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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님, 애플 쫓아가는 시늉만이라도..."

[현장] '애플빠' 대 '갤스빠' 오프라인 맞짱 토론, 승자는?

등록|2012.01.04 19:29 수정|2012.01.04 20:14

▲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마련한 '아이폰 대 갤럭시 대격돌' 토론회가 스마트폰 사용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일 오후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렸다. ⓒ 김시연


"왜 아이폰 영화제는 있는데 갤럭시 영화제는 없나?"
"이건희 회장님 보고 계신가요? 애플 쫓아가는 시늉만이라도..."

4일 오후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엔 '전운'이 감돌았다. 이른바 '애플빠'와 '갤스빠'로 불리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파워 유저들 간에 맞짱 토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카피캣 삼성" 대 "폐쇄적인 애플"... 애플-삼성 대리전

'아이폰 대 갤럭시 대격돌'이란 주제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회 곽승준)가 마련한 이날 '미래토크'에는 온라인에서 '애플빠'로 소문난 김진중 블로그칵테일 부사장과 애플 커뮤니티 회원 김영광씨에 맞서 갤럭시 대표카페 운영진인 이정현, 곽용씨가 나섰다.

양 진영은 각각 애플과 삼성 편에서 대리전을 펼쳤다. 김진중 부사장이 먼저 "삼성은 짝퉁 정책으로 아이폰 베끼기에 급급해 중국 짝퉁 브랜드와 다를 바 없다"며 '카피캣' 논쟁을 상기시키고 "아이폰이 10년 된 베테랑 운전수가 페라리를 모는 것이라면 갤럭시는 이제 막 면허 딴 초보가 정비 안 된 F1 차를 모는 격"이라고 갤럭시를 깎아내렸다.

이에 이정현씨는 "갤럭시는 그래도 폐쇄적이지는 않다"며 개방성을 강조한 뒤 "아이폰이 창조의 선구자라고 하는데 따져보면 삼성 F700이나 LG 프라다폰도 닮았고 아이패드는 나이트라이더라는 1994년 미국 신문사 제품 디자인과 흡사하다"며 맞불을 놨다.

갤럭시S 업그레이드 안 하는 게 낫다?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0버전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S) 업그레이드에서 빠진 것도 도마에 올랐다.

아이폰 진영에선 "앞으로 개발자들이 ICS용 앱만 개발하고 이전 버전 것은 개발 안 할 텐데 18개월 만에 갤럭시S를 더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하드웨어는 삼성,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따로 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면서 "소비자에겐 오랫동안 쓰는 스마트폰이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갤럭시 진영에선 "아이폰 3GS도 iOS5 업그레이드 하고 나서 '박대리가 조기 퇴근한다'(배터리가 일찍 소모된다)더라"면서 "깔고 나서 버거워지느니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2.3버전)에서 최적화하는 게 맞다"고 맞받았다. 또 "컴퓨터 10년 이상 쓰는 사람은 없다"면서 "486컴퓨터에 윈도7을 올릴 수 없지 않나"라며 삼성전자쪽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 연말 100만 대 가까이 팔린 삼성 갤럭시노트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김진중 부사장은 "갤럭시노트는 스타일러스펜을 다시 쓰게 한 것까지 좋지만 대중화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많이 팔린 것 같아 보이는 건 꼭 필요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일반인에게 필요 없는 기기"라고 평가 절하했다.

반면 이정현씨는 "와콤 태블릿을 써온 사용자들이 많이 쓰고 있다"면서 "(필기에 익숙한)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매개체 될 수 있다"고 호평했다.

▲ 지난 2010년 6월 출시한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 김시연


"왜 아이폰 영화제는 있는데 갤럭시 영화제는 없나"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청중은 "아이폰은 사용자 스스로 촬영장비를 개발하고 아이폰 영화제도 열리는데 갤럭시는 카메라 기능이 좋아도 자발적인 갤럭시 영화제는 없다"면서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더라도 새로운 것을 창조할 만한 철학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며 삼성의 이용자 문화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이정현씨는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먼저 나왔으면 갤럭시 영화제가 먼저 생겼을 수도 있다"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아이폰이 먼저 시작했더라도 갤럭시가 쫓아가는 시늉만이라도 하면 국내외 사용자들이 도전 정신을 발휘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종종 언성까지 높이던 토론자들도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위치기반서비스(LBS) 규제, 게임 셧다운제 등 정부 규제 완화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냈다.

김진중 부사장은 "국내 법 때문에 제대로 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위치기반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면서 "인터넷 실명제와 위치기반서비스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곽승준 "게임 셧다운제 반대... IT 콘트롤타워는 규제만 늘려"

이날 직접 사회를 맡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인터넷 실명제도 안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국민들이 관심만 가지면 규제 완화할 수 있다"면서 게임 셧다운제(청소년 이용시간 제한)에 대해서도 "집에서 부모가 할 일을 정부가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이폰과 갤럭시S2를 모두 쓰고 있다는 곽 위원장은 "기업과 정부가 일반 사용자들의 아이디어를 들으려고 마련한 자리"라면서 "아이폰과 갤럭시 모두 장단점이 있고 그동안 삼성이 많은 성과를 내 둘 다 만만하지 않다"며 끝까지 '중립'을 지켰다. 

곽 위원장은 "결국 생태계를 갖춘 쪽이 이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 주도로 IT가 발전할 순 없고 IT 콘트롤타워가 생기면 규제만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정보통신부' 부활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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