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순례자의 선물
[배낭돌이의 서(西)티베트 여행기④] 신이 살고 있는 산, 카일라스
티베트 카일라스 여행 2일차. 나(배낭돌이)는 카일라스 서쪽 입구에서 출발해 카일라스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도는 코라를 이어나가고 있다.
카일라스 중심에 있는 봉우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어머님(장모님)의 유품을 내려놓고 카일라스 출구를 찾아가는 길. '이제는 어머님께서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겠지.' 지난 1년 동안 놓아 드리지 못한 끈을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니 가슴 한쪽에서 휑한 바람이 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평온하다.
불경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타르쵸
전날과는 달리 나는 카일라스를 도는 순례자들을 여럿 만나게 됐다.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으로는 불경을 외우는 사람들. 현대 문명을 받아들이고 사는 나에 비해 가진 것 없고 불편한 것도 많아 보이지만, 이들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삶의 여유와 소소한 행복을 가지고 살아간다.
카일라스에는 많은 순례자가 찾아오지만 길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길 중간마다 티베트인들이 만들어 놓은 타르쵸(룽타라는 말과 불경이 적힌 천이 여러 장이 엮여 있는 것)가 길을 안내해 준다. 덕분에 이곳에 처음 오는 순례자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코라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바람을 타고 달리는 룽타가 부처의 뜻을 세상에 전하듯 저 멀리 바람에 날리는 타르쵸가 순례자들의 길잡이가 돼주는 것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쵸를 바라보며 걸어온 길. 내 등 뒤로 강한 바람이 나를 돌려세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몸을 돌리니 저 멀리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내 육체와 정신에 자연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푸른 하늘과 그림같이 펼쳐진 자연의 모습,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이는 바람의 이야기와 머리 위에서 적당하게 나의 몸을 녹여주는 따듯한 태양…. 어쩌면 카일라스가 정신없이 앞으로만 가는 내게 '잠시 쉬었다가 가라'며 붙잡은 것은 아닐까?
편지와 사진 그리고 돈
한쪽에 놓인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자연과 교감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들리는 차량 경적 소리는 물론 사람들의 말소리, 심지어 휴대전화 벨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은 비싼 5성급 호텔방보다 아름답고 안락하다.
자연의 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엉덩이의 먼저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 보이던 타르쵸가 어느새 내 앞에 있다. 타르쵸 바로 옆 카일라스 봉우리가 잘 보이는 곳에 있는 큰 바위에 티베트인들이 야크 버터를 뿌리고 그 위에 돈(중국 마오)과 편지 그리고 가족들의 사진을 붙여놓았다. 알 수 없는 티베트 글씨와 사연, 그리고 알 수 없는 사진들이 나의 가슴 한쪽을 공허하게 만든다.
큰 바위를 지나 타르쵸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곳에 비해 무척 규모가 크다. 이곳에서는 카일라스의 중심 봉우리가 보이는 것은 물론 봉우리 맞은편 만년 빙하가 카일라스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비취색 물줄기를 그려 놓은 티베트 만년 빙하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카일라스로 향하고 있는 만년 빙하의 모습이 장관이다. 만년 빙하는 자신의 몸을 녹여 카일라스 봉우리 방향으로 비취색 물줄기를 그려 놓았다.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히말라야 설산의 빙하 호수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애절해 보이는 듯한 작은 물줄기가 카일라스를 그리워하는 듯. 만년 빙하의 애틋함이 뭍어난다.
만년빙하를 지나 이어지는 코라. 한참 동안을 내리막길이 이어지더니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오전에 걸었던 길과는 달리 조금은 순탄해 보이는 길. 하지만 이곳 역시 해발 4000m가 넘기 때문에 거친 호흡이 이어진다.
다른 산에 비해 조금은 어두운 색을 띠고 있는 카일라스.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산으로 느껴졌지만, 코라를 도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와 두통, 고산지대에서의 무리한 일정 때문에 내 입술은 어느새 보라색이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 상태와 비교하면 기분이 매우 좋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글로는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조금씩 나의 '행복 게이지' 채워 육체의 고통보다는 정신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걸으면 걸을수록 뚜렷해지는 정신. 어쩌면 이곳을 찾는 4개의 종교 순례자들은 이 길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고, 종교에 대한 기도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카일라스 중심에 있는 봉우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어머님(장모님)의 유품을 내려놓고 카일라스 출구를 찾아가는 길. '이제는 어머님께서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겠지.' 지난 1년 동안 놓아 드리지 못한 끈을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니 가슴 한쪽에서 휑한 바람이 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평온하다.
