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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따라 회사 그만두고 '학교'로 간 남편

[인터뷰] 안성 특수교사 최광오·김수진 부부의 사는이야기

등록|2012.01.08 19:34 수정|2012.01.09 14:58

▲ 최광오, 김수진 특수교사부부. 이들 부부가 사는 안성금광조령분교 사택에서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진 자신의 반 아이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의 최고 목표는 '아이들의 자립'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송상호


이들 부부의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2001년 1월 7일, 자신들이 속한 인터넷 카페 수화동아리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났다. 지난 7일이, 만난 지 만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40여 명 되는 회원 중 유난히 아내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내의 뒤에 아우라가 딱~~. 하하하."

남편의 너스레에 아내는 "정말, 아닌 거 같은데"라고 응수하며 웃는다. 예전에 참석한 특수교사모임에서 만난 이 부부를 지난 6일, 그들의 자택(안성금광 조령분교 사택)에서 만났고 우리들의 신나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직장 그만두고 '아내' 따라 특수교사의 길로...

남편은 아내를 처음 만나 '특수교사'란 직업이 세상에 있는 줄 알았단다. 아내에게 첫눈에 반한 남편은 '구애작전'에 돌입했고, 2009년 7월에야 결혼에 골인했다. 참 대단한 커플이다.

이렇게 그들의 사귐이 지속되면서, 남편도 아내와 같은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남편이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특수교육과를 지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고졸학력자였다.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2009년 남편은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다. 2000년도부터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보다 거의 10년 후배교사가 된 셈이다.

가만히 보니 아내는 신중하고 분석적인 성격, 남편은 적극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그들은 서로 보완하기 딱 좋다. 그들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 서로 대화하다보면 어느덧 자기 새끼들(그들은 특수학급 아이들을 서로 그렇게 불렀다.) 이야기로 빠진다고. 남편은 아내로부터 교사 노하우를,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순발력 노하우를 전수받곤 한다. 근래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남폭한 남자 아이 다루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이렇게 부부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학교에서의 하루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단다.

아내는 '학교의 엄마', 남편은 '학교의 아빠'

이들은 2세 계획이 없다고 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학교의 엄마는 나다"라고 하고, 남편은 "학교의 아빠는 나다" 하고 산단다. 그들이 말 속에서 자꾸 "우리 아이들은요"라고 말하니 나도 혼동이 되었다. 실제로 자신들의 친자녀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어서 말이다.

현재 남편은 안성서운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아내는 안성금광 조령분교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들이 맡은 아이들은 각각 2명씩이다.

"아직도 특수교사가 뭐하는 교사인지 모르는 분도 있어요. '특공무술 가르치는 교사인가, 뭔가 특수한 교사인가'라고 말이죠. 호호호호"

아내 김수진 교사가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는지, 마냥 웃는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각 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전담하는 교사가 특수교사다. 사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이 장애아라고 규정되는 것을 무척 반대한다. 행동발달 단계가 조금 느린 '그냥 아이'로, 몸이 조금 불편한 이웃으로 대해주기를 바란다.

이들 부부에게 최고의 목표는 '친절한 보호'가 아닌 아이들의 자립이다. 아이가 넘어져도 절대로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뒷짐 지고 있다. 때론 주위로부터 '독한 교사, 나쁜 교사'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래도 진짜 아이들을 위한 길이 무엇임을 알기에 변명하지도 않는단다.

이들 부부가 해당 부모와의 교육방식 충돌, 일반 교사로부터의 소외, 아이들과의 의사불통 등을 극복하는 비결은 '기다리는 것'이란다. "기다리는 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아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넘어 자립할 그날까지 기다려 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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