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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곽노현 4년 구형...쟁점 다시 따져보니

6일 선고 공판...도덕적 잣대냐, 법률적 잣대냐 관심

등록|2012.01.01 12:24 수정|2012.01.01 12:24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피고인 곽노현은 지난해 6월 2일 실시된 서울지방 교육감 선거에서 피고인 박명기가 사퇴한 대가로 총 2억 원과 서울교육발전자문위 부위원장직을 주었다. 선거 전 5월 19일 양측 대리인들은 7억 원을 주고 받는 조건으로 단일화 합의를 이루었으며 이를 곽 피고인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당선된 후 곽 피고인은 지급을 미루어 오다가 박 피고인 측이 고발이나 기자회견을 불사할 것으로 보이자 측근들을 시켜 합의이행금 협의에 나서게 했다."

"합의이행금이 결정된 후에도 곽 피고인은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이 아니라 지급일 후 6개월)를 오판하여 최대한 지급시기를 미루다가 올 2월부터 4월 경까지 처조카와 처형 등 제3자를 동원하고 돈세탁을 거친 현금을 허위 차용증과 역차용증까지 쓰면서 전달했다. 이처럼 죄질이 불량한데도 재판과정 내내 현학적 궤변을 일삼으며 처벌을 면하려는 곽 피고인에게 엄벌이 불가피하다."

2011년의 마지막 근무일인 30일과 31일에 걸쳐 총 12시간 동안 열린 곽노현 서울교육감에 대한 마지막 공판에서 검찰은 이런 요지의, 독 묻은 단어를 살벌한 어조로 구사한 논고 끝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곽 피고인에게 이행금액을 조언하고 전달하는 등 범죄를 공모한" 강경선 교수에게는 징역 1년, "집단적 매표행위를 한 데다 지속적으로 합의조건 이행을 요구한" 박명기 교수에게는 징역 3년 추징금 2억원을 때렸다.

공소장 재탕한 살벌한 검찰 논고

검찰은 특히 지난해 선거에서 1· 2위 간 득표 차이가 불과 1.1% 포인트에 불과해 박 피고인의 사퇴가 곽 피고인의 결정적 승인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엄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선거판에서 법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사법기관이) 법적 제재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재판부를 압박했다.

과연, 검찰의 논고 내용이 법적, 사실적으로 맞는 것이라면 곽 교육감에 대한 구형량은 오히려 가벼운 감이 없지 않다. 법정 최고형인 7년을 때려도 무방하다 할 정도의 중범죄다. 하지만 검찰의 논고는 20여 차례에 걸친 공판에서 나온 숱한 새로운 증언과 정황 증거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언론플레이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공소내용의 판박이에 불과하다.

그런 검찰논고가, 공판과정에서 진실을 구명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해 온 피고인들을 수긍시킬 수는 없는 것이었다. 곽노현 피고인은 장문의 최후진술 중 "검찰에 꼭 한마디 하고 싶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게 이로운 것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내게 이로운 것이라는 생각에 검찰에서는 물론이고 공판과정에서 최고도의 진실과 정직에 충성하고자 했다. 내가 사전에 후보매수나 뒷돈거래를 욕망하거나 인지·승인하지 않았다는 숱한 증거들이 있다. 그럼에도 (측근들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억측은 깊고 오해는 무성했다. 검찰은 이 오해와 억측을 제시한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조사하고 녹취록도 보면서, 박 후보 쪽은 1백% 약속이 있다고 믿고 있었던 반면 우리 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서도 최초의 시나리오를 지금까지 몰고 왔다."

이 대목에서 한 숨을 쉰 곽 교육감은 의미깊은 말을 덧붙였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 검찰의 최고 정예라는 공안부 검사들이 무능하고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에 이를 몰랐다고 하면 실례가 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나하고 자리를 바꿔 앉아야 한다."

강경선 교수도 "곽 교육감과 '공모'를 했다"는 대목에서 뿔이 났다. 그는 헌법학자다.

"시민민주주의에서 제일 낙후된 분야가 법학 분야가 아닌가 싶다. (공판중심주의가 시행되지 않았던) 옛날에 재판받았던 분들은 얼마나 불행했을까. 유죄를 받을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사건이 '정직과 진실'을 밝히는 과정으로 보고 임했으며 내 행위에 대한 불법인식이 없었다. 그래서 검찰조사에서 기분좋게 설명하듯 아는 것을 모두 얘기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검찰조서가 내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일정하게 범죄를 구성하는 쪽으로만 작성되는 것을 알게 됐다. 섭섭하고 야속했다."

그리고는 그 역시 따끔하게 검찰을 질책했다.