불경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타르쵸
▲ 자연 길을 따라 순례를 도는 순례자들 ⓒ 오상용
전날과는 달리 나는 카일라스를 도는 순례자들을 여럿 만나게 됐다.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으로는 불경을 외우는 사람들. 현대 문명을 받아들이고 사는 나에 비해 가진 것 없고 불편한 것도 많아 보이지만, 이들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삶의 여유와 소소한 행복을 가지고 살아간다.
카일라스에는 많은 순례자가 찾아오지만 길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길 중간마다 티베트인들이 만들어 놓은 타르쵸(룽타라는 말과 불경이 적힌 천이 여러 장이 엮여 있는 것)가 길을 안내해 준다. 덕분에 이곳에 처음 오는 순례자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코라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바람을 타고 달리는 룽타가 부처의 뜻을 세상에 전하듯 저 멀리 바람에 날리는 타르쵸가 순례자들의 길잡이가 돼주는 것이다.
▲ 뒤를 돌아보니 그림같은 자연의 모습이 펼쳐져있다. ⓒ 오상용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쵸를 바라보며 걸어온 길. 내 등 뒤로 강한 바람이 나를 돌려세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몸을 돌리니 저 멀리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내 육체와 정신에 자연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푸른 하늘과 그림같이 펼쳐진 자연의 모습,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이는 바람의 이야기와 머리 위에서 적당하게 나의 몸을 녹여주는 따듯한 태양…. 어쩌면 카일라스가 정신없이 앞으로만 가는 내게 '잠시 쉬었다가 가라'며 붙잡은 것은 아닐까?
편지와 사진 그리고 돈
▲ 떠난 이들의 사진과 돈을 붙여놓은 순례자들 ⓒ 오상용
한쪽에 놓인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자연과 교감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들리는 차량 경적 소리는 물론 사람들의 말소리, 심지어 휴대전화 벨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은 비싼 5성급 호텔방보다 아름답고 안락하다.
자연의 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엉덩이의 먼저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 보이던 타르쵸가 어느새 내 앞에 있다. 타르쵸 바로 옆 카일라스 봉우리가 잘 보이는 곳에 있는 큰 바위에 티베트인들이 야크 버터를 뿌리고 그 위에 돈(중국 마오)과 편지 그리고 가족들의 사진을 붙여놓았다. 알 수 없는 티베트 글씨와 사연, 그리고 알 수 없는 사진들이 나의 가슴 한쪽을 공허하게 만든다.
▲ 흘러 내린 빙하는 카일라스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 오상용
큰 바위를 지나 타르쵸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곳에 비해 무척 규모가 크다. 이곳에서는 카일라스의 중심 봉우리가 보이는 것은 물론 봉우리 맞은편 만년 빙하가 카일라스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비취색 물줄기를 그려 놓은 티베트 만년 빙하
▲ 비취색 물줄기를 그려놓은 티베트 만년빙하 ⓒ 오상용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카일라스로 향하고 있는 만년 빙하의 모습이 장관이다. 만년 빙하는 자신의 몸을 녹여 카일라스 봉우리 방향으로 비취색 물줄기를 그려 놓았다.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히말라야 설산의 빙하 호수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애절해 보이는 듯한 작은 물줄기가 카일라스를 그리워하는 듯. 만년 빙하의 애틋함이 뭍어난다.
▲ 조금은 순탄해 보이는 길. 하지만 이곳의 높이는 해발 4,000m가 넘는다. ⓒ 오상용
만년빙하를 지나 이어지는 코라. 한참 동안을 내리막길이 이어지더니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오전에 걸었던 길과는 달리 조금은 순탄해 보이는 길. 하지만 이곳 역시 해발 4000m가 넘기 때문에 거친 호흡이 이어진다.
다른 산에 비해 조금은 어두운 색을 띠고 있는 카일라스.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산으로 느껴졌지만, 코라를 도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 카일라스에서 담은 필자의 모습 ⓒ 오상용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와 두통, 고산지대에서의 무리한 일정 때문에 내 입술은 어느새 보라색이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 상태와 비교하면 기분이 매우 좋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글로는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조금씩 나의 '행복 게이지' 채워 육체의 고통보다는 정신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걸으면 걸을수록 뚜렷해지는 정신. 어쩌면 이곳을 찾는 4개의 종교 순례자들은 이 길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고, 종교에 대한 기도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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