고 해서 분파를 만드는데, 북에서 그런 파벌은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분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세대적 갈등이다. 2002년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7.1조치 이후 중국식 경제모델을 어느 정도 선까지 수용할 것이냐, 개혁의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가지고 북 내부에 논쟁이 봉합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금은 나선시와 남포 정도 개방을 할텐데, 계속 그렇게 가게 되면 본격적으로 북 내부 강온파 사이에 격돌이 있을 것이다.

이희옥 : 중국이 왜 그리 신속하게 지원할까. 크게 보면 북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북중관계가 중국의 일방적 영향력 하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이 대중국 정책을 효과적으로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북한의 존재방식을 둘러싸고 내부의 노선 투쟁들이 있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게 자력갱생일 수도 있고 개방을 통한 것일 수도 있는데, 자력갱생으로 가려고 하는 그룹들의 국제환경이 너무 안 좋은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선택한 것은 중국에 대한 것을 경협으로 푸는 것인데, 이게 의존의 딜레마에 빠진다. 그러면 북중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래칫 조항' 때문에 계속 (종속적) 산업연관성 속에서 움직여야 하므로 북한이 선택의 두려움에 빠진다. 그래서 북미관계나 남북관계로 모멘텀을 찾아나가려는 것이다.

사회 : 종합한다면 북한에서 예상되는 갈등은 김 교수 질문과 같이 김정은의 개방에 대해 성과가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이희옥 교수 말대로 어차피 북한이 새로운 모습으로 가는데 있어 대외 의존 딜레마를 가속화되는 것에 대한 내부 갈등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세대갈등이 같이 겹쳐서 나타난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김정일의 유훈이 이런 것을 예측 안했을 리는 없고, 그러면 개방이라는 정책적 유훈이 최근 2년간 보여줬던 대중적 개방으로 가는 노선이냐, 아니면 북미관계를 포함해서 전방위 개방이냐, 이 문제일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전방위개방 취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희옥 : 북한은 개방을 굉장히 전략적, 단계적으로 하는 것 같다. 동북지역도 압록강유역과 두만강 유역 매우 선택적으로 전략적 판단 속에서 한다. 중국이 예를 들어 나선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출어권 확보하고 그러면 북한의 관심은 압록강 쪽으로 가는 전략적 카드를 쓴다. 전면적 개방은 최근 2년 보였던 북중동맹 선에서 하는 것이지, 선을 넘기 어렵다. 개혁개방은 중국의 경험들을 배워서 중국 적용하는 과정이 있는데, 실제로 연해개방지역 기술자 파견을 예전엔 단속적으로 갔는데 최근엔 규모있게 가고 시간도 석 달 정도 체재하는 식으로 간다.

사회 : 미국이 이번에 제네바 북미회담을 하고 미 입장에서 북한을 '동맹전이'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을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북한이 중국에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남북미가 같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DJ정부가 미국을 많이 설득했었다. 그런 포지션을 미국에서 받아들일 수 있나.

김준형 : 오바마가 처음에는 그렇게까지도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는 오히려 상당기간 북한은 북중동맹의 기반위에 선택적으로 미국을 선택하고, 그 정도 선에서 미국은 북한을 관리하는 선에서 충분히 만족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스템이 상당히 오래간다고 본다.

"미, 북한문제 양다리... 내년 대선까지 큰 시도 하지 않을 것"

사회 : 미중 협조체제 하에서 중국이 북한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미국은 지속시키고자 할 것이란 건가.

▲ 김준형 한동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김준형
: 미국이 계속 줄타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천안함때나 연평도 때 이삭줍기를 했다고 본다. 초기에는 뭔가 구도를 바꾸거나 북미관계나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등 상당히 그랜드한 목표가 있었는데 국내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사정때문에 뒤로 갈수록 미국은 북한문제에 대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적어도 내년 선거까지는 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오바마가 재선된다면 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기간에 만약 공화당으로 넘어가면 북미관계가 나빠질 수도 충분히 있다.

사회 : 이번 제네바 회담과 식량지원 같은 것은 미 대선에 북한이 돌발변수가 되지 않게 관리하는 수준일 것이라는 얘기인가?.

김준형 : 이걸 업적으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 : 달리 생각하는 사람 있나요?

정창현 : 미국은 그렇게 생각할 텐데, 북이 고분고분 따라오면 좋지. 그러나 경수로 짓는다고 하고 새로 개발된 미사일 쏘고, 광장의 시위 등으로 거스른다. 위협만 하는게 아니라 헥커 박사 불러다 보여주고...

김준형 : 북한이 모험주의 안한다는 점에서 김정일 죽음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미국이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오바마가 재선될 경우 타이밍이 맞을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 정권교체까지 겹치면...

