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해괴한 서울교육청... 이대영 부교육감의 '셀프 탄핵'?

[발굴] 서울시교육청 작성 '법률 검토' 문서 원본 입수... 180도 바뀌었다

등록|2012.01.13 11:52 수정|2012.01.13 11:58

▲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일 서울시의회에 보낸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공문. ⓒ 윤근혁



지난 9일 이대영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재심의)' 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제출자가 '서울시교육감'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곽노현 교육감의 권한을 대행하는 이 부교육감이 보냈다.

준비한 두 종류의 카드, 그는 재의 카드 던졌다

재의 요구 하루 전인 8일까지만 해도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관련 부서는 두 종류의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재의' 또는 '공포'에 각각 대비한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의회에 보낼 공문도 두 종류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개의 카드 중 한 개가 선택된 셈이다.

이렇듯 재의 요구 공문은 이 부교육감의 입김에 갈대처럼 흔들렸다. 서울시교육청 관련 부서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재의 요구' 명분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이 부교육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교육감은 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될지도 모를 재의 카드를 빼들었을까? 당장 그는 13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불려나와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시달려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공식 해석 자료 펼쳐보니...

▲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지난 해 12월 26일 작성한 '법률 검토' 공식 문서. ⓒ 윤근혁



기자는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서울교육청의 공식 문서 원본을 12일 입수했다. 작성자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인 이 문건의 제목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의 상위법령 위반여부 검토'. 이 문건은 2011년 12월 26일 작성됐으며, 분량은 A4 용지 4쪽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 김형태 의원(교육위원회)에게 보낸 것이다.

지금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재의 요구' 공문에 첨부한 '의견서'와 서울시교육청의 공식 해석 공문을 비교함으로써 이 부교육감의 입김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편의상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에 보낸 공문은 '교육청1', 서울시교육청의 해석 공문은 '교육청2'로 적는다.

① 학생인권조례는 자율권 침해와 무관

교육청1 : "<초·중등교육법> 제8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의 취지는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조례로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상위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음."

교육청2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해 어떤 종류의 체벌이든 금지됨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학생은 체벌 등 모든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의 조례는 동 시행령에 위반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교장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도·감독 기관(공·사립학교인 경우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학교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이고, 이때의 법령은 관할청에 의해 마련된 자치법규인 조례를 포함하므로, 조례에서 대략적인 사항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② 학생인권옹호관은 교육감 권한 침해 안 해

교육청1 :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교육감의 인사권 및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음."

교육청2 : "학생인권옹호관의 권한 행사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고, 결과적으로 교육감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교육감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는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생인권위원회의 권한은 교육감이 동 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견제 기구가 아니므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한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청1 : "조례안 제17조 제3항 학생 집회의 자유는 경기도 및 광주광역시 인권조례에 논란이 돼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서울특별시 조례안은 포함하고 있음. 이는 특정 이념에 의해 학생들의 집회·시위가 주도될 경우 학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사의 학생 교육권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음."

교육청2 : "'집회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이고, 평등권 조항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인바, 조례안은 이를 확인하는 의미의 조항으로 상위법령에 위반된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③ 그릇된 성 인식? 말도 안 된다

교육청1 : "임신 또는 출산, 성(性)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 중 '성(性)적 지향'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性)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음."

교육청2 : "'성적지향,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금지'는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함을 규정한 평등권 조항에 의해 역시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인 바, 조례안은 이를 확인하는 의미의 조항으로 상위법령에 위반된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청1 :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은 모든 교육벌을 금지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조례안 제12조의 두발 자유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부여한 규정과 제13조의 휴대폰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등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

교육청2 : 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묻는 질의가 없었던 관계로 답변 없음.
덧붙이는 글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