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많은 대통령님, 한우 한번 키워보세요
[주장] 한우 농가의 절박함 해소 위해서는 "농업은 보호산업"이라는 인식 필요
▲ 한우 농가는 하루하루 피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 김동수
지난 5일 한우 농가들이 청와대에 한우 1000마리를 반납하려다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고속도로 나들목 곳곳에서 경찰이 막아서는 바람에 한우를 키우는 농민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값 50만 원', '소값 30만 원' 사진은 한우 농가의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한우 농가의 절박함에 이명박 정권은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개방만이 살길"이라며 한미FTA를 강행처리한 이명박 정권에게 추락하는 한우를 지켜달라는 한우 농가들의 울부짖음이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한우값 폭락은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지난 4년동안 귀를 막았습니다. 민주주의만 불통이 아니라 한우산업 대책에도 귀를 닫아 버렸습니다.
지난 6일 <한겨레>는 10면 "4년전부터 '한우파동' 경고…귀막은 정부" 제목 기사에서 "민간 농업싱크탱크인 지에스앤제이(GS&J)인스티튜트는 한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던 2008년과 2009년 네 차례 보고서를 내어 '한우 표시제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으나, 사육 마릿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가격 하락으로의 급반전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게 이명박 정권 실체입니다. 개방을 통해 대기업 등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혜택을 다 주고 있지만 한우 산업 대책에는 관심 자체가 없었고, 결국 '소값 30만 원'이라는 사진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대기업들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이렇게 손놓고 있을까요. 무슨 대책을 세워도 벌써 세웠을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정권에게 한우 농가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들 뿐입니다.
MB정권, 500억 원도 아까워
▲ 공룡알처럼 생겼는데 볏짚을 말아 사료로 만든 것입니다. 사료값 안정을 위해 정부와 한우농가가 안전기금을 출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 김동수
4형제입니다. 저를 빼고 형님 두 분과 동생이 한우를 키웁니다. 큰 형님은 몇 마리를 키워 한우값 폭락에 큰 타격은 없지만 작은 형님은 110여 마리, 동생은 140여 마리를 키웁니다. 그러므로 이번 한우값 폭락은 피부에 와닿습니다. 어제(6일) 동생을 만나 한우값 폭락에 관련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생은 지금 당장 사육두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24개월령 새끼를 낳지 않는 암소를 도태시킬 때 한 마리 당 50만 원을 지원해달라고 했는데 정부가 이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우농가들이 정부에 요구한 예산은 올해 500억 원 정도였지만 편성된 예산은 300억 원입니다. 강을 죽이는 삽질사업에 수 십 조원은 퍼붓고, 4대강 수질 개선 등을 위해 수 천억 원이 들어가는 데 한우 안정을 위해서는 500억 원도 아까운 것이 이명박 정권입니다. 그러니 한우값 안정에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농업도 현대화와 선진화가 되면 농업과 농민도 잘 살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우는 현대화가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현대화 사업은 장기 대책으로 천천히 추진해도 되는 사업입니다.
그러므로 현대화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료값 안정을 위해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사료안전기금'을 정부와 한우농가가 출연해 사료값이 폭등할 때 이를 지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일본에서 실패한 정책이라며 도입을 꺼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잘 적용해 추진하면 사료값 안정에 도움을 됩니다.
사료값이 폭등하면 안전기금을 한우 농가에 지원하면 사료값 걱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우 농가들이 시름하는 것 중 가격 폭락도 있지만 1년새 30%나 오른 사료값이 발등이 떨어진 불입니다. 얼마 전 전라북도에서 육우 10마리가 굶어 죽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값은 없고, 사료값은 폭등하니 결국 사료를 줄였고, 마지막에는 물만 먹이다가 굶어 죽게 만든 것입니다.
옆 동네 소 2마리도 굶어 죽어
▲ 한우 농가는 청보리 등 사료 작물을 직접 심어 곡물사료값 폭등에 대처한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10h재배면적을 20ha 로 확대하면 재산량도 두 배로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진은 동생이 사료 작물을 심어 놓은 모습 ⓒ 김동수
이런 일은 이웃동네에서도 실제 있었습니다. 동생은 옆 동네 아는 분 축사를 며칠 전 들렸는데 모르는 소 7~8마리가 뼈만 앙상하게 남은 것을 보고 무슨 소인지 물었더니 다른 집 한우 농가가 10마리만 잠깐 키워달라고 부탁해 7~8마리만 가져와 키웠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소를 다시 가지러갔더니 2마리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가슴이 찢어질 일입니다.
정부는 사료값 안정 대책으로 농민들이 청보리 등 사료를 직접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청보리를 10ha에 파종하던 것을 20ha로 확대하면 생산량도 두 배로 늘어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입니다. 산술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봄과 가을이 짧기 때문에 적기 파종이 힘들 뿐만 아니라 기계화가 되어도 손이 모자라기 때문에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경우 10ha때보다 20ha가 생산량이 더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곡물 사료를 심는 땅만 넓히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탁상행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생처럼 젊은 사람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우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70살 이상된 분들에게 기계화니, 현대화니, 선진화는 한 마디로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끊임없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 농업과 농촌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000해봤다"고 자랑하시는 우리 '가카', 한우 한 번 키워보심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유통구조보다 등급별 가격 표시제 도입이 먼저
▲ 이명박 정부가 한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 김동수
한우값 폭락 직후 언론들은 산지 소값은 떨어졌는데 식당 한우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유통구조 문제를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맞지 않습니다. 한우 고기에 등급이 있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한우 등급에는 고기량으로 매기는 등급과 육질(마블링)로 등급을 매기는 두 가지 방법입니다. 그 중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등급은 육질등급입니다.
육질등급에는 3등급, 2등급, 1등급, A+, A++ 등급이 있습니다. 현재 A++ 등급은 지난해에 비해 고기값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2등급, 3등급은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A++등급과 2등급은 산지 가격이 거의 두 배입니다. 쇠고기가 삼겹살보다 싸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어제 들어온 고기가 A++등급이면 A++등급으로 받고, 오늘 들어온 고기가 2등급이면 2등급 가격으로 받아야 하는 데 그렇지 않고 A++등급 가격으로 받습니다.
그러므로 가격등급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이를 도입하면 식당마다 그날 들어오는 등급별로 값으로 팔면 소비자들도 떨어진 가격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산이력제(사람으로치면 주민등록번호)를 실시하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가격표시제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농엽은 보호산업"이라는 명제를 머리에 새겨야 합니다. 선진국 중 농업을 경쟁사업으로 보는 나라는 없습니다. 선진국은 농업은 보호산업으로 생각하고 보호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만 아니라 역대 어느 정권도 농업을 보호산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경쟁력을 높여 공산품을 많이 팔면 그 돈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명박 정권에게 농업을 보호산업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은 4대강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라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 정권에게 농업과 농촌과 농민 그리고 한우 농가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접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정권은 "농업은 보호산업이다"는 명제를 가슴에 새기를 바랍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컴퓨터는 한 달간 못해도 죽지 않지만 한 달간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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