뿜어져 나오는 육즙... 멘치까스를 아시나요?
[푸드스토리 38] 멘치까스, 일본 키치조지의 명물 음식
겨울 날씨가 한창이라 외출하기가 조금 꺼려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산책을 좋아하는 저는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카메라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특히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탓에 일부러 그런 동네를 찾아가곤 하는데요, 그럴 때면 꼭 만나게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이렇게 예뻤든가 하고 깜짝 놀라서 살금살금 다가가면 그네들은 길가 담벼락에 기대앉아 그다지 큰 미동도 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서정적인 울음인지 노래인지를 계속합니다.
크로켓을 소개하는 장면... 인상적이네!
길거리의 고양이들은 각자 천차만별의 모양을 하고 있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모두가 다릅니다. 한때는 주인의 귀여움을 듬뿍 받았을지도 모를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가 온몸에 덕지덕지 때가 묻은 채 길에 떨어진 음식을 물고 바삐 길을 가로질러가는 경우도 있고, 만사 귀찮은 듯이 담벼락에 길게 드러누워 지그시 바라보는 게으름뱅이들도 있지요. 카메라를 꺼내 들면 무슨 공격이라도 당할까봐 화닥닥 도망가는 녀석, 맛있는 것을 꺼내는가 싶어서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애교 덩이들까지…. 모두 갖가지 성격과 외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고양이는 인간과 여러모로 함께 하는 존재고, 싫든 좋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도 고양이와 인간의 공동생활을 그린 영화 중 하나군요. 얌전하고 섬세한 성격의 고양이와 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만화가가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이 영화는 광고인 출신 영화감독의 감성 가득한 영화입니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듣지 않는 감독 이누도 잇신은 오로지 산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그 감성을 영화에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거리의 광고 사진들,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 날씨와 온도에 따라 섬세하게 변해가는 마음의 물결 등을 유심히 살피는 것으로도 영화를 위한 자료가 충분히 만들어진다지요. 그리고는 마침내 풍부한 감성을 영화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굉장히 반가웠고 뿌듯했습니다.
한편, 영화<구구는 고양이다>는 어찌 보면 일본 키치조지의 관광 영화인 것도 같습니다. 실제로 중·고교 시절 6년간 기치조치에 살았던 이누도 잇신은 그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만든 영화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지요. 일본 최고의 도시인 '도쿄' 안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 키치조지. 그곳의 하모니카 골목을 비롯한 맛집, 술집을 만화가 어시스턴트들이 사방팔방 몰려다니는데, 그 중 사토 정육점의 크로켓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육즙... 이게 바로 멘치까스의 매력
실제로 기치조지에 위치한 사토 식육점에서 파는 크로켓은 일본 관광 명물로 사랑받고 있으며, 그 중 멘치까스(メンチカツ)가 가장 유명합니다. 영어식 이름으로는 민스 커틀렛(mince cutlet)이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멘치까스'라 불리는 이 음식은 다진 쇠고기에 잘게 썬 양파 같은 채소를 넣고 주물러서 모양을 빚은 후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음식입니다.
기치조치의 관광 상품으로 불리는데, 한입 베어 물면 그득히 뿜어져 나오는 육즙과 촉촉한 고기 감촉이 매력입니다. 속은 부드럽고도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빵가루가 덮여 있어 식감을 자극하는 음식이죠. 아침부터 사토 정육점 앞에 줄을 잇는 손님들은 이 멘치까스의 특별한 맛이 궁금해서 달려온 관광객들이지요.
낯선 할아버지의 연락
그 맛있는 멘치까스. 과연 집에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슬쩍 쥐면 육즙이 촐촐 뿜어져 나오는 게 관건인데, 가정용 가스레인지로 그게 가능할까 싶었답니다. 하지만 맛과 상관없이 음식을 만드는 동안의 생각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즐기는 뿌듯함이 요리의 맛을 더하니까 '괜찮아'라고 용기를 내봤습니다.
참! 관광 상품인 멘치까스를 이야기하다보니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네요. 최근에 일본적산 가옥을 개조한 카페에 관한 기사를 쓴 후로 낯선 할아버지께서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근대 시기의 음반을 샀노라시며 그걸 제가 들어보고 추가 기사를 써달라고 하시더군요. 어린 시절을 적산가옥에서 보내신 분인데, 근대 건축과 그 시절의 향수를 담아 기사를 읽으신 후 산책 삼아 그곳에 직접 찾아가서 이런 저런 물품을 구입하셨다고 합니다.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한편, 그 일을 계기로 역사와 관광을 모토로 하는 그 카페가 노년층 뿐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관심을 받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하고 나름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카페의 특색을 살려서 음식을 통한 이미지 구축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가령 좀 전에 이야기한 멘치까스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은 어떨까 하고요.
문화의 공유는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곳에는 일본인들도 많이 들르기 때문에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서, 한편으론 좁은 가게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테이크아웃 음식으로서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요. 잠깐 산책 겸 들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역사의 향기도 음미할 수 있는 곳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튼 산책을 통해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문화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의 사색을 통해 삶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바로 고양이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이렇게 예뻤든가 하고 깜짝 놀라서 살금살금 다가가면 그네들은 길가 담벼락에 기대앉아 그다지 큰 미동도 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서정적인 울음인지 노래인지를 계속합니다.
크로켓을 소개하는 장면... 인상적이네!