"검찰의 목적은 사회의 '법과 질서'를 잡기 위해 자료를 취사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진실'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검찰이 범죄를 만드는 것 같다. 사회는 바뀌고 자유스러워지고 이만큼 발전하는데 검찰은 2/3 수준도 아닌 저 아래서 질서를 잡으려 한다. 한심하고 답답하다."

"답답하고 한심...피고인과 자리 바꿔 앉아야 할 검찰"

강경선 교수가 "이런 재판을 받게 된 게 무한정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되며, 영광으로까지 여긴다"고 극상의 찬사를 보낸, 그 뿐 아니라 곽 교육감, 천정배 변호인, 김칠준 변호인 등 변호인단들까지 감탄을 금치 못한 '공판중심주의' 덕분에, 이날의 검찰논고를 통해 재탕된 검찰공소의 내용과 논리는 이미 지난 10월 1일 재판 시작과 동시에 해부대에 올려 놓아진 것이었다. 그동안 10여 명의 증인들과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 재신문, 대질신문 등을 거친 끝에 그중 살아남은 기본적인 사건의 뼈대는 시간대 별로 다음과 같다. 다만 이 뼈대에 붙이는 살의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이다.

<2010년 5월 18일 점심 무렵 정동 모 식당, 오후에 사당동 모 호프집에서 두 후보와 관계자들이 만나 단일화를 논의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2시 경 인사동 모 찻집에서 곽 후보 쪽 회계책임자 이보훈씨와 박 후보 쪽 선대본부장 양아무개씨가 만나, 곽 후보 쪽 최갑수 교수가 보증을 선 가운데 '당선되면 7억, 낙선되면 5억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단일화를 구두합의한다. 이후 오후 5시 경 두 후보는 진보진영 원로들이 모인 가운데 레이첼 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단일화를 발표한다> 

검찰은 5월 19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 곽 교육감이 합의사실과 조건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양아무개씨가 박 후보에게 "합의조건을 두 후보와 자신, 자신과 동서관계인 이아무개 등 4명만 알고 있기로 했다"는 보고를 했고, 이 사실을 40년지기 이보훈씨가 곽 교육감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곽 교육감이 전날 상대가 돈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계속 단일화를 요청했다는 것과, 이날 곽 교육감이 점심을 먹은 식당과 측근들이 합의를 이룬 찻집과의 거리가 24m에 불과하다는 정황도 들고 있다. 검찰은 또 이후 8월 19일 박 교수가 교육감실에 찾아와 "측근들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음에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는 이유 등을 든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합의조건은커녕 합의사실조차 모른 채 기자회견장에 갔다고 말한다. 합의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에 회견 직전 원로들 앞에서 박 후보가 먼저 "사퇴하겠다"고 하자 곽 후보가 감격한 상태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박 후보를 끌어 안고 "(후보감으로) 차고 넘치는 사람이 양보해 줘서 고맙다"며 "앞으로 형제처럼 지내자"고 한 것이라는 게다. 이 자리에서 곽 교육감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대의를 위해 단일화를 했고 단일화 때문에 경제적 곤궁에 빠진다면 진영에서 가만 있겠는가. 나라도 나서서 돕겠다"고 한 것은 분명한데, 만일 돈을 주기로 한 것을 알았다면 박 후보의 경제 사정을 걱정했겠는가.

또 이날 아침 박 후보가 평소 누님처럼 따르는 유시춘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처지를 얘기했고, 이를 중재요청으로 받아 들인 유시춘씨가 곽 교육감에게 전화를 걸어 '3, 4억원' 정도를 얘기했을 때 곽 교육감이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 밝혀졌는데 불과 몇 시간만에 그 두 배가 넘는 액수를 받아들였겠는가라고 곽 교육감 측은 말한다. 이같은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곽 교육감은 검찰에서 그날 점심을 함께 한 일행(모 언론사)과 유시춘씨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나 검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곽 교육감의 보강수사 요청을 외면한 검찰

