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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의회, 군청 구내식당 예산 왜 깎았나

"50명 이용 식당에 수천만원 예산 사용, 특혜"... 공무원노조 "특혜아닌 복지"

등록|2012.01.11 19:38 수정|2012.01.11 21:17

▲ 한 자치단체의 구내식당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권우성


충남 청양군 공무원노조와 의회가 식당운영비 삭감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청양군의회는 단순히 공무원 50명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을 위해 수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인 반면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들을 적대시하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청양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올해 구내식당 운영비 5000만 원 중 3400만 원을 삭감했다. 즉 1500만 원의 예산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의회가 예산삭감을 결정한 이유는 명료하다. 공무원 1인당 군비로 매달 13만 원씩(1끼 7000원), 매년 156만 원의 점심값(급량비)을 지급하고 있고, 야근을 할 경우 별도의 급량비 예산이 편성된다는 것. 청양군청 직원 약 600여명이 매년 지급받는 점심값은 약 8억 원대에 이른다.

군의회 "공무원 35명에게 5000만 원 추가지원? 안될 말"

군의회는 그런데도 군청 내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점심 한 끼 해결을 위해 5000만 원(2명 인건비 3000여만 원, 식재료값 1500여만 원, 식당인부 근무복 45만 원)의 군비를 들여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공무원 점심을 위한 예산을 이중으로 지출하는 것이라는 것.

2009년의 경우 기본경비 외에 식당보수 및 식기세척기 구입 등으로 6000여만 원의 예산이 추가됐다. 게다가 현재 군청 구내식당 한 끼 밥값은 1000원으로 저렴한데도 이용자는 하루 50여명(공무원 35명, 교육생 등 일반인 7~8명)에 불과하다.

뿐만이 아니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군비로 지원하는데도 구내식당에서 판매한 밥값과 매점, 자판기 운영 판매수입금은 군 수입으로 잡지 않고 '구내식당 운영위원회' 수입으로 잡아 지출하고 있었다. 구내식당 운영위원회는 군청내 각 실과 총무담당자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청양군청 관계자는 "식당 및 매점 등 수익금을 군 수입으로 잡지 않은 것은 자치법규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수익금(지난 해 기준 5700만원)은 자체 고용한 또 다른 근로자(1명) 인건비와 식재료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밥값으로 1000원을 받고 있어 군에서 지원하는 식재료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명숙 청양군의원은 "전 공무원에게 정액급식비를 지급하는데도 구내식당 운영에 인건비와 식재료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지출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당초예산 중 1명의 인건비(1500여만 원)와 피복비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을 삭감하고, 구내식당 운영 방법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깊은 유감... 특혜 아닌 복지로 이해해야"

논란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충남지역본부(이하 공무원노조)가 관련 예산을 삭감한 군의원에게 '편협하고 공무원들을 적대시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확산됐다.

청양군 공무원노조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식재료비를 삭감한 것은 불균형하고 저급한 식단 구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특혜가 아닌 복지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실과장보다는 하위직급들이 많이 이용한다"며 "청양군의회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명숙 군의원은 "직원 대부분이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밥값은 1000원만 받아 군비지출만 늘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소수의 하위직 공무원과 지역주민을 내세워 의회를 압박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청양군 구내식당운영위원회는 군의회의 예산삭감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식당과 매점, 휴게실 자판기 운영을 중단했다.

구내식당 운영 예산삭감, 다른 시군으로 확산되나

청양군 관계자는 "공주시의 경우 자활센터일자리창출사업으로 국도비를 지원받는 단체에  위탁운영하고 있다"며 "구내식당 운영을 잠정 중단한 후 공주시의 경우처럼 민간위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청양군 구내식당 논란은 다른 시군으로 확산될 여지를 갖고 있다.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에도 모두 구내식당 운영비를 시군비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천안시가 1억 5700만 원, 아산시 4900여만 원 등 민간위탁한 공주시를 제외한 도내 모든 시군이 구내식당운영비를 군비로 지출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식비는 2000원에서 3500원으로 청양군처럼 1000원을 받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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