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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사랑 하지도 못해?" <하이킥>에 드러난 슬픈 자화상

[리뷰] 신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씁쓸한 러브라인...현실과 닮았다

등록|2011.12.30 11:05 수정|2011.12.30 11:11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계상과 맞선을 보게된 하선 ⓒ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러브라인이 갈수록 꼬일 태세다. 28일 윤지석(서지석 분)의 하선(박하선 분)을 향한 짝사랑이 정점을 찍은 가운데, 29일 방송분에서는 이제 하선과 지석의 형 계상이 맞선을 본단다.

성격 좋고 잘생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를 잊지 못해 여전히 연애를 못하고 있는 동생 계상(윤계상 분)이 안쓰러워 누나 유선(윤유선 분)이 주선한 만남이었다. 특히나 하선은 1등 신붓감인 교사에 미모와 참한 매력을 갖춘 재원인 터라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반면 어느새부터인가 계상을 마음에 두고 있는 진희(백진희 분)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다. 우연하게 지석이 하선을 홀로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진희는 하선과 계상이 맞선을 본다는 소식을 지석에게 알리고,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당연히 지석과 진희는 함께 뜻을 모아 두 사람의 맞선 장소로 급히 뛰어나가지만, 하선과 계상은 온데간데없다. 이에 지석과 진희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별로 관심이 없음을 깨닫고 일찍 헤어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하선과 계상이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절망하기 시작한다.

'사랑' 꿈 꿀 수는 있잖아요...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정작 하선과 계상은 서로가 맞선에 나오기 싫어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안도감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뿐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서로 호감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오해한 지석과 진희는 더욱더 슬픈 짝사랑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지석과 진희의 공통점이 있다면 쾌활하고 솔직한 성격임에도 좋아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지석은 진희와는 달리 소극적인 성격 탓에 다가가지 못할 뿐이다. 하선과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지석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하선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녀와 결혼을 한다 해도 온 사람들의 축복을 받을 수 있고 말이다. 현실적인 조건도 맞고, 얼굴도 잘생겼기 때문이다.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계상을 짝사랑하는 진희는 하선과 계상의 맞선에 좌절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 mbc


반면 진희는 아무리 자신감이 충만하다 하더라도 자꾸만 계상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는 의사고 진희는 취업준비생이자 백수일 뿐이다. 특히나 하선처럼 자기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여자가 계상과 좋은 조짐을 보이면 더욱 심각하게 좌절하며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하이킥3>의 전작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처럼 명문대를 나오지 못한 여대생도 얼굴만 예쁘면 얼마든지 서울대 출신 의사와 충분히 연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지붕킥>의 정음과 <하이킥3> 진희는 얼굴 하나 믿고 의사를 꾀려는 '된장녀'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정음이 결코 지훈이 의사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와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데렐라를 꿈꾸는 속물로 단정 짓곤 한다. 아니 그전에 "너 따위가 어떻게 감히 우리 귀한 아들(혹은 동생)을 넘볼 수 있어"라면서몰아붙이는 그의 엄마와 누나부터 조심해야 한다.

가진 것은 미모밖에 없는 여성들의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는 꾸준히 신데렐라 스토리로 포장되어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의 대리만족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욕구와는 반대로 순수한 사랑을 꿈꿨던 <하이킥3>에서 교사인 하선과 공무원 준비생 영욱과의 사랑은 시청자들의 지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막을 내려야 했다.

<하이킥3>의 진희와 영욱은 모두 거대한 장벽에 막혀 자신의 솔직한 감정조차 제대로 토로하지 못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면서 사랑하는 연인을 멀리서 지켜만 봐야 했다. 의사인 계상과 교사인 하선을 좋아하는 감정은 사회적 계급의 구분이 뚜렷해지는 현실과 맞물려 이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에게 사랑은 곧 사치일 뿐이다. 인턴이라는 불안정한 사회적 신분이 본능적인 사랑에대한 욕구마저 제한하는 현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하는 진희의 모습은 우리네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의 어두운 짝사랑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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