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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비행기 안에 여권을 두고 내렸어요

[지구촌 인디고 여행학교 1] 50일간의 인도 네팔 여행 출국기

등록|2012.01.13 10:50 수정|2012.01.13 10:50

▲ 출국 전 기념 촬영하는 제8기 인디고 여행학교 학생과 교사 및 학부모들 ⓒ 오문수


1월 5일. 생명누리 공동체가 주관하는 8기 지구촌 인디고 여행학교 학생 40명과 교사 8명이 드디어 50일간의 인도 네팔 여행을 떠났다.

오전 10시, 인천공항 출국장에 모인 학부모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학생들은 학원도 다니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자식들을 해외여행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큰 뜻을 품고 돌아오길 바라는 게 이들 부모들이다.

출국장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들떠 있었고 서로 얘기꽃을 피운다. 문경 해보라학교에서 이미 4일간의 합숙훈련을 통해 낯을 익히고 여행에 대한 사전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이다. 여행학교 정호진 교감이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당부했다. 

▲ 인천공항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향해 인도 네팔 여행시 주의사항을 말하는 여행학교 정호진 교감 ⓒ 오문수


"인도여행 시 가장 주의할 사항은 안전과 도난, 식수입니다. 밤에 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 배낭은 열차에 체인으로 묶고 작은 가방은 침낭 속에 넣어 보관해야 안전 합니다. 교사들은 3일에 한 번씩 학생들의 근황을 홈페이지에 올리세요. 올릴 때는 학생들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주세요."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출국심사대 앞에서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가위바보게임을 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기내에서도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은 계속된다. 커피 잔에 버터, 소금, 오렌지 쥬스를 탄 커피를 건네고 얼굴을 찡그리며 화장실로 달려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깔깔거리는 아이들.

홍콩을 거쳐 방콕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3명 이상의 외국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사진과 함께 가장 멋진 보고서를 작성한 조에게는 상이 주어진다. 인도행 비행기로 환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쪽팔려서 못하겠어요. 뭘 물어야할 지 모르겠어요. 싫어하면 어떡해요"하며 난처해하던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이방인들에게 다가가 질문하기 시작한다.

"어디서 오셨어요?"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
"아이들은 몇이나 두셨어요?"
"세명."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입니까? 잘 못 알아 들으셨어요? 음 냠냠냠."

영어로 묻던 질문에 한글 "냠냠냠"이란 질문을 던지자 대답하던 인도네시아인들이 뜻을 알아차리고 웃음보따리를 터뜨린다. 한 시간여나 출발을 지연하던 비행기가 12시를 넘어 목적지인 첸나이 공항에 도착하자 다들 녹초가 됐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입국신고서를 나눠주자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해 하며 긴장한다.

부모와 함께 해외여행을 했던 아이들은 부모가 작성해주거나 여행사 직원이 모든 걸 작성했기 때문에 당황한 것은 당연지사. 교사들은 작성법만 가르쳐주고 일부러 스스로 작성토록 했다. 아이들을 홀로서게 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실수를 하면서 크는 법. 아직 자신의 소지품을 간수할 줄 모르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탑승구 앞에서 두 번씩이나 실수를 범한다. 그보다 더 큰 중학생 아이가 기내에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두고 내렸다가 입국심사대에서야 깜박했다는 걸 알았다. 가슴을 쓸어내린 아이들. 실수의 연속이지만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 방콕공항에서 인도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이 부여 받은 임무는 외국인들에게 세 가지 이상 말을 걸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때마침 인도 사람들을 만나 미션을 수행하고 기념촬영한 아이들. ⓒ 오문수



여학생의 무거운 배낭을 들어주는 아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재혼해 버려 소녀가장이 된 여중생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15만 원으로 살아가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본 K군. 그는 한 달간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몽땅 소녀가장에게 줘버렸다.

집이 가난하지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 연예계에 진출해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A군. 학교가기 싫어서 폭주족이 되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보겠다는 욕심으로 여행에 나섰다는 L군. "초등학교 6년이면 됐지 뭐하려고 공부를 더 하는지 모르겠어요. 머리 아프게" 라며 "저는 일찍 돈이나 벌겠다는" P군. "인도를 여행하고 장차 NGO가 될 거예요", "미국에 유학해 회계사가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꿈이 큰 아이들.

여행학교에 참가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지만 제도권 교육에 적응 못하고 맴도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사람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 밤늦게 인도 첸나이 공항에 도착한 학생들. 벨로르까지 3시간 이동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배낭을 합승버스의 지붕 위에 실어 묶었다고 하지만 불안할 수밖에. 뭔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쉽지 않을 여행임을 예고케 한다. ⓒ 오문수


칼힐티는 그의 행복론에서 사람에게는 세 가지의 행복이 있다고 말했다. "서로 그리워하고, 서로 마주보고, 서로 자기를 주는 것"이 그가 말하는 세 가지 행복.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고, 돈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사람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건 없다.

칼힐티는 또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뜻이 다른 사람은 가장 견디기 어려운 대상이다."

어려운 사람과의 관계는 반대로 가장 큰 불행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를 물질 만능의 시대라 해도 세상을 움직이고 서로를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은 사람이다.

생명누리 공동체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평화와 사랑 나누기를 실천하며 성찰하는 사람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이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보다 큰 꿈을 갖고 귀국하기를 빈다.
덧붙이는 글 전남교육소식지와 문화촌뉴스 및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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