<선거가 끝난 후 기대했던(혹은 약속한 것으로 믿었던) 돈은커녕 자리도 마련되지 않는데다 급기야 자신의 단일화협상 대리인 격이었던 양아무개 씨가 전화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극심한 소외감과 불만에 싸여 있던 박 교수가 급기야 8월19일 교육감 집무실로 쳐들어간다. 이후 8월 말, 혹은 9월 초에 양아무개, 김아무개 등 측근들을 만난 박 교수는, 곽 교육감 사무실에서 "이게 정치도의상 (맞는 일)이냐. 장삼이사도 약속을 지킨다. 그런데 이렇게 철저히 무시하나. (5월 18일) 식당에서 (내가)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지 않게 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는 말을 하고 이를 녹취한다. 이 녹취록에는 이밖에 곽 교육감이 놀라면서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십니까" " 어? 그래요?" 등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검찰은 이 녹취록과 박 후보 측 김아무개-곽 교육감 측 김아무개 간 녹취록 등 3건의 녹취록을, 곽 교육감이 사전합의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주요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이 녹취록이야말로 "당사자들이 내게 알리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합의 사실의 유효성에 대해 팽팽한 이견을 보이는 등" 오히려 자신이 모르고 있었다는 증거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계속 분노상태에 있던 박 교수는 10월 6일 '단일화과정의 개요와 내용'이라는 문건을 작성한다. 한편 곽 교육감은 10월 8일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당신이 박 교수에게 돈을 주기로 했다는) 이상한 소문이 있다. 박 교수가 격앙되어 있다더라"는 전언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비서실장을 통해 사실확인을 시켜 "절대 아무 일 없다"는 보고를 받은 후에도 박 교수가 여전히 앙앙불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김윤태 교수에게 다시 한번 사실확인을 부탁한 결과 비로소 최갑수 교수가 보증을 선 가운데 이-양 간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월 하순이었다. 이때부터 곽 교육감은 최갑수, 이보훈 씨 등으로부터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으며 고심 끝에 절친 강경선 교수에게 박 교수를 만나 줄 것을 부탁했다>

강 교수가 박 교수를 만나기 시작한 것은 '원망과 오해'를 풀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피고인 측의 주장이나 검찰은 12월 2일이 공소시효라고 오판한 피고인들이 고발이나 기자회견 등 '폭발 직전'에 있는 박 교수를 달래고 합의이행 액수를 협의하며 지급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강 교수의 임무였다고 믿고 있다.

박 교수는 11월 11일 처음 강 교수와 만났을 때 선거비용들에 대한 각종 영수증과 함께 '조폭들 위협으로 자살한 가게주인'에 관한 신문기사를 가져 왔다. 박 교수는 이것이 대화상대를 바꿔가며 자신을 놀리는 곽 교육감 측의 조폭같은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강 교수는 박 교수의 행색과 "산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그가 자살까지 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고 한다. 실제 곽 교육감은 강경선과 김윤태 교수로부터 "박 교수의 극단적 선택이 염려된다"는 말도 들었고 심지어 박 교수가 선거자금을 빌려 준 이들로부터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2억이라는 액수도 (합의과정에서 박 교수측 양아무개가 자신의 집을 담보잡혀서라도 갚아야 한다고 했을 만큼) 급히 필요한 1억5천만 원을 기준삼아 5천만원을 보태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판중심주의로 재구성된 사건 개요들

<강 교수는 11월 20일 처음으로 곽 교육감에게 '박 교수에게 돈을 주어야 할 것 같다'고 건의했으며 이를 받아 들인 곽 교육감도 부인에게 돈을 마련할 것을 부탁했다. 11월28일 강 교수의 주선으로 모든 관계자들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강 교수와 박 교수는 몇 차례 더 만났고 12월22일 '2억원을 주겠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3억은 돼야 한다' '맡긴 돈 달라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는 등의 대화를 나눈다.> 

검찰은 이 시기 계속해서 합의금 액수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졌으며 공소시효가 넘어 간 후 비로소 본격적인 지급절차에 들어 간 것이라고 본다. 반면 피고인 측은 돈 이야기를 한 것은 11월11일 처음 만났을 때, 액수를 처음 말한 것은 12월22일이라고 주장한다. 강 교수가 검찰에서 당시 '항상' 액수를 논의한 것처럼 진술한 것은, 당시 자신의 머릿속에 적정한 액수가 얼마인지 늘 고민하던 상황이었던데다 '항상' '계속' '매우' 등의 단어를 실제 뜻과 달리 구사하는 것이 자신의 어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곽 교육감으로서는 11월28일 모임, 12월4일 모임 등을 통해 박 교수가 강 교수의 '인격의 자장속'에 들어 와 모든 오해와 원망이 풀리고, 합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의 단일화로 곤궁에 빠진 박 교수의 대한 '긴급부조'의 조건이 성숙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2월부터 4월 경까지 곽 교수가 마련한 현금을 강 교수가 가져 와 6차례에 걸쳐 박 교수의 동생에게 전달했다. 돈은 매주 2~3 백만원씩 계좌에서 빼내 모은 것, 증권회사에 맡겼던 3천만원, 처가쪽으로부터 5천만원과 친구에게 빌린 1억원 등이다. 돈은 박 교수의 동생이 수령했으며 돈을 주고 받을 때 차용증과 역차용증을 작성했다>

검찰이 볼 때 전형적인 뇌물거래수법이다. 하지만 진보교육감으로서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전화도청은 물론 금융거래까지 감시받고 있다고 믿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박 교수를 도와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에도 불구, 노출이 되면 지금처럼 불필요한 소란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우려 때문에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차용증 작성은 곽 교육감과 강 교수가 전혀 그 용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부동산영업에 밝은 박 교수 동생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이같은 사실도 검찰은 묵살했다.