사회 : 그 말씀은 미국은 김정일 사망으로 식량지원이 연기되고 6자회담이 연기되는게 유리하다고 보는 거냐. 원래 우리가 예상한 것은 12월 22일 제네바합의 하고, 1월 식량 가고, 2월 6자회담이었는데 순연된 것이다. 이것이 오바마에 유리하다는 뜻인가?

백준기 : 결국 잘된 것 아닌가. 김정일이 할 것은 다 하고 갔다. 안된 게 남북 관계였는데, 북-중, 북-러관계 제도화했고 북미관계 개선단계다. 외교적으로 완결시키는게 아니가. 북미도 몇 달 차이 있지만 제도화 과정에 들어간 게 아닌가 한다.

사회 : 어떤 제도화 말인가.

백준기 : 3차 협상에 막혔지만, 6자복귀로 가서 다시 한번 핵 뿐 아니라 북한 문제를 6자라는 제도안에서 풀기로 결정한 게 아닌가. 늦춰지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원하지는 않는다. 클린턴이 '약속' 강조한 이유가, 이 회담을 빨리 진행시켰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사망 직전까지 프로세스가 가고 있었다.

"6자회담 연기되고 키리졸브 훈련 강화되면 우발적 상황 우려"

사회 : 이 기조가 김정일 사망으로 뒤집어지진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인데 여하간 두고보자 . 2012년 2월은 김정일 생일이 있고 이 시기에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된다. 핵안보정상회의가 곧 있고, 천안함 1주년도 있다. 2월 6자회담으로 분위기 부드럽게 갈 거라 했는데 6자회담 연기되고 키리졸브 강화되면 우발적 상황이 우려된다.

정창현 : 이명박 정부가 이희호 여사 조문방북은 제한적 허가하고 나머지는 막을 것이라고 봤는데 민간 조의문까지 허가했다. 이걸 보면 핵안보정상회담 이전에 돌파구 내려고 하지 않겠느냐 본다.

사회 : MB가 선택할 만한 돌파구는 총리 회담 같은 것 말인가?

▲ 정창현 민족21 주간 ⓒ 코리아연구원

정창현
: 아니, 금강산 회담이다. 금강산은 실제 논의 안에 들어가면 우리도 손질할 게 많다. 3통 문제를 노무현 정부때도 그렇게 풀려했는데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전략적 사고를 한다면 지난 10년간 3통 하나 못 풀었는데 우리가 풀었다, 그걸 기초로 해서 확실한 관광객 안전 확보했다면서 봄부터 열고 가면 된다. 더 이상 가느냐 여부는 이명박 외교안보라인의 문제이다.

김준형 : 그러려면 예전만큼 위력적이진 않지만, 여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카드인 북풍 카드를 포기해야하는데, 그러면 MB와 박근혜 등 후대와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

사회 : MB가 여전히 보수진영의 단결이라는 국내정치 포지션 때문에 남북관계는 지금과 같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인가.

김준형 : MB에게 얼마만큼의 권력이 남았다고 보는지가 문제다.

백준기 : 정치, 사회적 비용 들이지 않고서 국면 전환할 기회 좋은 기회라고 본다. 그러나 과연 현 정부에게 그런 의지가 있을까가 문제다.

이희욱 : 천안함-연평도에서 봤듯이 우리 의지대로 중국이 행동해주지 않는다. 미중 협조 체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 미중 이익이 충돌하면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보여준 게 작년 중국이 보여준 거친 외교이다. 키리졸브를 지금 이상으로 확대하든지 하면 중국이 한반도 관리 태도를 다르게 취할 수 가능성이 크고 한중관계 악화를 통해 우리 외교적 입지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선택 여지가 크지 않다. 국내 보수세력의 영향을 받아 강경한 기조로 끌고 가기에는 지금 국면이 녹록치 않다.

백준기 : 그렇게 희망하지만, 국내 보수세력이 그렇게 유화적일 수 있겠느냐에 회의적이다.

사회 : 미국이 대중정책을 그대로 가져가느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나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가져가느냐에 미국내부 이견이 있나.

김준형 : 있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든 결정 안하는 게 정답이다. 완전히 해결돼도 영향력을 잃어버린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충실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최근 북-미 대화, 상당한 의견접근 있었다"

정창현 : 내 생각에는 최근 북미 대화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오갔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쌀도 아니고 영양식 얼마 받기 위해 우라늄 농축 중단하고, IAEA 사찰받고, 조문 받아들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북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그 뒤 북한이 요구하고 미국이 발표하지 않은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사전조치 하라고 요구한 것을 북한이 다 받았다. 그래도 한미가 안 나오면 중국이 북한에 할 말이 없어진다. 이건 판을 깨자는 것이다. 거기까진 가지 않을 것이다. 상당한 의견접근 있었다.

