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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서울 나들이에서 시낭송을 하다

국회의원 출마예정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다

등록|2012.01.10 17:01 수정|2012.01.12 08:23
지난 8일(일요일) 오후 2012년의 첫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1월 3일(월)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하는 일로 첫 서울 나들이를 했고, 또 2010년에는 2월 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일로 첫 서울 나들이를 했는데, 올해는 1월 8일 꽤 일찌감치 첫 서울 나들이를 한 것입니다.

통합진보당 영등포 갑 국회의원 선거 출마예정자인 박무씨의 저서 <IT에서 정치까지> (부제 : 생활정치 10년 보고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일로 올해 들어 처음 서울을 간 것이지요.

통합진보당 인사들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예정자 합동 출마기자회견 장면. 지난번 제18대 총선에서 선전했고 지지기반이 확실함에도 통합진보당의 단결된 힘과 필승을 위해 출마를 양보한 이정미 전 민주노동당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하남


IT전문가로 오랜 동안 진보 계열에서 활동하며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을 지내고 최근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박무씨와는 10년 지기 관계입니다. 2000년 인터넷 세상에 처음 진출하였을 때 <한국일보> 웹사이트인 '정보동호회'에서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그는 나를 도와주곤 했지요.

그 후 2001년부터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되자 그는 내게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해 내가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가톨릭 굿 뉴스>에도 참여를 시작하자 그도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톨릭 굿 뉴스>의 자유게시판과 지금은 폐쇄 상태인 '정치‧북한' 관련 방, '4대강 토론실', '자유토론실' 등은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곤 하는 곳입니다. 같은 하느님 신앙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인데도 세상을 보는 눈과 심성이 너무도 다른 실상이 매우 놀랍기도 한 곳이지요.

그 굿 뉴스 게시판에서 나는 금세 진보 쪽의 대부 격이 되었습니다. 나로 말미암아 곧잘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그 논쟁의 와중에서 박정욱 안드레아라는 분이 곧잘 나를 옹호해주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보동호회'에서 만난 박무씨였습니다.

2003년 <가톨릭 굿 뉴스>의 자유게시판에 진보 성향의 글을 올리는 형제자매들이 오프라인에서도 대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분이 태안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되어 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굿자만사'라는 이름을 표방하게 되었습니다. '굿자만사'란 '가톨릭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서 만난 사람들'의 줄임말이지요.

'굿자만사'는 규약도 없고 회장도 없으며, 일정한 회비도 없고 회원들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연락책임을 맡은 총무 격인 형제나 자매 한 분이 가끔 모임 날짜와 장소를 게시판 상에 공지하면 아무나 자유롭게 참석을 합니다. 적을 때는 10여 명, 많을 때는 40여 명이 모이는데, 지금까지 한 번 이상 참석한 이를 모두 합하면 100명이 훨씬 넘습니다.

그런 '굿자만사' 모임은 얼추 1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지요. 나는 지방에서 사는 관계로, 또 노친의 병상을 돌보는 일과 지난해 일 년 동안 매주 월요일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하는 관계로 '굿자만사' 모임에 빠진 적이 많지만, 참여하시는 분들과 계속 끈끈한 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결의영등포 갑의 박무 출마예정자와 영등포 을의 정호진 출마예정자를 중심으로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공동대표와 당직자들이 필승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하남


그 '굿자만사'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2004년에 처음 박무씨를 직접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그는 나를 '형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 세월도 벌써 8년을 헤아리는군요.

박무씨와 긴밀하게 알고 지낸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에게는 갖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기쁨도 있었고, '탄핵정국'이라는 암울한 터널도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하시는 큰 슬픔도 있었습니다.

'굿자만사' 모임은 물론이고 '굿자만사' 모임이 아닌 자리에서도 박무씨와 함께 하거나 긴밀하게 교신을 나눈 적이 많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노혜경 시인의 시집 출판기념회 자리에도 함께 한 적이 있고, '여의도 거리미사'에 함께 참례한 적이 여러 번이지요.

