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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지급... 고객은 돈 낼때만 왕

5개 병원에서 뇌졸증 진단받은 김풍자씨... 보상 미루는 보험사에 '분노'

등록|2012.01.10 18:13 수정|2012.01.10 18:13

▲ 10년 전 4개 보험을 가입해 2009년 뇌경색증 판정을 받은 김풍자씨가 4개보험사중 2개사에서는 진단비를 받았지만 나머지 2개보험사는 지금까지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심명남


- 마지막 간 조선대병원에서도 뇌졸중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그곳에 가라고 우리가 동의한 적 없다."

- 병원 5곳에서 같은 판정이 나왔는데 왜 인정을 못하나.
"객관성이 떨어진다, 서로가 인정하는 공신력이 확보된 곳이어야 한다."

- 진단서에 'I63코드' 받으면 보험금 지급될 수 있나?
"재심사 가능하다, 서로가 동의하는 제3기관에서 자문받으면 결과에 수긍하겠다"

지난 9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D생명 손아무개 과장과의 대화다. 이 회사는 고객이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병원 다섯 곳에서 뇌경색증 진단을 받았지만 보험금 지급을 만 2년 동안 거절하고 있다. 보험사가 인정하지 않는 5개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객관성과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또한 보험사는 "고객 김풍자씨는 본인 편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오니 100% 인정 못한다, 서로가 인정하는 제3기관을 거부하니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뇌졸중 진단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대형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늙고 병들면 가장 힘이 되어야 할 보험. 하지만 이제 보험상품은 가입도 힘들지만 병들면 보상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거주하는 김풍자(54세)씨는 10년 전 어려운 살림을 쪼개 4개 보험(보장성3개, 손해보험1개)을 가입했다. 김씨의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난 것은 2009년 9월께였다. 안면 마비와 함께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졌다. 또한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계속 되풀이 되었다. 마치 머리를 둔기로 맞은 것처럼 띵한 증상이 계속되자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

보상받기 어려운 보험금... 어찌해야 하나

김씨가 찾은 첫 병원은 여수성심병원이다. 2010년 10월께 뇌 MRI 검사결과 그가 받은 병명은 다발성 열공성 뇌경색. 뇌경색이라 불리는 중풍이었다. 이후 김씨는 보험 증권을 살폈고 보험금(진단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들 보험사측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회사는 제3의 기관인 종합병원의 진단서를 요구했다. 김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담당의사로부터 '뇌경색증 (상병코드I63)' 진단을 받았다.

진단서를 첨부해 다시 보험금을 첨부했지만 또 허사였다. 이에 대해 김씨는 "나이 들어 아프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들어놓은 보험인데, 막상 보험금을 청구하니 약관도 무시하고 고객을 우롱하는 보험회사의 이중성에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럼 김씨가 가입해 놓은 보험회사별 진단비와 지금까지 받은 지급금액은 얼마나 될까?

▲ 똑같은 뇌경색 판정을 받았지만 4개 보험사는 각각 다르게 보험금을 지급한 것을 알 수 있다. (진단비는 S사가 50%, L사는 100% 나머지 A사와 D사는 지급을 하지 않았다) ⓒ 심명남


S생명은 진단비의 50%만 지급했다. L생명은 진단을 청구한 지 4번째 만에 100%를 지급했다. 하지만 나머지 2개 보험사는 계속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회사가 이렇게 다른게 지급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열공성 뇌경색증'진단 때문이다. 열공성 뇌경색증은 증상이 적어 주치의에게 진단을 받아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악의 경우 보험금 청구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보험 상품의 약관은 어떨까? 진단비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D생명의 보험약관 뇌졸중 분류표에 의하면 뇌경색증(분류번호 I63)은 보험금을 지급토록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주치의로부터 이런 열공성 뇌경색(I63)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자문의로부터 기타 뇌혈관질관(I67), 또는 뇌혈관질환의 후유증(I69)이라는 회신결과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한다.

한 전문가는 "열공성 뇌경색의 키포인트는 주치의가 병력, 신경학적 검진에서 비가역적 뇌조직의 괴사 등의 결과와 MRI 등의 특수 검사결과를 기초로 한 진단이었다면 보험금을 마땅히 지급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객은 왕이라더니...

김씨는 2개 보험사에게 어떻게 진단비를 받았을까? 맨 처음 보험금을 지급한 회사는 S생명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진단비의 50%만 지급했다. 김씨는 당시의 억울함을 이렇게 털어놨다.

"처음 뇌졸중 진단을 받고 쓰러진 상태였다. 그런데 보험사 담당자가 하는 말이 '증상이 약해서 안 준다, 못 해준다'였다. 그러면서 계속 (조종)합의를 요구했다. 보험금을 지급 받은 경우가 처음이라 몰랐다. 진단비가 총851만 원인데 보험회사에서 계속 50%만 지급해 주겠다고 해서 그럼 나머지를 까고 500만 원을 입금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이 '원래 조정은 50대50으로 하는 것'이라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몸도 지쳐있는 상태라 도저히 싸우기 싫어서 결국 50%의 보험금만 받았다."

▲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5개 병원(여수성심병원,서울아산병원,삼육서울병원,충북종합병원,광주조선대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에 모두 뇌경색증 판정을 내렸다. ⓒ 심명남


다른 보험사 역시 비슷했다. 김씨는 D생명에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이후 D생명을 상대로 감사원,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순천지검에 고발도 했다. 손해사정인에게도 사건을 의뢰했다.

보험사에서 다른 병원의 진단서를 요구해 김씨가 진단서를 끊은 곳만 5군데(여수성심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육서울병원, 충북종합병원, 광주조선대병원)로 늘었다. 이들 병원은 일관되게 뇌경색증 진단을 내렸다.

이후 L생명은 4번째 충북종합병원의 진단서가 나오자 진단비 100%를 지급했다. 하지만 나머지 2개 보험사는 만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9일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A생명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 아무개 차장의 얘기다.

- 다른 두 곳은 진단비를 지급했다. 왜 지급하지 않나.
"약관과 법률조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지급여부를 검토하겠다."

- 2년 동안 검토하지 않았나, 언제까지 검토한다는 말인가.
"잘 모르겠다."

- 이정도면 지급해야 하지 않나?
"해당부서에서 답을 줬기 때문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김씨는 12년째 보험을 들고 있는 D생명을 상대로 여러차례 금감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이후 금감원은 뇌경색 진단과 관련하여 제3의병원에서 의료 재감정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D보험사는 김씨에게 "마지막으로 제3기관인 대학병원(조선대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오면 판정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또다시 말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D생명 민원담당자 손아무개 과장은 "우리가 조선대병원에 가라고 한 적 없다, 본인이 스스로 간 것이다"라고 부인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와 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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