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살리에리가 연극의 주인공이다
모차르트의 신성과 천재성... 명동예술극장 <아마데우스>
▲ 지휘하는 모차르트모차르트(김준호 역)이 신들린 듯 자신의 오페라를 지휘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모차르트가 또 공연중이다. 제목은 <아마데우스>. 톰 헐스 주연의 영화 <아마데우스>로 1985년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석권하였고, 동명의 연극과 뮤지컬이 무수히 공연되었던 피터 쉐퍼 <아마데우스>의 여섯 번째 각색본으로 이번에는 명동예술극장에서 번역권과 공연권을 수입해 무대에 올렸다.
극은 고전시대 빈을 중심으로 1781년에서 1791년까지, 모차르트가 죽기 마지막 10년을 배경으로 한다. 궁정에 속해 어떻게 보면 귀족들의 하인노릇이었던 당시 음악가들의 지위에서 모차르트는 콘스탄체 베버와의 결혼 즈음 프리랜서 음악가를 선언하며 역사적으로 직업 음악인의 선구자적 길을 걷는다.
살리에리 역의 이호재는 너무 한국적인 마스크와 친근한 목소리를 가져,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신에게 의문하는 살리에리 역에 맞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친근하고 평범한 외모가 오히려 방종하고 광기에 넘치는 모차르트(김준호 역)와 대비되면서 눈에 띄었다.
▲ 살리에리(이호재 역)가 독백하고 있다.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리의 모습을 잘 표현하였다. ⓒ 문성식 기자
무대는 단촐한 궁정세트이지만 장면마다 영상배경으로 궁정, 모차르트 집, 음악당 등으로 적절히 배경을 바뀐다. 또 천장의 커다란 샹들리에로 분위기를 연출해 고전시대 실내장식을 잘 표현했다. 남자배우들의 의상도 멋있었지만, 모차르트의 부인 코스탄체(장지아 역)나 살리에리가 아끼던 제자 카테리나(하고운 역), 살리에리의 부인(안지혜 역)등의 용모와 의상 모두 유럽 고전시대를 표현한 연극에 적합하여 눈이 즐거웠다.
'천재' 모차르트 역할을 맡은 김준호는 정말로 음악을 배운 사람처럼 보였다. 지휘하는 장면이나 피가로의 결혼에서 발레장면을 제거하려는 극장장에 맞서서 음악을 아예 빼고 리허설을 진행하는 고집스런 작곡가를 연기했는데, 괜찮았다. 또 콘스탄체와 자신의 거실에서 즐겁게 놀면서 "방구"나 "트르차모(모차르트가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부르던 습관)"라고 얘기하면서 순수하고 때론 짖궂게 굴기도 했는데, 이 장면에서도 무척 어울렸다.
평범함은 무엇이고 천재성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에게 천재성이 필요할까? 천재는 한두 명 쯤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들이 밉고, 내심 부럽지만, 때론 우리가 못해내는 것을 해내고, 신을 느끼게 하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다. 살리에리는 평범한 이들을 대변한다. 모차르트는 천재들 곧 신과 동일시된다. 연극의 제목은 <아마데우스>지만 이 극을 살펴보면 엄연히 주인공은 우리 평범한 자들, 곧 살리에리이다. 우리 모두이다.
▲ 콘스탄체와 살리에리모차르트의 직장을 빌미로 콘스탄체(장지아)를 유혹하는 살리에리 ⓒ 문성식 기자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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