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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앞에서 나누는 '부부의 사랑'

철원 민통선 마을 철새 탐방... 단정학의 춤사위에 빠져 보시죠

등록|2012.01.04 14:23 수정|2012.01.04 14:23

▲ 단정학 부부가 사랑을 나눕니다. ⓒ 조정숙


인적이 드문 민통선 마을에도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2011년 마지막 날과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매해 들어갔던 철원에 있는 민통선 마을을 지난해 12월 31일 찾았습니다.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비상하는 단정학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새해 설계를 하기 위해 해마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해왔던 일입니다.

이곳은 어느 때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민통선 마을에 사는 지인에게 사전에 연락을 취해놓았고 별 문제 없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을을 지나 느린 속도로 차를 이동하자 곱고 예쁜 학이 가족들과 함께 먹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단정학이 하늘 높이 날아 오릅니다. ⓒ 조정숙


▲ 단정학의 아름다운 비상이 황홀합니다. ⓒ 조정숙


▲ 단정학이 힘차게 날아 오릅니다. ⓒ 조정숙


두루밋과의 새로 두루미는 현존하는 새 중에서 두번째로 큰 새다. 국제적 희귀종으로서 천연기념물 202호이다. 두루미의 이름은 울음소리에서 유래된 순우리말로서 '뚜루루루~뚜루루루~'라고 울어서 두루미라 부르게 되었다. 학 혹은 단정학이라고 하며 영어로도 머리에 붉은 부분이 있어 붉은 관을 쓴 두루미라고 해서 red crowned crane 이라고 부른다.… 둘째 날개깃이 검정색이므로 앉아 있거나 걸을 때는 마치 꽁지가 검은 것처럼 보인다. 한 살된 어린새는 검정색 부분이 연한 갈색이며 만 3년이 되어야 완전히 검정색이 된다. - 네이버 지식사전

'단정학' 두루밋과의 새로 두루미는 현존하는 새 중에서 두 번째로 큰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정학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자세히 보기위해 창문을 내리자 근처에서 여유롭게 먹이를 먹고 있던 재두루미가 화들짝 놀라 비상을 합니다. 덕분에 저도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재두루미 가족이 길옆 논에서 먹이를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통선 마을'에서 만난 단정학과 재두루미

▲ 재두루미가 비상합니다. ⓒ 조정숙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는 긴 목을 S자 모양으로 굽히고 땅위를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데 날아오를 때는 날개를 절반 정도 벌리고 몇 걸음 뛰어가면서 활주한 다음 떠오른답니다. 앞이 탁 트인 개펄이나 습지 풀밭에서 무리지어 잔답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마을을 지나자 가는 곳마다 온갖 철새들이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고라니가 반갑게 인사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곳입니다.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바쁜 고라니가 이곳에서는 빤히 바라보며 포즈를 취해 줍니다. 철새보호지역이며 동물보호지역이라는 사실을 녀석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황량한 벌판을 지나자 멧돼지 가족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갑니다.

▲ 고라니가 포즈를 취해 줍니다. ⓒ 조정숙


▲ 멧돼지 가족이 나들이 나왔습니다. ⓒ 조정숙


이곳에 있는 두루미들은 차가 통행하는 그리 멀지 않은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차들이 지나가도 개의치 않으며 먹이활동을 하지만 인기척이 나면 이내 날아갑니다. 사진을 찍거나 관찰을 하려면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차에서 창문을 열고 찍거나 관찰을 해야 합니다. 두루미들은 주로 벼·보리·풀씨 및 화본과식물의 뿌리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벼 수확을 끝낸 안전하고 광활한 논이 많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답니다.

눈길을 조심스럽게 이동하는데 단정학과 재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조용히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 창문턱에 걸치고 셔터를 누르는데 갑자기 두루미들이 푸드덕 날아오릅니다. 어디선가 난데없이 나타난 고라니 녀석이 쏜살같이 뛰는 바람에 두루미들이 혼비백산하여 날아 오른 겁니다. 고라니 녀석 덕분에 두루미들이 멋지게 나는 모습을 담을 수는 있었지만 사람까지 놀라게 하고 달아난 고라니가 얄밉기까지 합니다.

단정학의 '환상적인 춤사위'에 푹 빠졌어요

▲ 단정학부부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 조정숙


▲ 단정학부부가 아름답고 화려한 춤을 춥니다. ⓒ 조정숙


그런데 길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단정학 가족이 한가롭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망원렌즈를 꺼내 살펴보니 새끼 두 마리와 부부가 함께 다정스런 모습으로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부부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새끼들은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부는 이내 사랑을 나눕니다.

말로만 듣던 학춤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이 빠져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릅니다.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세로 춤을 추고 있는 것입니다. 학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과 춤을 추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마치 본보기를 보여주듯 부부는 천천히 우아하게 춤을 춥니다. 열심히 셔터를 눌렀지만 너무 멀리 있기에 학이 추는 춤을 마음에 들게 담지는 못했습니다. 망원렌즈의 한계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멀리서나마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답니다.

▲ 단정학과 재두루미가 함께 어울려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조정숙


▲ 고라니가 쏜살같이 뛰니 두루미들이 놀라 날아오릅니다. ⓒ 조정숙


원하는 새 사진을 담으려면 새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멀리서 위장막을 설치하고 며칠이고 기다려야 한다는 조류작가의 말이 기억납니다. 사진을 시작하면서 변화무쌍한 자연을 접하고 눈으로 보고 추억을 담고 기억 속에 저장하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실감하며, 임진년 한 해에도 온 나라가 평온하며 각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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