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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 때문에 소 굶겨 죽이는 사건 발생

사료값 감당 못해 순창에서 사육소 아사... 축산농가 "오죽했으면..."

등록|2012.01.03 19:12 수정|2012.01.05 05:53
순창군 A한우사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M모씨(56)가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수년간 키워온 소를 굶겨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소를 굶겨 죽인 사건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M씨는 지난해 12월말 자신의 소에게 줄 사료를 구입하지 못해 소 80여 마리 중 9마리에게 사료를 주지 않았다.

밤낮으로 공을 들이며 키워온 자식 같은 소를 3~4일간 굶겨 죽였다. M씨는 축산농가의 절박한 상황을 행정기관에 알리기 위해 죽은 소를 농장에 수일간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M씨는 150여 마리의 소를 사육했던 부농이었다. 하지만 사료값 감당이 힘들어 지난해 봄 무렵에 70여 마리를 처분했다. 하지만 손에 쥐어진 판매대금은 온데간데없이 정부융자로 구입했던 사료값을 갚는데 쓰였다. 

이후 M씨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답까지 처분하고 각종 보험까지 모두 해약해 사료값을 지불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M씨가 진 빚 1억 5000만 원 중 1억 원을 갚는데 그쳤다. 더 이상 사료구입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문 씨는 어쩔 수 없이 소를 굶길 수밖에 없었고, 9마리의 소가 아사(餓死)되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문씨는 "더 이상 사육할 자신이 없다. 더욱이 육우값은 바닥이어서 더이상 타산이 맞지 않는다. 사료값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은 빚뿐이었다"고 한탄했다.

육우가 하루 섭취해야 할 사료는 4kg 가량이다. 하지만 최근 사료값이 17% 이상 올라 문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죽지 않을 정도의 양인 하루 1kg 정도만 먹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 축산당국이 뒤늦게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축산농가들은 이미 기반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며 개탄스러워 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남아 있는 소 40마리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농장주가 거절했다"며 "농장주에게 사료 지원과 소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순창군 관계자는 "농가를 직접 방문해서 접촉을 하고 있지만, 본인이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면서 "향후 농가를 최대한 설득해서 다시 잘 키울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축산농가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일로 제2의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 관계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북 도내 한우 농가들은 문씨 농장의 소 아사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면서 개탄스러워 하는 분위기이다.

순창에서 15년째 한우를 사육 중인 A씨는 "세상천지에 자식(소)을 굶겨 죽이는 사람이 없지만, 오죽했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겠느냐,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전국 한우농가들이 같은 상황이고, 나도 소를 다 처분할까 생각중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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