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대한문 앞 분향소 설치 적업에 직접 나서고 상주가 되어 연일 분향소를 지킬 때는 그를 더욱 미더운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유시민씨와 동지가 되어 국민참여당에 참여할 때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최고위원이 되었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적극 참여하고, 올해 4월 총선에 영등포 갑 후보로 나서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였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누가 나설지, 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언제 어떻게  진행되고 매듭이 지어질지 알 수 없지만,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또다시 공천을 받게 되면 박무씨의 상대는 전여옥이 될 공산이 큽니다.

전여옥은 수구세력의 표상 같은 사람이고 민주세력에게는 가장 혐오감을 주는 인물이지만, 지역구 관리는 튼실하게 해왔다는 평을 받는 것 같습니다. 수구세력의 지지기반은 나름대로 강고한 면도 있으니, 전여옥과의 대결은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박무씨와의 인연이라든가 그의 올바른 심성과 신앙심. 또 이런저런 정치지형 등을 고려하면서 나는 일찌감치 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결심을 했습니다. 올해의 첫 번째 서울 나들이에 내 나름대로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족도 고생 길로...통합진보당 영등포 갑 총선 출마예정자인 박무씨가 부인과 차녀, 유시민 공동대표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하남


나는 8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박무씨의 출판기념회에 내 아내와 두 대학생 아이들을 동반하였습니다. 그 출판기념회 자리가 조금이라도 더 풍성한 모습이 되도록 도와주면서, 내 아이들에게도 뭔가 좋은 경험을 안겨주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공군회관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와 있던 '굿자만사' 형제 한 분이 내게 축시 낭송을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얼결에 "그러지 뭐" 응낙하자, 행사 진행을 돕는 이가 와서 내 약력을 물었는데, 그가 삼류문사인 나를 알 리는 없었습니다.    

출판기념회 행사는 1부와 2부 행사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1부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후보예정자 공동 출마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고, 단상에 마련된 자리에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이재정 고문, 홍용표 서울시당위원장, 이정미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후보자, 올해 4월 총선에 나서는 영등포 갑 출마예정자 박무씨와 영등포 을 출마예정자 정호진씨가 배석을 했습니다.

단상의 자리에 배석한 인사들이 차례로 인사말을 했는데, 지난번 총선에서 선전을 했고 지지기반이 확실함에도 통합민주당의 단합된 힘과 필승을 위해 기꺼이 출마를 양보한 이정미씨가 인사말을 했을 때 가장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1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유시민 공동대표는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뜬 가운데 10분 휴식 시간을 갖고 2부 출판기념회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사회자에 의해 박무씨의 화려하지는 않으나 다채로운 이력이 소개된 후 박무씨가 직접 내빈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는 삼류문사인 나도 깊이 배려를 했는데, 내 소개를 할 때는 '굿자만사' 소개를 곁들였습니다.

통합민주당 당원이며 뮤지컬 배우라는 젊은 여성이 노래 열창을 한 다음 드디어 내가 축시 낭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출사표를 던지는 예비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자리에 참석한 것은 처음입니다. 더욱이 서울까지 가서 그 행사에 참석하고 시낭송을 하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튼 나는 앞에 나아가 마이크를 잡았고, 시낭송을 했습니다. 시낭송을 하기 전에 재미있는 몇 마디 말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겁게 웃었고 큰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내가 예비 정치인의 신고식 행사인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참석자 모두에게 웃음을 안겨준, 즉흥적으로 했던 말들을 여기에 기록해봅니다.

