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정세균, 총선 출마하지 말아야"
[당권주자 연쇄 인터뷰 ⑦]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
▲ 민주통합당 당 대표에 도전한 이인영 후보. ⓒ 남소연
"당내 대선 주자들은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장을 낸 이인영 전 최고위원의 어조는 단호했다. 손학규·정세균·정동영 의원 등 수도권과 호남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당내 대선 주자들이 먼저 인적 쇄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지난해 4·27 재보선,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보선 등 세 차례의 중요한 선거에서 현장 사령관을 맡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전의 선거감각을 가진 대표가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당내 386세대의 대표주자인 이 전 최고위원은 "앞으로 386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30% 미만으로 줄이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평균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한편, 최저임금도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386을 다시 희망의 숫자로 되돌려 드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초반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인지도에 따른 대중성의 한계 때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치를 하면서 유명해지는 길로 가지는 못했지만 가치 있는 길로는 갔다, 경선에 참여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10년 전당대회에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의원에 이어 4위로 민주당 지도부에 입성해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총선 승리 관건은 20~30대, 젊은 대표가 변화 메시지 줘야"
- 왜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통합당 내에 김대중의 길과 노무현의 길이 있지만 문익환, 김근태의 길도 있다. 진보의 정통성을 양보할 수 없었다. 또 당의 외적 통합 후에 내적인 통합도 필수다. 야권통합 실무를 맡아 각 정파간 갈등을 조율해온 내가 통합을 완성할 적임자다. 무엇보다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4·27 재보선,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울시장 보선 등 세 차례의 중요한 선거에서 현장 사령관을 맡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다른 사람들이 배우였다면 나는 연출가였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전의 선거 감각을 가진 대표가 필요하다."
-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총선 승리의 관건은 젊은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20대의 가장 큰 고민인 반값 등록금,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그들이 투표장에 나온다. 30~40대 샐러리맨들과 주부들에게도 투표하면 일자리, 주거, 교육 부담을 덜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줘야한다.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희망과 확신을 주고 변화가 시작됐다는 메시지를 줘야한다. '젊은 대표'만이 변화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
- 당 대표가 된다면 정책 쇄신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한미FTA는 무효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시켜야 한다. 한미FTA가 단지 이익균형이 맞지 않아서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등 변화하는 세계경제 질서 속에서 FTA 중심의 통상무역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 검찰개혁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특권 집단이 검찰이다. BBK 관련 수사는 전형적인 정치검찰의 작품이었다. 재벌개혁도 해야한다. 상속 문제든 소유구조 문제든 전혀 진전이 없다. 비정규직 대책도 마련하겠다. 노동이 존중되는 복지국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공생하는 시장경제, 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 가겠다."
-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 '혁명적 공천'을 언급했는데.
"민주통합당은 국민경선을 통한 공천 제도를 이미 도입했다.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에 맡기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밑으로부터의 공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변화도 필요하다.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당내 대선 주자들은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총선 끝나고 불과 2~3개월 후면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다. 과감하게 출마를 포기하고 총선 지원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정치적 기득권과 안전판을 버려야 감동을 줄 수 있다. 당 지도부도 안전보다는 도전을 선택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전지 출마를 검토해야 한다."
"FTA반대, 검찰·재벌개혁에 동의 안하면 한나라당으로 보내야"
-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거기서 안정적으로 '선수'를 늘려가는 것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새로 도전하는 젊은 신예들에게 양보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강제할 수는 없다.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고가 아니라 가치를 기준으로한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고 해도 FTA반대, 검찰개혁, 재벌개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으로 가시라고 해야 한다."
- '386'도 기득권층이고 쇄신 대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386 세대가 국민들의 기대만큼 정치를 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한다. 선배로서 힘들고 외로웠을 20~30대와 소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다만 386에 대한 비판 뒤로 선배 정치인들이 숨을 수는 없다. 그들이 참여정부 시절 리더였을때 한미FTA가 체결됐고 비정규직도 양산됐다. 집값 폭등으로 자산 양극화도 심각해졌다. 선배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 386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30% 미만으로 줄이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평균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한편, 최저임금도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386을 다시 희망의 숫자로 되돌려 드리겠다."
-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나.
"제가 주목하는 새로운 세대는 사회정의에 대한 요구도 높지만 자신들의 일자리, 교육 복지 문제 등에 대한 대안을 요구한다. 그들과 직접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는 새로운 당의 간판과 리더들이 필요하다. 선배들을 고려장 치르자는 게 세대교체의 핵심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주목하고 누가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문화에 맞는 인물인지 계급장을 떼고 경쟁하자는 것이다."
- 지난 전당대회에서 4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돌풍을 일으켰는데 이번에는 초반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지도에 따른 대중성의 한계다. 개인의 명성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빠른 길로 가지는 못했지만 바른 길로는 갔다. 유명해지는 길로 가지 못했지만 가치 있는 길로는 갔다. 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했던 분당 선거를 디자인하고 책임졌다. 지난해 8월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서도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는 구도를 만들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박원순 후보를 세우는 과정에서 비록 민주당이 칼에 찔렸지만 그 칼을 다시 뽑아 이명박 정부 심장을 베는 과감한 결단을 했다.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대중성은 앞으로도 추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개를 물어서 유명해 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웃음)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정치 스타일을 지키겠다.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판단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젊은이들과 스마트폰 들고 역사 바꾸는 담대한 도전 할 것"
- 시민 선거인단 수가 50만이 넘었다. 흥행의 원동력과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은 당 대표직을 돈으로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당은 이제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 민주통합당이 총체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지도부를 뽑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과정으로 경선이 승화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인기투표나 팬클럽의 승리로 경선 결과가 폄하될 우려도 있다. 대중의 성숙한 의식을 믿고 가겠다."
- 김근태 상임고문 서거로 선거운동도 잠시 중단했다. '리틀 김근태'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인영에게 '김근태'는 어떤 의미였나.
"김근태 선배는 저뿐만 아니라 우리 또래에서 민주화운동의 사표였고 정치에 있어서는 사부였다. 삶 자체가 민주주의의 역사였고 민주화 운동의 큰 별로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 임종을 지키면서 참 아름다운 별이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이 미처 가지 못한 길이 있다. 노동이 존중받는 복지국가, 평화로운 통일 국가를 만들기 위해 다시 스크럼을 짜고 싶다."
- 마지막으로 전당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달라.
"당의 몸집이 커졌다고 총선에서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 반대편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바타를 내세워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박근혜의 한나라당에 맞서 젊은 대표의 깃발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분노가 증오로 머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참여로 바꿔야한다. '깔대기'를 들이대자면(웃음), 저는 9명의 후보 중 87년 6월 항쟁의 한복판에서 독재를 민주주의로 바꾸는 역사의 승부를 해본 유일한 후보다. 25년 만에 다시 우리사회는 격변의 정세로 들어섰다. 과거에는 한손에 짱돌을 들고 맨몸으로 투쟁해서 역사를 바꿨다. 앞으로는 한 손엔 스마트폰, 다른 한 손엔 변화에 대한 열망을 들고 젊은이들과 역사를 바꾸고 싶다. 새로운 사회를 디자인하는 담대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 분노하는 만큼 참여하고 열망하는 만큼 투표하자고 정중하게 제안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