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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신정아 사건, 참여정부에 치명타 될 줄 몰랐다"

등록|2012.01.10 14:28 수정|2012.01.10 14:28
(서울=신유리 기자) 변양균(63)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고 밝혔다.

변 전 실장은 10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책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바다출판사 펴냄)에서 서문과 후기를 통해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그가 2007년 불거진 신정아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소회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부인을 포함한 가족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회'하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변 전 실장은 집필 후기에 해당하는 '글을 마치며'를 통해 신정아 사건이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아내와 가족에겐 말할 것도 없다"면서 "그런데 대통령과 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신정아 사건이 "정치적 사건으로 그처럼 악용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는 것.

변 전 실장은 신씨를 '신정아 씨'라고 지칭하며 "법원에서 신정아 씨와 관련된 문제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으며, 이는 "누명과 억측"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정아 사건이 '개인적 일'이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누를 끼쳤고 참회조차 못한 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변 전 실장은 "사건이 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두려웠다"면서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재기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서문에 해당하는 '글을 시작하며'에서도 2007년 가을 신정아 사건으로 사표를 내러 갔던 때 노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변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사건이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따뜻이 품어 주셨던 추억"이 있다면서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그런 인간적인 배려조차도 나와 함께 엮어서 고약한 '소설'을 썼다"고 당시 일부 보도를 비판했다.

변 전 실장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국가 지도자로서 보기 드물게 경제 정책에 대한 수준과 철학과 지향이 원대하고 분명한 분이었다"면서 "나는 그런 사실을 낱낱이 증언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은 2003년 3월부터 2007년 9월까지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변 전 실장이 노 전 대통령의 경제관과 복지관을 재조명한 책이다.

변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이 가야 할 복지 비전과 재정 개혁의 틀을 가장 체계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비전 2030'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신정아 사건이 불거지면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변 전 실장은 2009년 1월 대부분 혐의를 털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집필 활동에 몰두해왔다.

그는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출간을 계기로 블로그 '변양균.com'을 개설하고 시민이 국가 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창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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