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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집필, 우리도 자유발행제도로 가야한다"

[인터뷰] 홍순권 역사교과서 집필자(동아대 사학과 교수)

등록|2012.01.04 14:35 수정|2012.01.04 19:30
지난해 11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과 관련 "역사 왜곡과 정치 편향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관련기사). 

그는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목적은 좋은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지만 잘못된 집필기준은 검열과 다르지 않다"면서 "특히 비역사적, 비사실적 내용의 삽입이나 중요한 내용의 누락은 역사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조치"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난해 8월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빠져 논란을 빚었던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제주 4·3사건, 친일파 청산 노력 등 주요 역사적 사실을 새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논란이 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의 표현은 역사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교과부의 조치에 대해 한국역사연구회, 역사교육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역사 관련 학회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교과부는 역사학계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으며 집필기준에 역사학계의 검증과 동의를 얻지 못한 내용까지 포함시켰다"며 "절차와 내용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역사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역사교과서 집필위원인 홍순권 교수를 만났다. 집필자의 입을 통해서 이번 역사교과서의 문제가 무엇인지 직접 듣고 진단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사문제는 곧 현실문제다. 인간은 과거를 역사기록을 통해서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올바른 기록과 역사교과서를 통해서 그 기록을 후손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홍순권 교수 ⓒ 김성수


다음은 지난 3일 홍순권 교수와 서울시내 한 사무실에서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번 역사교과서는 집필에서 수정까지 4년이 걸렸는데 이번 역사교과서는 집필에서 수정까지 고작 4개월 밖에 안 걸렸다. 그래서 졸속편찬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왜 MB정권이 이렇게 졸속으로 역사교과서에 대한 일을 처리 했다고 보나?
"여기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2012년 12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기 이전에 자신들의 정책적 의도를 교육과정에 관철시켜야겠다는 조급함이 작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 정권에서 졸속으로 개정한 2009년 교육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교과서 내용이 너무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보니 교과부 스스로도 이를 계속 유지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 손석희 교수는 "역사교과서에 친일청산부분을 삭제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 정권을 친일정권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역대 정부에서 과거사청산 작업 일환으로 진행되어 온 중요한 역사문제를 역사교육과정에서 배제했다면 그럴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예컨대 최근 불거진 중학교 <역사> 집필기준에서 '친일파청산' 문구의 삭제 시비가 그렇고, 또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에서 '일본군 위안부' 부분을 뺀 것도 그러한 시비 거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교육과정의 대강화(대강, 대충으로 하는) 원칙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

- 근현대사 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로 써야 하는지 그냥 민주주의로 써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왜 이런 논란이 생기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 해 달라.
"이 문제는 용어 선택 적절성 이전에 2011년 교육과정안 채택 적법성과 관련된 문제다. 즉 교과부 장관이 관계 전문 학자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해서 마련한 역사교육과정안을 자의적으로 변개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애초에 역사교육과정안을 국사편찬위원회 주관으로 구성된 '정책연구위원회'에서 마련하면 이를 '사회과 교육과정심의회'가 검토하여 확정하도록 예정되어 있던 것인데, 교과부가 일부 편향적인 교수들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변개하여 고시한 것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반발하는 것은 대한민국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억지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헌법을 보면 대한민국헌법전문하고 제4조에 두 번에 걸쳐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은 나오지만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안 나온다. 또한 이러한 헌법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자유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상당수 헌법학자들도 자유민주주의와 동일시하기 보다는 기본권으로서의 자유와 민주를 의미하는 더 개방된 개념, 열린 개념으로 생각한다.

또 제1공화국 이후 지금까지 사용해온 역대 역사교과서에서도 '자유민주주의'란 개념은 거의 쓰이지 않았고 대체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역대 교과서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해왔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개념이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실제 교과서의 구체적 내용서술에서 혼란과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오히려 반공주의에 가깝고, 어떤 점에서는 경제적 함의도 띠고 있어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옹호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에 그렇게 되어 있다. 뉴라이트식의 '자유민주' 개념이 아니라 '민주'라는 개념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이번 자유민주주의 논쟁은 몇 년 전에 있었던 '건국절' 논쟁과 매우 닮았다. 2008년 뉴라이트와 MB정권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기념해온 8월 15일 광복절을 느닷없이 '건국절'로 바꾸려다 결국 여론의 호된 역풍을 맞고 좌절했다. 이번 뉴라이트가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하려 한 것도 그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건국절'의 새 버전인 셈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자신들 입맛대로 변개하려는 일종의 '꼼수'다. 아마 다음 수순으로 헌법 제1조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다'라고 개헌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집필기준보다 더 큰 문제는 교육과정의 졸속개편"

