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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불신' 논란에 휩싸인 아산시

복기왕 시장 "인재육성 멈출 수 없다"... 평등교육연대 "교육 불평등 부채질"

등록|2012.01.10 20:24 수정|2012.01.10 20:24

▲ 아산시의회는 2012년도 인재육성반 운영지원예산 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아산시 인재육성반 지원사업’이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저도 참 답답한 마음입니다. 아산의 교육경쟁력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인재육성반을 끌고 가야 하겠죠. 현재 아산시가 인재육성반에 지원하는 방법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면 방과 후 학습지원 형태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난 연말 지역신문사 간담회 자리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아산시 인재육성반 지원사업'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복기왕 아산시장의 대답이다. 한마디로 인재육성반 지원사업은 명칭을 바꾸든, 운영방식을 바꾸든 포기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이와 함께 아산시는 '인재육성반 왜 필요한가' '교육문제 해결 없이는 아산시 미래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복기왕 시장이 이례적으로 '아산시의회 교육예산삭감 관련 아산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아산시가 2012년 편성했던 아산시인재육성반 운영예산은 2011년 7억 원보다 1억 원 증액한 8억 원이었다. 아산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진구)는 예산심사결과 인재육성반 지원예산 8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교과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위법'이며 '반교육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2012년 '인재육성반 운영'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아산시와 의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인재육성반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집행부의 실무책임자는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아산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 김진구 위원장(자유선진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인재육성반은 '규정위반'인 동시에 '반 교육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공감해 전액 삭감한 것이고, 정당했다. 그러나 해당 과장의 돌발적인 사표로 '시장의 공약사항을 겨냥한 표적삭감이었다'는 등 잘못된 여론이 조성돼 의회의 고유 권한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지 않았던 6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또 다른 보도자료를 통해 "김진구 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공감할 수 없으며, 인재육성반 지원예산 전액삭감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밝혀 아산시의회의 정당간 갈등상황으로 비화됐다.

해를 넘긴 지난 5일에는 또다시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에서 '성적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인재육성반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아산시의 교육지원 정책에 전반적인 수정이 없는 한 인재육성반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와 시의회, 시민단체가 모두 아산교육의 백년대계를 말하고 있지만 서로의 시각차가 너무도 크다.

아산시, "교육문제 해결 없이 아산시 미래는 없다"

아산시의회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교육발전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2012년도 예산편성과정에서 인재육성반운영비 8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아산시의 입장을 밝혔다.

아산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재육성사업이 좌초될 경우 교육경쟁력 강화와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앞으로 우수인재 육성을 통한 도시경쟁력강화 목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심의과정에서 출석률이 저조하고, 교과부의 유권해석상 규정위반에 해당된다는 내용, 소수 학생만을 위한 특혜로 교육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아산시는 "아산시에서 추진하는 인재육성반 운영은 향후 방과후 학교의 '수준별 맞춤형 보충학습' 개념으로 아산시인재육성반운영의 법적근거는 충분하다. 또 학생들의 출석문제는 학교마다 학사 일정이 다르고 학생 개인간의 봉사활동, 체험활동, 경시대회 참여 등으로 학기 중 참여가 저조했만 여름방학 중에는 학생들의 참여와 만족도가 높았다"고 반론을 폈다.

