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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로 새해를 맞이하는 시가켄 사람들

야스시 츠지 마을의 산신제, 벤베라코

등록|2012.01.09 18:10 수정|2012.01.09 18:10

▲ 산신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산신제를 지내기 전 아침 6시, 사기쵸를 행하여 연말연시를 보내기 위해서 걸어두었던 꾸미개를 모두 때웁니다. 보통 대나무를 원추형으로 세워놓고 불을 붙입니다. ⓒ 박현국



1월 9일 오전 시가켄 야스시 츠지 마을에서 지내는 산신제를 보고 왔습니다. 산신제는 마을 사람들이 오곡풍양과 자손 번영을 위해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말합니다. 츠지 마을에는 지금 48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 있는 가구를 네 반으로 나눠 번갈아가며 산신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마을 인구가 줄고, 산신제에 대한 관심도 낮아져서 마을 전체에서 산신제 임원 여섯 명을 선정해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를 지내기 하루 전날인 8일 오전, 마을 사람들은 각 가정에 한 명씩 뽑아 마을 동쪽에 있는 미카미진자 신사로 보냅니다. 미카미진자 신사는 마을 사람들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신사입니다. 상주하는 구지(宮司)는 없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을 행사나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

▲ 마을 아주머니들이 신사에 나와서 산신제에 사용할 꾸미개를 만들고 있습니다. 새끼줄에 사철 참나무 잎을 끼우고 있습니다. 비록 돕는 일이지만 산신제 준비물을 여자들이 만드는 것은 보기 드문일입니다. ⓒ 박현국



마을 사람들은 신사 주변과 산신단이 있는 곳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산신단은 마을에서 동쪽으로 300미터 쯤 떨어진 오이와야마(大岩山) 산 옆에 있습니다. 일부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에 사용하는 금줄인 나가모치를 만듭니다. 나가모치는 볏짚으로 만들어서 다시 겉을 새끼줄로 감아서 만듭니다.

그리고 마을 아주머니들은 새끼줄에 사철 참나무 잎을 꽂아서 금줄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금줄은 신사와 산신단 앞에 걸칩니다. 일부 마을 사람들은 사기초(돈도야키라고도 함)를 만듭니다. 사기초는 12월 말에서 1월 초까지 집 앞에 걸어둔 금줄이나 꾸미개를 불에 태우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올해 츠지 마을에서는 사기초를 9일 오전 6시에 했습니다.

▲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미카미진자 신사 방 안에서 준비물을 모두 꺼내고 있습니다. 이곳 츠지 마을에서는 산신제 때 독특하게 볏짚으로 나가모치를 만들어서 금줄로 사용합니다. ⓒ 박현국



8일 아침 8시부터 시작한 마을 청소는 11시 무렵 모두 끝납니다. 청소와 산신제 준비가 끝나면 모두 집에 돌아갑니다. 그리고 9일 아침, 미카미진자 신사 옆에 모여서 사기초를 합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걸어둔 시메나와라고 하는 금줄이나 꾸미개들을 가져와서 불에 태웁니다.

9일 오전 9시 반 무렵, 산신제를 담당할 마을 사람 여섯 명이 도착합니다. 그리고 신사에서 종교적인 일을 담당하는 구지도 도착해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구지가 맨 앞에서고 나가모치, 술, 나무꾸미개 순으로 줄을 지어 산신단으로 향합니다.

▲ 산신단 앞에서 마을 사람들이 제장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나가모치를 금줄처럼 걸어서 고정시키고, 남성과 여성의 산신을 놓고, 술과 오징어를 제물로 놓습니다. ⓒ 박현국



산신단에 도착해 산신단 앞에 나가모치를 걸고 제물을 펼쳐놓습니다. 그리고 산신제를 시작합니다. 산신제는 구지가 중심이 돼 신사식으로 진행합니다. 도중에 구지가 산신제의 목적을 말하는 축문을 읽습니다.

그리고 마을 대표가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나뭇가지를 들고 "미카미진자 신사 산신, 자손번영, 오곡풍양, 산신 벤베라코"라고 소리칩니다. 벤베라코는 남성과 여성이 결합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절차가 끝나면 음복으로 산신제를 마칩니다. 음복은 제물로 차려놓았던 술과 오징어구이를 제의 참가자들이 모두 나눠서 마시고 먹는 것을 뜻합니다.  

▲ 구지(宮司)가 중심이 되어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먼저 구지가 제장을 정결하게 하고, 신에게 독축으로 인간의 뜻을 전하고, 마을 사람이 나무로 만든 남성과 여성으로 된 산신을 들고 소리칩니다. ⓒ 박현국



츠지 마을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산신제를 지내는 산기슭에서 동탁(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 발견된 곳입니다. 청동기 시대가 정착 농경, 즉 벼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이곳이 시가켄 벼농사가 시작된 곳이거나 벼농사를 통해 세력을 키운 중심인물이 살았던 곳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 산신제의 마지막 순서로 제물로 차려둔 술과 오징어를 제사에 참여한 구지와 마을사람들, 참여한 사람들이 나누어 마시고 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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