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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수습교사제'는 사실상 노예 계약"

대전 5개 사립학교법인 '수습기간' 단서 붙여

등록|2012.01.09 18:18 수정|2012.01.09 18:18

▲ 대전지역 사립학교법인들의 신규교원 임용시 '수습기간' 적용 사례. ⓒ 전교조대전지부


대전지역 사립학교법인이 정규직을 뽑는다고 공고를 하고, 실제로는 1년에서 6개월 동안의 수습과정을 거친 후 임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대전지부가 제보를 받아 대전지역 사립학교법인들의 2007년 이후 신규교원 임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 5개의 학교법인에서 신규교원 채용 시 '수습' 단서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대전지부에 따르면, 대전 우송학원은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1년의 수습기간을 두고 있고, 신일학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년 동안의 수습기간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석봉학원과 동정성모학원은 2011년 한 해 1년 동안의 수습기간을 두었고, 계룡학원은 2011년 6개월의 수습기간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인들은 교원채용 공고에 '정규직'이라고 명기하여 필기와 수업, 면접 등을 통해 신규교원 선발절차를 모두 거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종 선발자는 1년간의 수습과정을 거친 후 학생지도 능력과 업무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하여 최종 임용 여부를 결정'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아 놓았다.

따라서 사실상 정규교원이 아닌 1년에서 6개월의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특히 이러한 수습기간으로 인해 정규직 채용을 원하는 신교교원들에게는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수습기간을 지내야 한다는 게 대전지부의 주장이다.

대전지부는 "이는 명백한 불법 고용이자 사기 행위나 다름없다"며 "교육공무원법 등 교육 관련 제 법률과 계약제교원운영지침 등 그 어디에도 '인턴'이나 '수습교사'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오히려 교육공무원법 제32조 2항은, '기간제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또한 근로기준법에서 '수습기간'은 '정규직 채용 후 연수(training)'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회사도 아니고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에서 어찌 이런 불법 고용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대전지부는 또 "정규직인 줄 알고 응시했다가 졸지에 기간제교사가 되어버린 '조건부 합격자'가, 이사장 및 교장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부담을 떠안았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면서 "사실상의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전지부는 "일부 학교법인들이 이러한 수습기간을 두는 이유는 '수습 기간 동안 금품 등의 채용 사례를 요구하기 위한 꼼수'가 아닐까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가뜩이나 사전 내정설이 난무하고, '요즘 신규교원 임용 공시가는 1억'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판국에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부는 이와 관련 교육청을 향해 "이런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대전시교육청은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면서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불법 사례를 전국적으로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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