축시 낭송예비 정치인 박무씨의 출정식을 축하하기 위해 시낭송을 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잠바 차림을 해서 미안한 마음이기도 했다. ⓒ 하남


여러분들의 시력을 보호해 드리기 위해 모자를 쓴 채로 뵙는 점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중 웃음) 제 머리에서 조금 빛이 나는 이유는요, 일단은 베트남 전쟁 고엽제 후유증 탓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스통 할배'들을 비롯하여 수구세력과 격렬하게 싸우면서 살다보니 너무 열이 나서 제 머리에서 더욱 빛이 나지 않나 싶습니다. 또 이 경박하고 천박하고 명박한 시절에 뜨거운 고뇌를 안고 사는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중 웃음과 박수)

저는 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다 가면 될 줄 알고, 먼 길 운전도 해야 하고 해서 가볍게 잠바 차림으로 왔는데, 이렇게 잠바 차림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아까 박무 아우님이(뒤에 서 있는 박무씨를 잠깐 돌아보며 '이런 표현 괜찮습니까?' 묻고) 제 소개를 할 때 '굿자만사'라는 말만 하고, 제가 소설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요, 저는 시도 짓고 소설도 쓰는 작가입니다. 지요하라는 '예쁜' 제 이름을 이미 잘 알고 계시거나 한 번만이라도 들은 적이 있으신 분들은 틀림없이 만수무강하실 겁니다.(청중 웃음)

저 유명한 이문열씨와는 나이도 동갑이고, 같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사람입니다. 이문열씨는 1979년에 나왔고, 저는 엄혹하고 암울했던 5공 군사독사정권 초창기인 1982년에 나왔습니다. 지금은 동아일보가 이름난 들어도 소름이 돋는 조중동의 일원입니다만, 제가 등단을 할 때는 동아일보가 조선일보보다는 괜찮은 신문이었습니다.(청중 웃음)

명성과 문학적 업적을 놓고 볼 때 저는 이문열씨에게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째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작가적 양심과 정의감, 이런저런 가치지향 쪽을 놓고 보면 제가 이문열씨보다 훨씬 앞서 가지 않나 싶습니다. (청중 박수)

아까 유시민 대표님과 홍용표 서울시위원장님은 박무 출마예정자와 2002년부터 알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저는 2000년에 알았으니 제가 좀 더 선참일 듯싶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시낭송을 하게 될 미리 알았더라면 축시를 하나 지어오는 건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연초에 <우리 모두 용꿈을 꾸고, 용이 되자>라는 신작 축시를 지어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 여러 인터넷 매체에 발표했습니다. 신년 초하루 새벽 충남 태안의 백화산 정상에서 거행된 '해맞이 행사'에서 직접 낭송을 한 시인데요, 정치웹진 '무브온21'에서는 지금도 계속 메인 면 톱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그 시가 이런 자리에는 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만, 미처 외우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생 동안 애송하는 수십 편의 시들 중에서 두 편을 골라 읊어 드리겠습니다. 한 편은 우리의 심혼을 잘 다독이면서 평화를 느끼게 해주는 시이고, 또 한 편은 겨울이라는 계절과 예비 정치인이 출정을 시작하는 이 자리에 잘 어울릴 수 있는 비장감을 갖게 하는 시입니다. 차례로 읊어드리겠습니다.

기타 연주와 노래저서 <IT에서 정치까지> 출판기념회의 마지막 순서로 주인공인 박무씨가 기타 솜씨와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다. ⓒ 하남


그리고 나는 먼저 김광섭의 <내 마음>을 낭송했습니다. 조용한 소리로 낭송하면서 보니 많은 참석자들이 조용히 눈을 감고 감상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차례의 큰 박수가 있은 후 다음에는 이육사의 <광야>를 낭송했습니다. 박무씨와 또 한 명의 출마예정자인 정호진씨, 그리고 참석자 모두에게 뜨거운 기운과 비장감을 갖게 하려는 시였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우렁찬 소리로 낭송을 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박무씨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박무씨는 내게 깊이 감사했습니다. 내 나름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언변과 시낭송으로 박무씨의 출정식 행사를 좀 더 빛이 나도록 도운 것 같습니다. 올해의 첫 서울 나들이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동행을 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인정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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