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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와 보너스 인생

임플란트 인공치아 시술은 의료보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등록|2011.12.26 09:58 수정|2011.12.26 09:58
인공치아 임플란트

지난 17년 동안 10개 자연치아를 인공치아로 교체하였다. 처음 임플란트를 시술한 1995년에는 임플란트 기술이 잘 알려지지 않은 최신기술인지라 잇몸치료와 인공뼈이식 금액까지 합친 시술 비용은 봉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부담되는 돈이었다. 요즈음 11번째 인공치아를 임플란트 시술 중이다. 파노라마 X선 사진에는 10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11번째이다.

임플란트 시술사진파로라마 X선 사진, 사진에서 좌측이 실제로는 우측이다. 두 번째 시술한 왼쪽 아래 인공치아 어금니 아랫부분이 보인다. ⓒ 정부흥


어릴 적부터 심하게 벌어진 앞니 때문에 심한 콤플렉스가 생겼고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항상 조심스러워 시원스럽게 웃음 한번 웃지 못했다. 1989년 직장 따라 대전으로 이사 와서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면서 치과의사인 후배를 소개받았다. 후배는 앞니 간격을 좁히는 시술을 권했고 나는 평생 가슴앓이를 도려내는 일이라 흔쾌히 동의했다.

파로라마 X선 사진, 사진에서 좌측이 실제로는 우측이다. 두 번째 시술한 왼쪽 아래 인공치아 어금니 아랫부분이 보인다.

앞니들은 뾰족하게 갈렸고 그 위에 새로 만든 이를 씌웠다. 좌우로 두 개 치아를 지주로 사용하였으니 모두 6개 앞니가 한 개로 연결된 셈이다. 고르고 멋진 치아가 되었으나 4~5년이 지나면서 6개 모두 흔들거리더니 머지않아 모두 뽑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앓아온 당뇨병이 한몫했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위턱과 아래턱이 부딪칠 때마다 아래턱의 앞니들이 위턱의 인공치아를 쳐올려 흔들거리게 되면서 잇몸에 심한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앞니 6개를 뽑고 나니 '40대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 틀니나 브리지 치료방식에 크게 놀라 거부감을 갖다보니 당시 최신 기술인 임플란트 방법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4개 뿌리를 심고 6개 인공치아를 얹었다. 한 개 금액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4개를 동시에 하려고 했으니 대단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미국에서 임플란트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입국한 S원장을 소개받았다. 매월 일정액씩 할부로 갚기로 하고 잇몸치료, 인공뼈이식, 인공치아 시술비를 2년 가까이 갚았다. 치료 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연치아와 똑같이 사용했으니 내가 임플란트 인공치아 전도사가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다. 치아관리와 S원장 등식도 이때 생겼다.

임플란트 치아의 결점

당뇨병을 지병으로 오래 앓으면서 나이가 들어가니 치아가 급속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까지 10번째 임플란트를 시술했다. 이제 당분간 치아문제로부터 해방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머잖아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약간 흔들린다.

자연치아에는 외부충격을 흡수하고 세균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치아와 뼈 사이에 얇은 보호막이 있어 강한 지지력이 있으나 임플란트 인공치아에는 이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인공치아의 결점을 보완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적인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삼가며 세균이 침범하지 못하게 치아를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자연치아도 그렇지만 특히 인공치아는 아주 사소한 이상증상이라도 느껴지면 곧바로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는 것이 17년 간 큰 탈 없이 인공치아를 관리해온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어느 날 오른쪽 아래 인공치아가 흔들거렸다. 잇몸뿌리에 아무런 이상을 못 느꼈고 4~5년 전에 시술한 치아라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보다는 인공치아 위부분의 나사가 풀린 것 정도로 생각하면서 S병원을 찾았다.

X선 사진을 판독하고 문제의 어금니를 진찰한 의사는 인공치아의 연결부분 일부가 떨어져 나가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단단히 결속할 수 없어 흔들린다는 것이다. 아랫부분 인공치아는 뼛속에 완벽하게 박혀있어 다시 시술하기 위해서 제거해야 할 일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란다. 뼈에 박힌 치아의 뿌리에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상항을 이해하겠지만 연결나사의 한쪽이 깨진 것이 원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들었다.

담당 간호사는 "드문 경우이지만 인공치아의 재질결함으로 인한 사고이니, A/S를 받을 수 없으며, 치료비 전액을 환자부담으로 다시 시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쪽에서 힘을 받아야 할 아래쪽 어금니가 옆쪽에서 작용하는 힘을 받아 발생한 사고로 보이는데도 말이다.

몇 번을 고쳐 생각해봐도 불합리한 병원 측 처사라는 생각이었다. 다음에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S원장과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나의 착오와 병원 측의 잘못으로 생각되는 사항을 구분하여 지적하고 전액 환자부담의 불공평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S원장은 합리적인 사람이었고 나의 의견은 개진되어 병원과 환자가 공평하게 11번째 임플란트 시술비를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내 생각은 '인공치아의 측면 나사 파손 원인은 재질불량으로 볼 수 없다. 오른쪽 위·아래 어금니 3개를 동시에 시술하면서 우측은 어금니가 없는 공백상태가 되어 왼쪽 어금니만으로 음식을 씹어야 하는 기간이 1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왼쪽 어금니에 엇방향 힘이 집중적으로 실렸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다'였다. 

나의 잘못은 '한쪽 어금니 3개를 한꺼번에 치료받으려 했던 무지에 있었고 병원의 잘못은 이러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을 주지시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기엔 상관이 없어 보인 오른쪽 어금니와 왼쪽 어금니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고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온전치 못하다는 생명의 존재법칙을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병원은 치료비 절반을 못 받았지만, 나는 치과의자에 누워 한 시간 가량 글라인더로 뼈를 갈아내는 몸서리쳐지는 고문을 받아야 했다. 의사는 둘이서 번갈아가면서 시술했지만 나는 누구와도 내 몫의 고통을 나눌 수 없었다.

치아와 생명

동물들은 치아가 상해 먹이를 잡을 수 없거나 먹을 수 없으면 자기의 생명이 다 함을 알고 죽음을 받아드린다. 오직 인간만이 인공치아로 대체하여 생명을 연장한다. 인간에 의해 발달된 의술은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본래 지닌 장기도 인공장기로 교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여 인간의 수명은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죽음 앞에 모든 인류는 비교적 공평했다. 그러나 앞으론 가진 돈의 차이에 따라 수명의 길이가 정해질 것이다. 앞니가 없어 함몰된 시골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더불어 가는 사회, 껴안고 가는 사회가 되려면 동물적 본능행위인 음식을 먹는 치아의 보존을 위한 사회보장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임플란트 인공치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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