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밤 되면 성인 놔두고 미성년자를... '대단한' 사장님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안심알바신고센터 운영 개선 촉구

등록|2011.12.26 20:32 수정|2011.12.26 20:32

▲ 26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안심알바신고센터' 운영 개선 촉구와 위반업체 진정서 제출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위반 업체의 행위를 증언한 청소년들은 단체의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했다. ⓒ 장호영


"근로계약서나 부모님 동의서, 4대보험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나니 배달전문업체 사장님이 우리를 고용한 적 없다고 사장 취급을 합니다. 자신이 직접 월급을 주지 않았다는 거예요. 하지만 사장님이 하루 종일 '여기 가서 배달해라, 저기 가서 배달해라, 빨리 빨리 안 하냐'라고 지시를 했었고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서 대기했어요. 우리가 사장이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안하고 싶을 때 안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차선도 구분 안 되고 비가 엄청 오는 날, 이대로 배달 나가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배달을 못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장님은 '그 돈 너가 다 물을 거냐'며 배달 나가기를 강요했어요. 낮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줄곧 13시간 일해 밤이 되면 엄청 피곤한데도 사장님은 성인인 형들은 놔두고 우리만 배달을 보냈습니다. 새벽 1시에 끝나 집에 가서 씻고 밥 먹고 자면 다음날 일어나기가 너무 힘든데 낮 12시인 출근 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1분당 지각비 100원을 벌금으로 걷었어요. 한 달에 최고 15만 원까지 낸 적이 있습니다."

신종 아웃소싱(기업의 내부 프로젝트나 제품의 생산, 유통, 용역 등을 외부의 제3자에게 위탁, 처리하는 것) 배달전문업체에서 일하면서 피해를 당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6~8개월 등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A배달전문업체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치킨 판매점에서 A업체로 전화를 하면 사장이 배달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다. 배달원은 치킨 판매점으로 가서 배달할 물건을 받고 치킨 값에서 2000원을 뺀 나머지 돈을 치킨 판매점에게 주고 배달을 한 후 치킨 주문자에게 치킨 값을 받는 구조다. 결국 배달원들은 한 번 배달에 2000원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 사장은 일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 수리비를 배달한 사람에게 내게 했으며 오토바이와 무전기 빌린 값으로 하루에 7000원씩을 가져갔다고 했다.

이정호(가명·18)군은 "하루 13시간을 일하면 5만 원 조금 넘게 받는데 오토바이와 무전기 빌린 값 빼고, 오토바이 기름값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며 "하루 하루 일을 해야 하는 사정이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일한 것에 비하면 턱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중 사고 수리비도 배달원들에게 전가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26일 오후 2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안심알바신고센터' 운영 개선 촉구와 위반업체 진정서 제출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선 신종 아웃소싱 배달전문업체 피해 청소년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네트워크는 "신종 아웃소싱 배달전문업체의 근무형태는 사업주가 음식업체를 모집하고 회비를 받아 운영하며, 배달원들이 사업주의 지시와 통제 속에 일하고 있지만 도급형태를 가장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배달할 주소지가 분명치 않아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경우에도 손해액 전부를 배달원에게 책임지도록 했으며, 배달 중 사고 수리비에 대해 물으니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알바 청소년이 사장이라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냐"고 밝혔다.

이밖에도 네트워크는 청소년들이 '안심알바신고센터'에 신고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접수했으나, 처리가 지연되거나 미해결된 사건들도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가 최저임금을 위반하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들이었다.

네트워크는 "올해 한해 동안 네트워크는 인천여상 안심알바신고센터와 함께 거리 상담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사례를 신고했었다"며 "하지만 위반업체가 관할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리를 거부하거나 성인과 똑같은 진정절차를 요구하는 등 노동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의 처지를 외면하고 구태의연한 행정 처리만을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노동권 피해가 속출하는 사업체에 대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진정 절차를 생략하고 직권으로 신속한 근로 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위법 사항 적발 시 엄정한 처벌로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청소년 피해 사례 접수 시 진정 절차 없이 조사 실시와 조치 ▲피해 청소년에 대한 조사 시 담당교사를 통한 조사 실시 ▲해당 관할이 아니더라도 타 지역과 공조해 처리하는 체계 마련 ▲피해 제보 시 신속한 현장근로감독 실시 ▲안심알바신고센터 확대 ▲안심알바신고센터 담당교사에 대한 노동인권교육과 인천시교육청의 적극적 협조 등 안심알바신고센터의 실질적 운영개선을 촉구했다.

전담교사-관서-센터 연계해 사건 처리

이에 대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업주가 민원 내용을 부정할 때는 청소년을 불러서 조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담당교사가 모든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담당교사를 통한 조사도 어렵다"며 "노동청도 경찰서와 마찬가지로 관할이 아닐 경우 타 지역에 이관하는 것이 맞으며, 타 지역 이관 시 '안심알바신고센터'를 통한 접수 사건임을 담당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달전문업체 관련 민원은 지난 11월 17일 접수됐으나 사장이 민원 내용을 부정했고 이에 해당 청소년들에게 소환을 요구했으나 불응하고 있어 근로기준법 상 근로계약이 성립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심알바신고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전국 47개 지방고용노동관서 내 총 103개 학교에 설치한 기관이다. 학교에 배치된 전담교사(생활지도교사 등)가 수집한 피해 사례를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알리면, 관서는 전담 감독관을 지정해 센터와 긴밀히 연계한 뒤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게 돼 있다.

인천에서는 2010년 중부고용노동청이 시범사업으로 실시해 29개 특성화고등학교 중 11개교와 89개 일반계고등학교 중 2개교에 안심알바신고센터가 설치돼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