- MB정권에서 금성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명령을 내린 지 3년이 된다. 그동안의 주요상황을 정리해서 이야기 하면? 
"2008년 이명박정부 집권 이후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한 일부 극우성향의 정치세력이 당시 검정교과서의 내용이 좌편향되어 있다는 정치적 공세를 계속하자, 그 해 말 교과부는 뉴라이트 등 의견을 받아들여 이미 검정을 통과하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금성교과서에 대해서 수정 명령을 내린다. 물론 이러한 수정명령은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가권력이 역사교육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편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명백히 정치적인 의도를 지닌 것으로 헌법에 보장된 교육 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 집필자는 수정지시의 부당성을 들어서 거부했다. 그러자 교과부는 33개항에 달하는 교과서 집필내용에 대해서 출판사로 하여금 이를 수정하도록 했다. 당시 출판사는 저자 동의 없이 교과부 지시에 따라 임의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여 교과부에 제출하였다. 이렇게 수정된 교과서가 이듬해인 2009년부터 학교현장에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우리 집필자들은 집필 권한이 없는 출판사가 교과서를 수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민사법원에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인격권 침해 정지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에서는 출판사 수정은 교과부 수정지시에 따른 것으로,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서 원고인 집필자들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교과부 수정지시 자체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수정지시 취소 청구소송'도 제기하였다. 우리 집필자들 주장은 수정지시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도 부당하다는 것이다. 교과부장관을 상대로 한 이 행정소송에 대해서 1심판결에서는 교과부 수정명령이 정당한 절차를 걸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인 필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교과부가 항소한 2심 판결에서는 교과부의 수정명령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하여 우리 집필진이 패소하였다. 우리들은 2심판결에 불복하여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 금성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명령 취소소송 판결 진행상황과 더불어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야기 해 달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판부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의 본질을 보고 있지 못하며,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나 언론에서도 한국 학교교육에서 교과서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이 사건을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또 재판부가 검정교과서 성격, 교과서 발행과 수정절차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사실 이번 재판과정에서 역사학자나 역사교육학자 등 학계전문가들 견해를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학습자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 교사의 증언을 들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특히, '수정지시취소 행정소송' 2심 재판부의 경우, 교과부 수정지시가 별 문제가 없다는 근거로, 수정지시(안)에서 교과부가 적시한 이유를 거의 그대로 반복했을 뿐 이 사건과 교육 자율성이 지닌 사회적 함의를 충분히 고민한 것 같지 않다."

- 이번 역사교육과정의 집필기준이 개악된 주요내용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 해달라.
"집필기준보다 더 근본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교육과정의 졸속개편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7차 교육과정 이후 교육과정은 수시개정 체제로 바뀌었다. 원래 수시개정체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처하자는 취지였는데, MB정권은 이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바꾸는 데 이용하였다. 그 결과 2007개정교육과정의 틀은 2009년에 바뀌었고,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한국사 내용도 2010년에 수정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 또 다시 교육과정을 수정 고시하였다. 그 결과 교과서 개발이 이전에 비하여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져 졸속 제작의 위험이 높아졌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다분히 정파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개입하여 서둘러 집필기준을 만들다보니까 수많은 잡음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집필기준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역사교육과정개발 정책연구위원회에서 만든 시안의 내용을 교과부에서 임의로 수정하여 발표한 것이 문제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현대사 기술에 있어서 <민주주의>란 표현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것이다. 시안에 '민주주의'라고 되어 있던 것을 한국현대사학회라는 신생학회(뉴라이트 계열 학회)의 건의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라고 바꾼 것이다. 이 외에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였다"라고 한 것도 오류로, 실제 유엔이 승인한 것은 '대한민국을 남한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를 무시하고 기존의 서술대로 기준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또 기준안 초안에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라고 하여, 시련을 겪은 이유가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독재정치임을 빼버린 것이 논란이 되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확정된 기준안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라고 하여, 이승만과 박정희 이름을 빼고 '독재' 대신 독재화로 표현을 완화하여 집어넣었다. 또한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라고 함으로써, 마치 처음에는 독재가 아니었는데, 장기집권을 하면서 독재의 성격을 띤 것처럼 기술하였다. 그밖에 4․3항쟁(교과부 용어로는 4․3사건), 4월혁명(교과부 용어로는 4․19혁명), 광주민중항쟁(교과부 용어로는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 민주화운동을 확정된 기준안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교과서 검정기준에 집어넣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위원들이 집단 사퇴하고 새로 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구설수는 그치지 않았다. 광주민주화운동처럼 뺐다가 다시 집어넣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이번처럼 교육과정 편성을 두고 역사학계가 많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 모두가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저들이 금과옥조처럼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자가당착적인 처사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학계와 교육계의 자율에 맡겨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개인적 주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다. 대한민국헌법 제31조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하였다. 이는 교과서를 정권의 유지・선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 홍순권 교수 ⓒ 김성수


