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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과 자식연합, 이들의 소통이 가능할까?

SBS 신년특집 3부작 다큐 <만사소통>, 한국 사회의 불통에 질문을 던지다

등록|2011.12.27 17:40 수정|2011.12.27 17:40

▲ 보수 집단 어버이연합의 이규일(79) 수석지부장(오른쪽)의 아들은 진보적인 색을 가진 젊은이, 진보 집단 자식연합의 김남훈(39) 프로레슬러(왼쪽)의 아버지는 보수적인 색을 가진 중년이라는 공감 가능한 공통점이 있었다. ⓒ SBS


물과 기름이 만났다. 어버이연합과 자식연합, 서울대 82학번 동기지만 각각 진보와 보수로 다른 길을 걷는 조국 서울대 교수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회사의 보스와 말단 직원, 그리고 타의에 의해 섞일 수 없었던 남한의 청년과 북한의 청년까지. '소통'을 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의 양극의 사람들이 '소통'을 주제로 기획한 SBS 다큐멘터리 <만사소통>으로 모였다.

소통은 쉽지 않았다. 자식연합의 김남훈 프로레슬러는 "설마 카메라 앞에서 때리지 않겠지?"라고 걱정했고, 어버이연합의 할아버지는 자식연합의 젊은이를 "빨갱이!"라고 꾸짖으며 자리를 떠났다. 분장하고 말단 직원으로 위장 취업한 사장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직원들은 그 앞에서 "윗분들이 현장에 한 번도 안 온다"고 쓴소리를 했고, 사장의 얼굴은 굳어갔다. 원희룡 의원은 조국 교수에게 "재수 없다"며 웃었고, 조국 교수는 "차라리 욕을 하라"고 응대했다. 북한의 국가대표 정대세 선수는 남한의 차두리 선수에게 "'간 대머리야'라고 말하는 건 무슨 CF냐'고 물었다. 불통에서 비롯되는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은 웃음이 날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 올해 4월부터 출연자 섭외를 맡은 <만사소통>의 이진주 작가는 위장취업할 회사 사장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러한 형식을 통해 카메라 앞에서 회사의 속살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 SBS


"각 집단의 변화보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시도가 중요"

<만사소통>은 SBS가 2009년부터 신년특집으로 마련해 온 '나는 한국인이다'의 세 번째 시리즈다. 박기홍 CP(책임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의 기획에 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거창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부작 <만사소통>은 크게 소통이라는 넓은 주제를 '말을 건넨다'라는 콘셉트로 다룬 프롤로그 격의 1부와 영국 <언더커버보스>처럼 사장이 말단직원으로 위장 취업하는 2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집단과 개인이 토론하는 3부로 나뉜다.

사실상 짧은 시간 내에 불통의 골이 깊은 두 집단을 소통할 수 있게 하기란 어려운 일. 특히나 미리 공개된 영상에서 어버이연합과 자식연합의 만남은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연출을 맡은 정철원 PD는 "첫 만남은 파토가 났지만, 그 중 서로 만남을 지속하고자 한 어버이연합의 이규일(79) 수석지부장과 자식연합의 김남훈(39) 프로레슬러를 후속 취재했고, 정서적인 교감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외에 조국 교수와 원희룡 의원 등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집단이나 개인의 만남을 준비한 <만사소통>은 이들의 변화를 담기보다 소통을 하려는 시도와 각각의 진정성을 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조국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82학번 동기이자 친한 친구였지만 지금은 보수정당 국회의원화 진보 지식인으로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 SBS


프로그램의 형식과 출연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만사소통>은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처럼 거창하게 '소통'이라는 담론을 논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촛불집회 때부터 '명박산성'으로 불거진 정부의 소통 불능과 같은 큰 주제로 접근하기보다, 다큐멘터리의 호흡으로 시청자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는 우리 주위의 소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어떤 결론을 내고자 하는 토론이 아닌 자연스러운 소통이기 때문에 카메라는 진행자로 개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는 정철원 PD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소통할 수 없었던 양쪽이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SBS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 <만사소통>은 2012년 1월 1일 오후 11시 '1부-지금 말해도 될까요?'를 시작으로 8일 '2부-계급장을 떼라', 15일 '3부-적과의 동침'을 방송한다. 내레이션은 1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C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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