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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서 보내는 일상

휴일없이 보내온 3개월, 모처럼만에 휴식이다

등록|2012.01.07 20:23 수정|2012.01.07 20:23

카트만두의 태양네팔 카트만두에 뜬 겨울 날의 태양, 마치 깊은 밤 차가운 달같다. ⓒ 김형효


네팔에 연속되는 명절들 그리고 결혼식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났다. 그래서인지 2~3일 전부터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네팔 카트만두의 겨울은 정말 적응하기 어렵다. 아침, 저녁으로 매우 춥다. 사실 한국에 비해 기온은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난방설비가 되어있지 않는 네팔에 겨울밤은 견디기 힘들다.

기자는 결혼과 함께 네팔에서 이루려는 꿈이 있다. 그것이 한국문화센타를 열고 한국에 대해 올바로 알리는 일이다. 수많은 네팔인들과 알고 지내왔지만, 아직도 한국에 대해 정확하고 바르게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그들에게 깊은 이해를 심는 일을 하고자 한다. 많은 지인들 중 일부는 기자의 뜻에 지지를 보내며 후원도 해주고 있다. 물론 충분하고 만족할만한 후원은 아니지만, 애초 후원에만 의지할 생각을 없었다.

화가 비케이의 그림 하누만 도까1년에 단 하루만 문을 열어 관광객들에게도 개방이 되는 허드만 도까다. 지난 더사인(우리네 추석)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힌두 신 중의 하나인데 그날은 그의 가슴을 열러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날이라 한다. 오래전 람이라는 신의 보호자였다고 한다. 도까는 문이란 뜨이다. ⓒ 김형효


한국네팔문화예술인협회 회원 화가 비케이지난 2008년 비케이와 함께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를 올랐다. 그때 탱보체(3800미터)에서 사가르마타를 그린 비케이가 자세를 취했다. ⓒ 김형효


네팔에는 한국문화와 관련한 이름을 가진 NGO단체가 이미 많이 있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장기체류를 위한 편법으로 NGO등록을 하고 이름은 NGO지만 실체는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기자는 이미 7년전부터 문화교류활동을 해왔고 한국네팔문화예술협회란 이름으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단체등록이 되어있지는 않았다. 이제 단체등록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곧 내실있는 문화예술교류활동을 실천해갈 것이다.

모처럼 쉬면서 지난 3개월의 여행같이 바쁜 날을 사색한다. 사실 제대로 된 여행이라면 바빠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여행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니 그런 표현이 더 적절할 때가 있다.

최근 전시회를 연 비케이의 그림네팔 카트만두의 상징인 주요 사원과 히말라야가 조화를 이룬 비케이의 최근 그림이다. ⓒ 김형효


이제 추운 겨울날의 몸살 기운을 겨우 털어냈다. 최근 들어 카트만두 인근에도 많은 눈이 내리고 그 바람이 카트만두에까지 미쳐 카트만두가 예년보다 많이 추워졌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겨울비가 내리기도 했고 하늘은 우울하다. 안개처럼 하늘을 가린 을씨년스런 공기는 뜨거운 태양의 빛까지 음울하게 했다. 마치 안개가 낀 날 달빛을 보는 느낌이다.

휴일을 잃은 바쁜 일상을 지냈다. 며칠 전에는 모처럼 한국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 화가 날 바하두르 비케이의 전시회를 찾았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타멜 중심에 미틸라 야인이라는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다. 그의 그림은 기자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변해 있었다.

처음 그는 마치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갇혀 사는 은둔자처럼 히말라야만을 그림의 소재로 삼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한 번도 히말라야를 올라본 적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엽서를 보며 그렸다. 나중에 기자는 세 차례 그와의 동반 산행을 했다. 안나푸르나를 두 차례,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다녀온 것이다. 그는 길을 걸으며 놀라움을 표현하였다. 기자는 산행을 떠날 때 그림 그릴 준비를 하게 했고 현장에서 바람과 하늘, 구름을 보며 그림을 그리게 했다.

2008년 수원역 대합실수원역 대합실에서 철도청 후원으로 열린 <사진으로 보는 네팔, 그림으로 보는 네팔전> 사진 앞 줄 오른쪽부터 민영시인(한국작가회의 고문), 주한네팔대사 꺼멀 고이랄라, 철도청 관계자, 화가 두시영 님이다. ⓒ 김형효


화가 오수진님의 전시회지난 2008년 한국네팔문화예술협회 주관으로 열린 전시회에 초대된 한국인 화가 오수진님의 전시회다. 사진 오른쪽으로부터 기자, 네팔 시인 먼줄, 갤러리 사장, 화가 오수진 님, 화가 비케이, 문화센타 부대표로 함께 일하기로 한 네팔화가 천드라 쉬레스타(37세) ⓒ 김형효


히말라야를 보고, 산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금 그는 네팔의 역사, 문화를 화폭에 담을 줄 아는 화가가 되어 있었다. 그의 그림을 보며 만족감을 느꼈다. 기자가 6년 전 그를 만나고 그의 화실 가까이 지내면서 늦은 밤까지 그를 불러 이야기를 나눈 보람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에게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 나중에 너의 예술대학을 설립할 날을 고대하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왔다. 목표가 없는 사람들의 무방비한 삶을 벗어나길 바라서다.

기자는 곧 한국문화센타를 열 것이다. 기자가 꿈꾸는 일과 그에 꿈이 함께 빛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 이제 네팔에 한국문화센타를 여는데 한국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네팔을 찾는 한국인들이 네팔을 올바르게 이해할 공간을 마련하고 우리의 문화와 네팔의 문화교류를 위해 애써나갈 것이다. 네팔인들이 무지개꿈을 꾸는 한국을 바로 인식시키는 일도 하나의 숙제다. 모처럼의 휴가를 얻은 기분으로 최근의 일상을 돌아보았다. 휴식이 있는 일상이 바쁜 일상을 기쁘게 하리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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