- 이렇게 역사교과서에 대한 MB정권의 공세가 심각한 수준인데 그 공세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최근 역사교과서 공세는 지난 참여정부 때 이른바 '뉴라이트' 단체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참여정부 때 뉴라이트 세력이 중심이 되어 당시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으로 서술되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였다. 이들의 이념 공세는 단지 해방 이후 현대사 남북관계 서술에 국한한 것이 아니고, 일제식민지 지배에 관한 기술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것이었다. 즉, 일본식민지 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든가, 심지어는 일본군 종군위안부는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다는 등의 주장을 서슴없이 했다.

이들은 자신들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이른바 '대안교과서'를 출판하기도 했고, 또 당시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국회에서 이들 주장을 토대로 참여정부에 대한 정치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러나 뉴라이트에 가담한 연구자들 주장은 당시에도 역사학계로부터 동조를 얻지 못하고 거의 외면당했다. 그들의 주장은 학설이라기보다는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선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여, 2008년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손잡고 '집권세력'으로 등장한 뉴라이트와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역사학계로부터 외면 받아온 뉴라이트 역사인식을 정치권력 힘으로 역사교육과정에 직접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근현대사교과서에 좌편향 공세를 퍼붓기 시작하여 집권 첫해인 2008년 말 근현대사교과서에 대한 수정명령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 표적이 되었던 희생물이 바로 당시 일선 고등학교 채택률이 가장 높았던 금성교과서였다. 당시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채택율은 50%를 훨씬 웃돌았다. 아무튼 교과부는 수정지시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교육과정에까지 직접 손을 대게 된 것이고, 그로 인한 온갖 부작용이 오늘날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 MB정권 출범 이후 상황과 관련시켜 보면 현 정권은 근래 청소년들이 사회비판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 학교교육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현 집권세력은 MB정권 초기 중․고등학생들이 쇠고기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대거 참여하는 것에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청소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것도 역사, 도덕, 경제 등 일부 교과서와 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난센스다."
    
"정치적중립 보장될 때, 역사교육 제자리 찾을 것"

- 그러면 역사왜곡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해달라.
"역사왜곡과 역사교과서 공세는 정부가 교육과 학문을 권력의 시녀로 부리려는 독재정권식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학계와 교육계가 공동으로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대중에게 무엇이 역사왜곡인지 어떠한 것이 바른 역사교육인지를 알리기 위해서 역사와 역사교육을 대중화하는 일도 절실한 문제다. 근래 일본에서 전개되었던 대표적 역사왜곡인 후쇼사 역사교과서 채택 반대운동 사례에서와 같이 우리사회에서도 권력에 의한 역사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차원에서 시민단체와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것과 역사왜곡을 막는 것이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니다."
  
- 우리나라 역사교과서의 문제점과 필요한 개선사항을 정리해서 이야기 해 달라.
"이 문제는 장단기적으로 나누어 생각해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오늘날과 같이 정부가 교과서 서술에 간여하는 국정제도나 검인정제도를 지양하고 다른 선진국처럼 자유발행제도로 가야한다. 그렇게 해야 현 집권세력이 그토록 옹호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현 정권 들어 갑자기 등장한 연도별 교육과정을 바꾸어 과거 관행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순차적 교육과정제도로 환원하고, 교과서 검정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맞게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필자들이 자유롭게 기술한 교과서를 정부가 검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일단 검정에 통과된 교과서 선택은 담당교사와 학교운영위원회 등에게 맡기면 된다.

- 역사나 역사교육이 왜 학생들이나 미래세대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역사와 역사교육이 중요한 것은 올바른 역사인식과 역사지식이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반드시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듯이, 난마처럼 얽힌 현실의 문제도 반드시 그 역사적 연원이 있게 마련이고, 그 사건이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을 정확히 이해할 때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물론 현실의 문제가 특정 집단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서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는 흔히 그 역사도 왜곡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그러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될 때 역사교육은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홍순권 교수 : 저서 <근대도시와 지방권력> <일제강점하 부산의 지역개발과 도시문화> <부산의 도시 형성과 일본인들> <한말 호남지역 의병운동사 연구> 등.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졸업(문학박사),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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