사회 : 왜 미국이 받았는지 확인해야겠다.

정창현 : 2009년말부터 2010년까지 뉴욕채널과 다른 채널에서 북미간 많은 얘기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미국이 궁금한 것, 즉 우라늄 농축, 탄도미사일 수준, 후계구도 등을 북이 스스로 공개해준 것이다.

"핵을 논의하는 6자회담은 끝나... 북, 평화협정 문제 제기할 것"

▲ 사회자 이정철 숭실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사회
: 북의 양보와 유도가 우리 생각보다 높다는 뜻인가?

정창현 : 미국이 협상 국면에서 뭘 하는게 아니라, 오바마 정부는 비확산이라는 전제가 관철되면 그 안에서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거기서 조금 더 개입해서 대화의 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6자회담은 빨리 열고 그 안에 경수로, 평화협정 등을 하려하지만 이건 쉽지 않다.

남쪽 정권이 교체되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준비가 들어가고 미국에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는 구조에서나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구조에서 지금 6자회담에 가면 아마도 기술적인 부분에선 발전하겠지만 큰틀을 깨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했는데, 이것은 6자회담 틀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핵을 논의하는 6자회담은 끝났다는 것이다. 이제는 핵보유국으로서 평화협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둘이 핵협상 하자고 하는 건 오버인 것 같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평화협정을 같이 바꾸는 형태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말은 쉬운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이다.

사회 : 문제는 평화협정 논의 등 북의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것 아닌가.

김준형 : 헥커 박사등 불러서 북한이 다 보여주고,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우리는 다 포기할 수 있다고, 그러나 우리가 가진게 이만큼이라고 보여준 거다. 당시 미국은 그런 얘기 듣고도 안 믿었다.

사회 : 정 주간은 제네바 합의에서 논의될 것이 어떤 수준이었다고 보나.

정창현 : 6자회담을 재개하고 그 내에서 협화협정을 논의하는 방식과 절차, 시점은 타결됐다고 본다. 그러나 그걸 열고 논의해보면 상당히 먼 과정이 있을 것이다.

이희옥 : 중국도 후진타오 체제가 내년 10월 종료된다. 외교적 성과를 고민해야 한다. 6자회담 모멘텀을 잘 관리하고 한중관계 악화시키더라도 이것은 전략적인 것이다. 북중간에 6자회담 재개는 세 차례 정상회담에서 지속적 합의한 사항이다. 협의에 대한 전권을 북한에게 턴키베이스로 넘겨준 것 같다.

"MB 유화적 국면은 전술적 움직임일 뿐" - "앞으로 유연해질 듯"

사회 : 우리들간에 핵안보정상회의 전후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MB가 지금과 같은 유화적 국면으로 나온 이유는 뭘까. 미국의 종속변수라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고, 개과천선 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웃음).

김준형 : 원래 이미지를 중시했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리한가 계산했을 것 같다. 보수층을 크게 건드리지 않은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했다고 본다. 그것을 획기적으로 확대 발전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미국과 조율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술적인 움직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이희옥
: 원래 MB정부 출범시 엄격한 상호주의를 취하고 그 성과로 후반기에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게 기조였다. 선택한 정책은 한미동맹-한중관계를 공고화시키고 북 고립시킨다는 것이었으나, 그게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한중관계는 나빠지고 한미관계는 공고화됐지만 북중동맹이 공고화됐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다했다. 이때 미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한국에 푸시하는 것이다. 그게 통일장관 교체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MB의 대북 정책이 상당히 유연하게 나타날 것이다.

사회 : 외적 영향으로 인해 전환을 했고 대북정책에 진의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

이희옥 : 정책 전환하기가 쉬워진 것이다. 컨팅전시가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10년만에 찾아온 기회'라는 것들이 예사롭지 않은 멘트라고 본다.

정창현 : 이번 이명박 정부가 조문허가를 한 것은 팽팽한 의견속에서 여론조사 결과나 언론의 의사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진짜 잘못될 수도 있구나' 하는 대중적 정서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반기중 남북간에 유연성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백준기 :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문제 정책 기조는 한반도 문제의 한미동맹화라고 본다. 국제화가 아닌 한미동맹화는 문제를 협소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하려고 하는 시도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그 범위인데, 제한적이지 않을까 한다. 한미관계 내에서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정창현 : 우스개 소리지만,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미국이 변하면 좀 따라갔으면 좋겠다. 한미동맹인데 왜 안 따라가나.(웃음)

김준형 : 미국이 영향을 끼쳤지만, 예를 들어 '우리가 참아줬으니까 니가 해라' 정도의 압력이 아니고, 알아서 자기가 필요한 만큼 움직이는 것 같다. 이번에도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이지, 미국이 전화해서 지시를 받은 수준은 아닌 듯하다.