▲ 정치검찰규탄곽노현교육감석방촛불문화제', ⓒ 임순혜


곽노현 재판의 또다른 검토지점들

이밖에도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점들이 많다. 우선, 2억원 말고도 올 6월17일 박 교수가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취임한 것을 사퇴의 대가라고 볼 수 있는가는 문제다. 이 문제는 위원장, 부위원장 인선과정에서 곽 교육감이 어떤 힘을 쓸 수 있는가의 여부와 함께, 교육의원을 3번이나 지낸 박 교수가 무보수명예직에 불과한 그 자리에 가는데 어떤 자격이 더 필요한가부터 먼저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따져야 할 사실쟁점 외에 법률쟁점도 있다. 변호인들은 이 사건 해당 법률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되어 있는 것은 선거가 끝난 뒤 6개월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검찰 주장대로 돈을 지급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은 지 6개월로 하면 두 당사자간 모든 거래에 대한 처벌가능시한이 무한정 늘어나는 '과잉처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사전에 합의사실과 내용을 알았으며 설사 몰랐더라도 "사전약속은 범죄구성요건이 아니며, 사퇴가 이익제공과 무관한 것이라도 그 후 사퇴대가로 이익을 제공하면 범죄가 성립된다"며 이중삼중의 방어벽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검찰의 그런 법해석은 비난가능성이 없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 법률 1호(사전매수)와 2호(사후매수)의 양형이 똑같다는 의미는 최소한 사전부정행위가 있거나 혹은 그 정도의 부정행위가 있어야 사후급부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한다.

친구를 위해 15년만에 형사법정에 나온 천정배 변호인이 마지막 최후변론에 나섰다. 그는 40년 가까이 교유해 온 곽 교육감과 강 교수가 늘 높은 이상을 추구하고 타인에게 최고의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임을 강조하면서 뚜벅 자신은 이 사건에 '대가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을 꺼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준 돈이 과연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인가.  곽 교육감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이미 오래 전에 당선됐는데 사회통념으로 볼 때 돈을 줄 아무런 이유도 없다. 자신은 돈 준다는 약속도 한 적이 없다. 돈 안 준다고 교육감을 그만 둘 일도 없다. 그런데 왜 돈을 줬는가. 돈을 준 것은 (다른) 대가가 있기 때문인데 그 이유를 검찰은 대지 못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돈을 준 것도 분명히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준 것이다. 합의가 있다고 믿고 그 이행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박 교수가 이른바 측근들의 합의를 공개하면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과 정치적 반대입장에 있는 세력들의 공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쏟아 질 것이다. 그리되면 검찰은 합의같지 않은 합의를 갖고도 그를 구속하고 결국 교육감직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냉철한 사람이라면 이 경우 입막음을 위해서라도 돈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비공개유지를 위한 대가인 것이다. 그것이 사회통념이다. 검찰은 은밀하게 현금으로 준 것을 범죄행위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범죄 외에도 비공개로 해야 할 일이 얼마든지 많다. 곽노현은 무죄다." 

1월 6일 선고...도덕프레임과 법률프레임, 어느쪽?

천정배 변호인은 사건이 터진 후 강경선 교수와 점심을 하며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돈 전달을 강 교수가 했다는 소리를 듣고 "이건 강경선의 작품"이라고 직감했다고 했다.

"공소시효도 끝났는데 배 째라 하면 그만이지, 그게 정치판 상식인데, 왜 바보같이 돈 주자고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어."

"그럼 박명기는 어떻게 하냐. 어떻게 그렇게 냉혹하게 할 수 있어."

"박명기가 뭘 중요하냐. 우리 친구를 보호해야지. 노현이가 보통친구냐."

"너는 그럴지 몰라도 노현이는 그런 사람 아니다. 당시로써는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었어. 지금 생각해도 가장 완벽한 처신이었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천정배 변호인은 "지금도 나는 박 교수에게 돈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범속하고 세속적인 자기가 택할 선택이라고 했다.

선고는 1월 6일이다. 천 변호인의 표현대로 곽과 강, 두 사람의 '도덕(moral) 프레임'과 우리 사회의 '법률(legal) 프레임'의 길항여부가 걸린 판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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