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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복에 대한 나의 생각

등록|2011.12.26 17:04 수정|2011.12.26 17:04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합니다. 저는 교복자율화에 대해 제의견을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최대한 자세히 쓸려고 노력하겠습니다(대부분 제경험입니다).

알다시피 많은 어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제시하며 '교복없는 중학교'를 싫어합니다. 좋지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중1이 되는 저와 제 친구들은 교복을 입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6년동안 입던 사복이 아닌 교복을 입기는 정말 싫죠.

학생다움이 단정함인가요?

다른 이유로 교복자율화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학생다움'이란 것은 누가 규정한 것입니까. 이것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학생다움은 단정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에 충실해야 함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의 제약을 따르게 하는 것은 좋지만, 무조건 전국의 모든 중고등학교가 교복을 입는 것은 반대합니다. 염색, 악세사리, 짧은 청치마, 스타킹, 화장 등은 확실히 제약을 가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다움'은 개인이 추구해야할 가치이지, 학생 모두의 복장을 똑같이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안에서 교복으로 통일성을?

교복 입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교복을 입으면 어느 학교인지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듭니다. 또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있으면 단정해 보여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의 눈에 좋게 보이는 통일성입니까?

옷은 누군가의 눈에 보이기 위해 입는 것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단정해보이기 위해 입는 것은 남의 눈에 잘 보이려고 옷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아보이더라도 당사자가 싫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제복처럼 입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통일성을 위해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왜 나오는 것일까요. 학생들일 통제·관리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리를 위해 옷을 통째로 똑같이 입히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학습에 나갈 때는 안전 문제가 있겠지만 학교 안에서 교복으로 통일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합니다. 어차피 밖에서는 사복을 입기 때문입니다.

교복은 빈부격차를 가리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복자율화가 된다면 빈부격차가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빈곤한 학생들이 상처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하지만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빈부격차가 가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바보같지도 않습니다. 달랑 옷차림 하나로 빈부격차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가방, 외투, 학용품, 평소의 소비 습관 등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과 성적, 성격, 사는 곳, 가족 등에서 이미 격차가 있습니다. 교복을 입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력의 차이만 숨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교복을 입으면 빈부격차가 거의 없어지는 것처럼 말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모두 똑같은 양복을 입었다고 해도 그 속에서 격차가 있습니다. 양복에도 명품이 있듯이 교복에도 메이커가 있습니다. 물론 가격 차는 덜 하겠지만요.

저는 학생들 사이에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성적과 옷차림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자유와 평등, 개성의 존중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6년의 학교 생활에서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이 개성의 차이를 숨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비싼 옷이나 귀금속 악세사리를 하는 것 등에 대해 제약이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복을 입는 것이 경제적이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교복은 경제적이고 사복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복값은 몇십만 원입니다. 유명상표의 교복들은 더 비쌀 뿐더러 하복, 동복, 체육복도 사야합니다. 게다가 교복은 학교에서만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살이 찌거나 키가 크면 새로 사야하기도 합니다. 최소 두 벌은 사야 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가격이 싼 사복을 사 입지 않습니다. 유명상표 옷을 사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교복따로, 사복따로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어디가 경제적인지 모르겠습니다.

멋을 부리기 때문에 학업에 소홀해져요?

누군가는 "사복을 입으면 멋을 부리기 때문에 학업에 소홀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복을 입는다고 성적이 떨어진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고, 그런 연구결과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사복을 입는다고 모범생의 성적이 뚝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증거 없이 멋부리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 중에는 짧은 청치마를 자주 입는 애가 있는데, 성적도 좋고 항상 임원을 맡기도 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자율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장, 파마, 비싼 악세사리, 염색, 짧은 청치마에 스타킹, 과하게 비싼 의류 착용 등을 강하게 제제하면 학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멋을 부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른 배경을 두고 비교하지 마세요

영국과 미국 사립학교에서는 교복을 입습니다. 어른들은 '좋으니까 입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틀렸습니다. 교복을 입는 학교는 소위 '엘리트 사립학교'입니다. 그들은 1000만 원에 달하는 학비를 내는 명문학교입니다. 그들에게 교복은 역사와 전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며 교복을 입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범한 중학교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교복 착용을 자신이 직접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입어야 합니다. 다른 조건을 두고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실패한 정책이라고 무조건 안 되나...

어른들은 "교복 자율화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때가 1983년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이고, 애플사의 매킨토시가 세상에 나오기 일 년 전입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당시 학생들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생각조차 다릅니다.

과거에는 틀렸다고 해서 현재에도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실패했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명분과 그 정책이 실행될 당사자들이 정책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교복 자율화가 학생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것과 이 취지가 학생들에게 잘 알려진다면 좋은 정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중학교가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직접 교복자율화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정말 필요하다면 교복을 계속 입겠다고 하겠죠. 학교의 사정, 집안의 사정은 학생이 더 잘 알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복 자율화 문제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른이 결정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학생이지 어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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