사회 : 데프콘, 워치콘은 올리려다가 미국 때문에 못 올렸다. 그건 눈치를 본 것이다. 정보 문제에 관해서는 각국이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다면 소소한 정보의 차이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자.이제 김정일 없는 2013체제 어떨 것인가 간단하게 얘기하고 정리하자.

"북에 대한 레버리지 잃은 상태... 호기 이용못해 답답하다"

▲ 백준기 한신대 교수 ⓒ 코리아연구원

백준기
: 내년 1년만 안정된 기조를 유지한다면 2013년에는 국제관계 질서에서 새로운 공간이 창출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싶다.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에 온전한 재진입의 해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러 국가통합성에서 아시아 재진입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유럽러시아와 아시아러시아간의 경제적, 지역적, 안보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출발이 2012년 9월 APEC회담으로 본다. 두 가지를 통해 돌파하려 했다. 첫째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가서(입구) 북한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출구). 그러려면 북과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북의 경제문제를 구조적으로 푸는 것은 결국은 에너지 문제이다. 식량문제로 풀릴 수는 없다. 고정적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주고 두번째는 정기적 자본이 들어갈 수 있게 하자. 북이 흔들이면 극동시베리아계획2025가 다 흔들린다. 내년 APEC도 보장 못한다. 작년 북과 러시아가 구조적 전환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본다. 외부적으론 가스파이프, 군사적인 것도 논의됐을 것이다. 북은 원조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파이프라인 개설되면 매년 최소 1억 달러(북한의 1년 무역총액과 맞먹는다)가 안정적으로 들어간다. 러시아가 이 정도 해주면 북한이 지탱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게 아닐까. 김정일 방러에서 마지막 합의한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은 올해가 대외관계를 일단락하는 의미있는 해라고 생각한다.

정창현 : 김정일 위원장이 안 피던 담배를 다시 피고 위스키를 다시 마시기 시작한 시점에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고, 자기 시대를 결산하고 새 후계자에게 뭘 남겨줄까 하는 고민이 2008년 쓰러진 이후 많지 않았나 한다. 그런 고민이 지난해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키고 당-군을 김정은 사람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지금 유고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안정적으로 승계과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3대세습 비판과 별개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내려오는 것이 북쪽의 세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새로 등장하는 김정은 체제는 북의 3-4세대들의 생각과 지향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에 핸드폰이 100만대 이상 보급돼 있고 젊은 세대의 의식구조가 굉장히 바뀌고 있다. 블라디보스톡에 가면 북쪽 노동자가 1만 명이나 나와 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중러에 나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다시 들어간다. 그런 의식을 마냥 억누르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루고, 게임을 즐기고, 채팅을 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20-40대 세대들의 의식은 그런 편리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김정일 체제보다는 김정은 시대가 개혁적인 행동에 나서기 훨씬 유리한 조건이지 않을까. 일부에선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들면서 김정은이 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1994년 김정일이 물려받은 조건보다는 김정은이 훨씬 좋은 조건이다. 더군다나 내년은 북쪽이 지난 몇 년간 사활을 걸고서 노력한 성과물이 일정하게 나오는 해이므로 체제 정당성을 선전할 수 있다.

이희옥 : 2013년 체제가 국제적으로 보면 새로운 권력변동이 나타나지만, 북한 문제를 볼 때 북한의 유사 보다는 연착륙이 모든 국가나 지역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가 어떻게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면한 주요정책들이 불러오는 위험도 훨씬 크고, 미중관계도 불확실성들이 있어서 현상을 타파하며 생기는 위험들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추세에 맞게 우리가 대북정책을 조정하는 것들이 한반도의 2013체제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도 과거처럼 닫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는 열고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가 불확실성 보다는 상당히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김준형 : 김정일 사망시 타이밍이 좋다는 생각과 나쁘다는 생각이 다 들었다. 북측으로 봐서, 김정일의 부담보다는 김정은이 자유롭기 때문에 그동안의 북미관계나 남북관계가 교착으로 간 것을 새로운 리셋(Reset)할 수 있어 좋다고 봤다. 한국으로 봐선, 노무현 때나 내년에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했다. 왜냐면 우리가 레버리지를 다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호기를 이용할 수 없는게 너무 답답했다. 지금 우리가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었으면, 상당히 선제적으로 중국과 비슷한 정도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도발이나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가는 것은 없어서 낙관적이지만, 확실히 어떤 돌파상황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관련 6개국이 다 무의식중에 합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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