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이 만들었던 <주간 오마이뉴스>, 아듀!
송년회와 뒤풀이 뒤에도 남는 아쉬움... '나만의 송년회'
▲ <주간 오마이뉴스> 폐간호인 499호 1면 ⓒ 오마이뉴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저녁 시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퇴근 스케줄을 맞춰야 합니다. 하나면 어떻게든 엄마한테 밀어 넣겠지만 둘이면 말이 다릅니다. 미안한 것도,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죠.
아무튼 허용 안 되는 상황에서도 기필코 가야 할 송년회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주간 오마이뉴스>를 함께 했던 직원들과의 아주 특별한 송년회입니다. 12월 말로 <주간 오마이뉴스>가 폐간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주간 오마이뉴스> 마지막 송년회인 셈입니다.
10년입니다. <주간 오마이뉴스>가 지금껏 발행된 호수는 499호, 년 수로 꽉 찬 10년이죠. 매주 발행해 오던 <주간 오마이뉴스>는 인터넷 <오마이뉴스>에 올랐던 뉴스들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아서 새롭게 구성하고 편집해 종이신문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주간 오마이뉴스>는 10년간 꾸준히 만들어 낸 것만으로 인정받지만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는 상황에서 종이신문을 고집할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20일, 손발이 척척 잘 맞았던 유혜준 편집장과 이상미 맥 디자이너, 제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김 반장'처럼 나타나 도와주었던 출판팀 김동환 기자와 함께 단출하게 송년회를 했습니다. 2시간 동안 초특급 수다로 저녁을 먹고도 아쉬워, 커피숍에서 1시간 정도 마무리 수다 뒤풀이를 했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주간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일한 7년... '직장맘'으로 살아온 세월
▲ 그 동안 고생했던 <주간 오마이뉴스> 실무자들과 함께 한 송년회 ⓒ 조영미
<주간 오마이뉴스> 실무자들만의 송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송년회에, 뒤풀이까지 남김 없이 수다를 떨었건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지막이라서 그런가요? 그간 <주간 오마이뉴스>를 편집해왔던 나를 위해 생각했습니다. '나만의 송년회'로 이 글을 열어본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가 마련한 송년회는 그동안 <주간 오마이뉴스>를 맡아서 편집해 온, 제 이야기입니다. 온라인 <오마이뉴스> 내 종이신문 <주간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일한 기간은 7년 정도 됩니다. 그 7년은 온전히 '직장맘'으로 살아온 세월입니다. 그만큼 저는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해왔었습니다. 가정일을 잘할 것인가, 직장일을 잘할 것인가.
둘 다 잘하는 슈퍼우먼이 되고 싶지만 그게 쉽나요? 가정일 조금 소홀히 하면서, 직장일 틈틈이 가정일 챙겨야 하겠죠. 하지만 첫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는 시점이 오면, 가정일 소홀히 했던 것이 확 티 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나의 퇴근 시간까지 있어주던, 종일 놀이방을 탈출할 때거든요. 초등학교는 오전 시간까지만 있다가 오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어려서 혼자 두기 어렵고, 따로 맡기자니 초등학생이 된 아이를 받아 줄 곳은 없습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아이가 학교 다녀올 때 반갑게 맞이해 주어야 하나. 이 시점이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맘들이 이 시기를 고비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간신히 이 고비를 넘겨, 첫 애가 올해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벌써 2011년도 다 갔군요. 내년엔 초등학교 3학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아이는 바쁜 엄마를 이해해 스스로 숙제하는 척하기도 합니다. 기특하죠.
하지만 고비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첫 애 입학에 앞서 둘째 아이 출산 때도 있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제가 이렇게 욕심쟁이인 줄 몰랐습니다. 첫 애를 낳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때는 황금돼지띠 해. 그때 출산하면 부자 된다고 하더라고요. 용케도 그 행운을 저도 잡았습니다. 둘째를 임신한 것입니다.
큰 애가 한턱 쏜 송년회, 가정뿐 아니라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라는 뜻
▲ 이불장에 올라가 놀고 있는 못말리는 아이들입니다. 왼쪽은 오늘의 물주 큰 애, 오른쪽은 애교담당 작은 애. ⓒ 조영미
직장맘인 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안양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무던히도 지하철 출퇴근을 했습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주간지 인쇄하는 날, 명동에서 용산까지, 용산에서 광화문까지 외근도 다녔지요. 제 블로그를 통해 인쇄 과정(<주간 오마이뉴스>가 나오기까지)을 선보이기도 했었죠.
첫 애 낳은 경험이 있어서, 둘째는 임신출산에 대한 걱정보다 일을 더 의욕적으로 했습니다. 결국 둘째 아이는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팔삭둥이로 낳아야 했습니다. 직장맘의 고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시점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때가 찾아왔습니다. 두 달 동안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내는 아이를 지켜보며, 하루에도 몇십 번씩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었죠.
결국,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무사 복귀했습니다. 제가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측에서 저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준 덕입니다. 또한, 직장 동료들의 응원도 함께였죠. 이런저런 고비를 겪은 후 저는 한 직장을 10년 동안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인스턴트 시대 어쩌고 하면서 쉽게 빠르게 변한다고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직장맘으로서 여러 가지 잔 고비들을 잘 넘기고 올해도 변함없이 직장맘입니다.
마지막 <주간 오마이뉴스>를 털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시간. 저의 허탈한 마음을 들킨 건가요? 큰 아이가 자신의 용돈 5000원을 털어 과자를 사 왔습니다. 우리들만의 송년회를 하고자 큰 애가 크게 한턱 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 한 개,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껌, 큰 애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년회, 뭐 별거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 해를 잘 보냈는지 고민해보고 내년엔 더 잘 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 게 송년회겠지요. 이런 저와 함께했던 <주간 오마이뉴스>는 올해로 폐간합니다. 저는 새로운 열정과 믿음으로 새로운 뉴스를 새 포대에 담아 더 새롭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큰 애가 한턱 쏜 송년회, 내년에도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라는 뜻일 겁니다. 물론 가정도 잘 지켜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그동안 <주간 오마이뉴스>를 사랑해 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엔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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