이어 "사업을 1년만 시행하고 교육의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것으로, 교육은 백년지대계인 만큼 교육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출퇴근 시간 국도21호선이 상습적인 정체현상을 빚는 이유도 교육 탓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시민들이나 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아산시는 또 타지역 사례를 들며, ▲순창군은 기숙사(옥천 인재숙)를 설립하고 외부강사를 초빙하는데 매년 16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고 ▲봉화군은 고교생 150명을 선발해 서울 유명학원 강사를 초빙해 교육하고 ▲경남 합천군은 고교생 160명을 선발해 기숙사를 제공하고 외부강사를 지원하고 ▲충남 보령시, 서천군, 금산군, 당진군, 충북 충주시, 제천시, 전남 곡성군, 광양시, 전북 김제시, 정읍시, 군산시 등 50여 지자체에서 우수인재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산시는 "자치단체마다 지역 교육을 살리고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데, 의회와 의견차이로 방황하는 사이 아산시의 교육수준은 제자리에 머물고 말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인재육성반은 오로지 지역의 특수성과 현실을 공감한 불가피한 선택 이었으며, 도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위 10% 이내의 우수한 중학생이 2011학년도 76.2%, 2012학년도 80.1%, 최상위 1%에서도 80%이상 아산지역 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이 인재육성반 운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산시는 공교육에서 할 수 없는 부분에 사교육의 장점을 융합한 새로운 아산시인재육성반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등교육연대, "성적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평등교육을 위한 아산 학부모연대는 지난 5일(목) 논평과 제안을 통해 "아산시 교육정책은 대부분 성적중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11년 초부터 문제가 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전담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재육성반'이라고 타이틀만 바꿔 시행했다"며 "아산시는 교육문제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단순히 명문대입학률을 높이면 된다는 단기적이고 안이한 발상으로 접근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인재육성반 프로그램'은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가?" 묻고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출석률이 저조하고 만족도도 낮은데다 명문대 진학률도 현저히 떨어져 애초 아산시 목표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액 삭감된 2012년 인재육성반 예산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쓰여져야 한다. 전체 청소년들의 교육여건을 향상시키거나 최소한의 교육적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좀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산시미래장학기금'도 사업의 내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명문대 다니는 아이들의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한 이 기금은 '인재육성반'과 함께 공부 잘하는 아이, 혹은 명문대에 가는 아이를 위한 특혜로 규정했다.

2012년에도 '인재육성반'에 8억, '미래장학기금'으로 15억이라는 예산을 편성한 것은 아산시가 소수 성적우수학생들과 명문대 진학학생들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지원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평듣교육을 위한 아산학부모연대 김지훈 대표는 "많은 교육예산이 성적을 유일한 잣대로 편중해 부당하게 책정하고 있다. 사방에서 성적과 획일성에 갇힌 아이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것처럼 줄세우기를 하고 또래집단 내 강자지배 원리와 폭력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적에서도 또래집단 내에서도 도태된 아이들은 사회 어느 곳에서도 위로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산시는 아이들이 성적과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고 지지하고 격려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갈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아산시가 청소년 자살률 제로인 지역, 청소년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지역, 자라나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육경쟁력을 갖춘 도시"라고 충고했다.

인재육성반, '1% 특혜, 99% 차별' 논란

아산시는 성적우수학생들의 타지역 유출을 방지하고 학력을 증진시켜 지역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아산시인재육성반 지원 프로그램을 지난해 3월부터 처음 시작해 1년간 운영했다.

학년별로 50명씩 총200명을 선발해 7억원의 예산으로 외부 유명강사와  우수교사를 초빙해 토요일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집중교육을 실시해 왔다.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에서 영입했다는 강사 10명과 아산지역 학교 교사 2명(방학기간은 4명)이 수학, 영어, 논술 과목을 매주 토요일 온양한올고등학교에서 강의했다.

아산시의회 김진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학기와 여름방학기간 중 출석률 100%를 기록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1학기 14일 강의시간 중 90% 이상의 출석률을 기록한 날은 단 3일 뿐이었다. 1학기 중에는 출석률이 65%, 58%, 49%, 15%로 강의를 못한 날도 있었다. 여름방학에도 90% 이상의 출석률을 기록한 날은 3일에 불과했고, 대부분 70~80%대에 머물렀다.

아산시 중·고등학교 학생수는 1만7201명이다. 이들 중 인재육성반 200명은 전체 학생수의 1%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2011년에만 7억원의 예산이 집중됐고, 2012년은 8억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시정질문에서 이기애 의원은 "도시경쟁력은 시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다수에게 희망을 주는 도시라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며 "인재육성반 200명의 학생은 아산시 전체 학생수의 1%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집중된 교육예산 지원은 나머지 99%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며, 1%에 대한 특혜다. 특히 공교육을 무시한채 사교육 시장에 기대는 것이 아산시가 표방하는 교육도시의 제일정책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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