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대위 "책임질 사람, 책임 있는 행동해라"
사실상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 촉구... 비례대표 돈 공천·2010년 전대 의혹도 수사 촉구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 달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당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초강수를 뒀다. 고승덕 의원에 의해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을 향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한 것. 박 의장이 당적이 없음을 감안할 때 사실상 국회의장직 사퇴를 촉구한 것이라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의장직 사퇴를 촉구한다고 봐도 되나"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달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지는 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기자들이 거듭 같은 질문을 하자, 황 대변인은 "(의장직 사퇴 촉구를 의미한다고) 그렇게 해석하시라"고 덧붙였다.
"'돈 공천'과 '돈봉투', 의혹 없이 수사해달라"
황 대변인은 또 "비대위는 검찰이 고승덕 의원에 의해서 확인된 사안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돼 나온 증언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제기했던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 조전혁 의원이 제기했던 '2010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해줄 것을 촉구한 것.
당 자체적으로도 관련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황 대변인은 "권영세 사무총장이 오늘(9일) 인 목사를 만나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 쪽에서는 고 의원의 폭로에 대한 부분만 수사의뢰가 돼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고민할 텐데 비대위가 그 부분에 대한 길을 터준 것"이라며 "이미 검찰 쪽에서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 언급이 나온 만큼 비대위의 이 같은 공식 방침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여부는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황 대변인에 따르면, 비대위원들은 대국민 사과 필요성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공감했지만 그 시기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김세연·주광덕 비대위원은 "회의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곧바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종인 비대위원과 권영세 사무총장은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주장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원은 "법률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서 수사결과를 기다리자는 건 정치집단이 할 일이 아니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당이 살아난다"며 박 의장 등의 사퇴 촉구를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변인은 "전당대회 돈봉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나중에 종합적으로 이 사안과 관련된 내용들이 정리되면 그 내용에 맞춰서 (박 비대위원장이) 사과를 하게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참회하는 마음으로 당헌당규 만들었더니..."
한편,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당의 경각심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변인에 따르면, 박 비대위원장은 "(2004년 차떼기 사건 당시) 국민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당헌당규를 엄격히 만들고 그대로 실행했다"며 "어렵게 신뢰회복을 했는데 그 다음에 (실천되지 않은 채 그대로 당규에만) 있으면 뭐하나"라고 해이해진 당내 기강을 질타했다.
또 "당헌당규를 실천하지 않아 기강이 흔들리고 오늘의 당이 왔다"며 "(당헌당규 실천을) 칼 같이 했다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규에 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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