▲ 길고양이. ⓒ 조을영
길거리의 고양이들은 각자 천차만별의 모양을 하고 있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모두가 다릅니다. 한때는 주인의 귀여움을 듬뿍 받았을지도 모를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가 온몸에 덕지덕지 때가 묻은 채 길에 떨어진 음식을 물고 바삐 길을 가로질러가는 경우도 있고, 만사 귀찮은 듯이 담벼락에 길게 드러누워 지그시 바라보는 게으름뱅이들도 있지요. 카메라를 꺼내 들면 무슨 공격이라도 당할까봐 화닥닥 도망가는 녀석, 맛있는 것을 꺼내는가 싶어서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애교 덩이들까지…. 모두 갖가지 성격과 외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고양이는 인간과 여러모로 함께 하는 존재고, 싫든 좋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도 고양이와 인간의 공동생활을 그린 영화 중 하나군요. 얌전하고 섬세한 성격의 고양이와 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만화가가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이 영화는 광고인 출신 영화감독의 감성 가득한 영화입니다.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듣지 않는 감독 이누도 잇신은 오로지 산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그 감성을 영화에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거리의 광고 사진들,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 날씨와 온도에 따라 섬세하게 변해가는 마음의 물결 등을 유심히 살피는 것으로도 영화를 위한 자료가 충분히 만들어진다지요. 그리고는 마침내 풍부한 감성을 영화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된다고 하더군요.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굉장히 반가웠고 뿌듯했습니다.
한편, 영화<구구는 고양이다>는 어찌 보면 일본 키치조지의 관광 영화인 것도 같습니다. 실제로 중·고교 시절 6년간 기치조치에 살았던 이누도 잇신은 그곳에 대한 그리움으로 만든 영화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지요. 일본 최고의 도시인 '도쿄' 안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 키치조지. 그곳의 하모니카 골목을 비롯한 맛집, 술집을 만화가 어시스턴트들이 사방팔방 몰려다니는데, 그 중 사토 정육점의 크로켓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육즙... 이게 바로 멘치까스의 매력
▲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중 한 장면기치조지의 맛집 사토정육점에서 멘치까스를 먹는 모습. ⓒ CJ엔터테인먼트
▲ 멘치까스 ⓒ 조을영
실제로 기치조지에 위치한 사토 식육점에서 파는 크로켓은 일본 관광 명물로 사랑받고 있으며, 그 중 멘치까스(メンチカツ)가 가장 유명합니다. 영어식 이름으로는 민스 커틀렛(mince cutlet)이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멘치까스'라 불리는 이 음식은 다진 쇠고기에 잘게 썬 양파 같은 채소를 넣고 주물러서 모양을 빚은 후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음식입니다.
기치조치의 관광 상품으로 불리는데, 한입 베어 물면 그득히 뿜어져 나오는 육즙과 촉촉한 고기 감촉이 매력입니다. 속은 부드럽고도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빵가루가 덮여 있어 식감을 자극하는 음식이죠. 아침부터 사토 정육점 앞에 줄을 잇는 손님들은 이 멘치까스의 특별한 맛이 궁금해서 달려온 관광객들이지요.
낯선 할아버지의 연락
▲ 멘치까스 만드는 법1양파와 당근 등의 채소를 굵게 썰어서 식용유에 볶는다. ⓒ 조을영
▲ 멘치까스 만드는 법2다진 소고기, 볶은 채소, 소금과,후추,밀가루를 섞어서 반죽을 가볍게 치대고 둥글게 빚는다. ⓒ 조을영
▲ 멘치까스 만드는 법3고기와 채소를 반죽한 후 둥글게 빚어서 준비해 놓는다. ⓒ 조을영
▲ 멘치까스 만드는 법4밀가루옷을 얇게 입힌후 계란물에 담근다. 마지막으로 빵가루옷을 입힌다. ⓒ 조을영
▲ 멘치까스 중불에서 겉을 바삭하게 익힌 후 불을 줄여서 고기 속을 익힌다. (육즙이 촉촉한 멘치까스가 된다) ⓒ 조을영
그 맛있는 멘치까스. 과연 집에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슬쩍 쥐면 육즙이 촐촐 뿜어져 나오는 게 관건인데, 가정용 가스레인지로 그게 가능할까 싶었답니다. 하지만 맛과 상관없이 음식을 만드는 동안의 생각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즐기는 뿌듯함이 요리의 맛을 더하니까 '괜찮아'라고 용기를 내봤습니다.
참! 관광 상품인 멘치까스를 이야기하다보니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네요. 최근에 일본적산 가옥을 개조한 카페에 관한 기사를 쓴 후로 낯선 할아버지께서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근대 시기의 음반을 샀노라시며 그걸 제가 들어보고 추가 기사를 써달라고 하시더군요. 어린 시절을 적산가옥에서 보내신 분인데, 근대 건축과 그 시절의 향수를 담아 기사를 읽으신 후 산책 삼아 그곳에 직접 찾아가서 이런 저런 물품을 구입하셨다고 합니다.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한편, 그 일을 계기로 역사와 관광을 모토로 하는 그 카페가 노년층 뿐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관심을 받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하고 나름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카페의 특색을 살려서 음식을 통한 이미지 구축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가령 좀 전에 이야기한 멘치까스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은 어떨까 하고요.
문화의 공유는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 멘치까스. ⓒ 조을영
그곳에는 일본인들도 많이 들르기 때문에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서, 한편으론 좁은 가게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테이크아웃 음식으로서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요. 잠깐 산책 겸 들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역사의 향기도 음미할 수 있는 곳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튼 산책을 통해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문화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의 사색을 통해 삶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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