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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새해 소망, 나를 버리는 나

등록|2011.12.27 19:02 수정|2011.12.27 19:02

까치밥까치밥 홍시를 까치가 맛있게 따 먹고 있다. ⓒ 정도길


겨울이라지만 거제도는 큰 추위 걱정은 하지 않고 살만한 따뜻한 남쪽나라 세상입니다. 그런데, 요 근래 며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습니다. 세찬 바람은 얼굴을 얼게 할 정도로 매서웠습니다. 얼음장 같은 차가운 날씨는 몸을 더욱 움츠려 들게 합니다. 잘 입고 다니지 않던 외투를 꺼내 입고, 가죽장갑도 낀 채 출근을 해야 할 형편입니다.

2011년 신묘년도 며칠 남지 않은 27일. 사무실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까치 우는 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눈을 돌려 보니 감나무에 붉은 홍시를 쪼아 먹고 있습니다. 빨갛게 물렁물렁하게 잘 익은 홍시. 참으로 맛있게 보입니다. 그런데 홍시는 까치만 먹는 게 아니었습니다. 까마귀 한 마리도 홍시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참새 두 마리도 바람에 흔들리는 이웃한 나뭇가지에서 홍시를 쪼아댑니다.

까치밥까치밥 홍시를 까마귀가 먹으려 차지하고 있다. ⓒ 정도길


까치밥맛있는 홍시 까치밥 ⓒ 정도길


며칠이 지나면, 이제 또 한살의 나이를 먹어야만 합니다. 세월이 내 자리를 비켜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만 같습니다. 억지로 쫓아내듯 쫓겨나는 나이는 결국 한 살을 더 보태고 맙니다. 빨간 홍시가 까치를 위해 먹이가 돼 주듯, 새해에는 남을 위해 나를 버리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가지기 보다는,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뚱뚱한 살을 빼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합니다. 빼야 할 것은 육신의 살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복잡한 생각도, 물욕에 찬 욕심도, 하나 둘 털어내고 빼야 할 대상입니다. 흐르는 세월에 먹는 것은 나이로만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모든 것은 다 빼야 건강한 삶을 영위하지 않을까요?

까치밥까치밥 홍시를 참새가 차지하고 있다. ⓒ 정도길


까치밥까치밥 홍시를 이름 모를 새가 쪼아 먹고 있다. ⓒ 정도길


붉은 홍시가 까치를 위해 자신을 버리듯, 나를 버리는 나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새해 작은 소망입니다.

까치밥까치밥 홍시를 참새가 차지하고 있다. ⓒ 정도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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