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폭로한 B위원장? 실명 까야지!"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민주통합당 영남지역 간부, 돈봉투 폭로 그 후
▲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ㆍ최고위원 경선 수도권 TV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학영, 한명숙, 문성근, 김부겸, 박용진, 박지원, 이강래, 박영선,이인영 후보. ⓒ 연합뉴스
"그런데 민주통합당 돈봉투 사건을 증언한 B위원장이 누구야? 실명을 까야지."
지난 9일 '민주통합당 A후보도 돈 봉투 돌렸다'를 보도한 뒤 제가 접한 사연 가운데 일부입니다. 고작 만 하루가 지난 셈이지만, 그 사이 저는 한국 정치가 어떤 수준인지 잘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사람들은 A후보가 누구인가 스스로 짐작했습니다. 정치권에 떠돌던 소문을 근거로 확인하려드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아무개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이들도 꽤 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어떤 후보의 최측근은 전화로 친절하게 설명하십니다. 사실무근이라고.
또 어떤 후보 측은 "혹시 우리 얘기냐"고 물었고, 또 다른 후보는 "조심하라"며 입단속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트위터에는 제가 유시민 전 장관의 비서였다는 헛소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그 다음은 당연히 B위원장에게 관심이 돌아갑니다. 그가 누구인가, 무슨 목적으로 이 예민한 시기에 돈 봉투 문제를 폭로했는가, 국민참여경선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해당 행위 아닌가, 정치적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후보를 타깃으로 하는가, 누구를 떨어뜨리려는 계획된 음모인가. 관심이 사방팔방으로 튑니다.
'불편한 진실'... 민주통합당,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또 어떤 이들은 "<오마이뉴스>가 실명을 박아 쓰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팩트가 부정확한 것이다" "특정 후보 죽이려고 나선 것이다" 등의 음모론이 제기합니다. 심지어 10일 전주MBC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토론에서는 이번 폭로가 모략정치, 정보정치, 물 타기 정치의 일환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 돈봉투(자료사진). ⓒ
이러저러한 루트를 통해 민주통합당의 A후보가 영남지역 위원장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뿌렸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러던 사이 B위원장과 전화로 만나게 됩니다. 생면부지의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B위원장은 선뜻 공감했습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그래요. 어차피 저도 이런 문화가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에도 오랜 세월 이어져온 잘못된 정치문화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돈으로 줄 세우고, 그런 것 이제 그만해야죠.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를 자꾸 반사이익으로만 가져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거듭나야죠."
B위원장이 <오마이뉴스>에 전화인터뷰를 할 때 그의 솔직한 심경은 이것이었습니다.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통합당 내부에도 존재하는 악습이 있다면 80만 국민이 참여한 이번 경선에서 돈 선거가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B위원장은 9일 "솔직히 저도 절망하고 실망한 부분이 있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지역책임자들이 지역위원장들을 불러서 술자리를 열고, (투표) 독려하고 그랬던 문화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문화가 잔존되는 이유를 "영남의 열악한 정치구조 탓"으로 봤습니다. 다음은 그의 말입니다.
"영남에서 정치하려면 이쪽 저쪽 눈치 많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을 지키기 어려워요. 영남의 불합리한 지형을 극복하려는 건강한 정치인들이 살아남기보다는 유력 정치인이 줄을 세우고 또 그 줄에 서야 공천받기 쉽고, 이런 게 일반화 돼 있거든요. 우리 같은 놈 제대로 정치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안 됩니다."
그는 긴 한숨을 토해내더니 멋쩍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또 말을 이어갔습니다.
"솔직히 우리 당도 쇄신의 대상 아닙니까. 한나라당이 워낙 심각하니까 우리 당이 그보다 좀 나아보일 뿐이지 솔직히 심각하죠. 많은 국민의 참여로 이뤄진 선거인단의 투표로 새로 태어날 민주당, 이참에 확 뜯어고칠 생각을 해야지, 한나라당보다 좀 더 값이 나간다고 해서 우쭐해선 안 됩니다. 내부 동력을 키워서 확 바꿔야 합니다."
그는 이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쪽 팔립니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만일 A후보가 당선돼서 저 같은 놈이 공천 못 받으면 정치 그만둬야죠. 저 같은 놈이 공천에서 불이익 받고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다면, 한국정치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B위원장이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그동안엔 공천권을 쥔 당의 대표가 전국 지역위원장의 목줄을 잡고 총선 공천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거 관행 앞에서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어떤 사람들로 채워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B위원장은 선뜻 "A후보가 누구다"라고 나서기 곤란해 합니다.
섣불리 공개했다가 오랜 세월 영남에서 활동해왔던 자신의 정치인생이 순식간에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게 사실입니다. B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제게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무지 괴로워하고 있어요. 조용히 있을 걸 괜히 나섰나, 걱정하는 모양입니다."
B위원장은 이렇게 어렵사리 <오마이뉴스>에 양심고백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잘못된 정치 관행을 지적했고, 민주당이 거듭나려면 돈봉투로 줄세우는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는 충심을 전했습니다. 민주당에 애정을 가진 그의 진심을 민주당이 받아안으려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조사를 해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10일 저녁에 소집한 최고위원회에서 "지역위원장들은 모두 들은 바 없다"면서 "일단 전대 이후까지 조사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앙당에 신고센터까지 마련하겠다고는 했지만 진실규명 의지는 약해보였습니다. 심지어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마이뉴스가 B위원장의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돈봉투를 돌린 A후보가 누군지를 확인하려면 우선 제보자의 신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취재원 보호는 기자의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은 요구합니다. B위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그리고 덧붙입니다. "B위원장의 실명 공개로 그가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 모르고 또 책임조차 질 수 없다"고 말입니다.
B위원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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