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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음식 먹는 것 자체가 싫어요"

[지구촌 인디고 여행학교 2] 50일간의 인도 네팔 여행 첫 날

등록|2012.01.13 13:56 수정|2012.01.13 13:56

▲ 일터로 짐을 운반하는 우마차 ⓒ 오문수



1월 6일. 생명누리 공동체가 운영하는 제8기 인디고 여행학교 학생 40명과 교사 8명이 인도에 첫발을 디뎠다. 인천, 홍콩, 방콕을 거쳐 세 번의 비행기와 세 시간에 걸친 버스여행은 아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각각 24명씩 생명(A팀)과 누리(B팀)으로 나뉜 일행은 각각 벵갈로공항과 첸나이공항에 도착해 50일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내가 속한 팀은 누리팀.

피곤한 일정 때문에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을 먹은 후부터 하루를 시작하기로 계획한 이들. 외국여행으로 마음이 설렌 아이들은 잠을 자지 않고 숙소 문을 열고 길거리 구경에 나섰다.

▲ 인도인의 80%이상이 힌두교도이다. 어느 힌두교도의 집 대문간에 걸린 가네샤신으로 코끼리 코를 하고 있다 ⓒ 오문수







잠자는 아이들도 있지만 예민한 아이들을 깨운 것은 까마귀들의 까악까악 소리와 방물장수들의 외침소리. 까마귀들의 외침소리가 낯선 곳에 왔다는 걸 실감케 한다. 더욱 반갑지 않은 손님은 모기떼. 인도 남부지역이라 한국 초여름 날씨를 보여 모기가 극성이다.

폴(Paul)목사가 운영하는 벨로르 고아원 문을 열고 나서니 한국 냄새와 사뭇 다르다. 포장 안 된 골목길과 주변 하수구에서 풍기는 냄새가 역겹다. 그러나 냄새를 느낄 겨를도 없이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이른 바 '꼴람'. 마을 사람들 거의 모든 집 앞에 그려진 별 모양의 문양들이다. 마을 주민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대문 앞을 깨끗이 쓸고 아름다운 문양을 그린다. 복을 부르는 의미를 지닌 꼴람은 옛날에는 쌀가루로, 지금은 염료를 사용해 그린다. 

▲ 우리의 60년대에나 볼 수 있는 방물장수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생필품을 팔고 있다 ⓒ 오문수

▲ 여자의 손가락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레이디 핑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아이. 식재료로 쓰인다. ⓒ 오문수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하느라 분주하다. 까무잡잡한 얼굴이지만 대부분 이목구비가 뚜렷해 남학생들은 귀엽고 여학생들은 예쁘다. "하이~"하고 인사를 하자 반갑게 대답한다.

길거리는 소 두 마리가 끄는 우마차와 자동차,  세 바퀴 달린 오토릭샤와 행인이 섞여 무질서하다. 그 사이를 자전거 타고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바나나를 파는 과일장수와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행상들이 섞여 한국의 60년대를 생각케 한다.


골목길을 걷다 이상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시멘트 지붕 위에 허수아비로 인형을 만들어 건물에 묶어 놨다. 누가 죽었을까? 아니면 누굴 저주? 아! 방금한 상상은 한국인으로 내린 상상력이 아닌가? 여긴 인도다. 우리와 다른 모습과 전통이 뿌리박고 있는 곳. 대문간에는 자기가 모시는 신을 나타내는 문양을 표시하고 있다. 코끼리 형상을 한 긴 코를 한 가네샤 신. 예수 상.

▲ 건물 2층에 매달려 있는 허수아비. 농경사회의 전통으로 외부에서 오는 악귀로부터 집안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 오문수

▲ 인도여행의 첫 난관은 손으로 오른손으로 밥먹기. 한 학생이 손보다는 차라리 입이 더 편하다며 입으로 밥을 먹고 있다 ⓒ 오문수



때마침 학교에 등교하는 여학생에게 물었다. 18살의 엘 아네스(L Ahness). 벨로르 전문학교(한국의 고등학교와 시스템이 비슷)에 다니는 그녀의 집안은 기독교를 믿는다. 집안을 살펴보니 크리스마스 때 만들어 놨던 트리와 아기 예수상을 집안에 모셔놨다.
"인도 농경사회에서 볼 수 있는 전통으로 불행과 악귀로부터 집안을 보호하는 풍습의 하나입니다. 언제부터 유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벨로르 고아원생들에게 방과후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학생들은 1·2조는 남학생들에게 지점토 공예를, 3·4조는 여학생들에게 종이 접기 교육을 실시했다. 15살 먹은 가네산(Ganesan)은 학생들이 준비해간 지점토를 설명해준 대로 열심히 만들더니 채색을 시작했다. 그에게 녹색 물감을 이용해 채색하는 지에 대해 물었다.

"녹색은 나무와 사과를 상징해요."

서투른 영어로 땀을 흘리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임동아(중3) 학생은 "재미있고요. 학생들이 저를 배려해주는 것 같아요. 학생이 초록색을 집었는데 제가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노란색으로 칠했어요"라고 말했다.

기획 단계부터 모든 걸 주도했던 3,4조의 리더 엄하정(고1) 양의 방과후학교 소감이다.

"내가 직접 영어로 가르쳐서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하는 걸 보니 아주 뿌듯했어요.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척척해내니 영리한 것 같고 예뻤어요."

▲ 방과후교육으로 고아원생들에게 지점토 공예를 가르치고 난 후 사진 한 컷 ⓒ 오문수

▲ 방과후교육으로 고아원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는 엄하정(고1)양 ⓒ 오문수

▲ 첸나이 공항에 도착해 벨로르에 있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폴목사 가족 ⓒ 오문수







저녁에는 전통 인도 음식인 '도사이(Dosai)'를 맛보기로 했다. 야자나무 잎 위에 한국의 전과 같은 걸 놓고 인도 쌀에 '고비 만츄리안, 삼바, 쿠루마'를 비벼 오른 손가락으로 뭉쳐 먹는다. 뜨거운 음식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다. 문제는 숟가락이 아닌 손으로 먹어야 하는 곤욕이다. 끈적거리기도 하고 어색한 아이들은 빨리 손을 닦고 싶다.

이영인(중1) 학생은 "손으로 먹는 자체가 싫어요"라고, 또 다른 학생은 "신기해요"라고 말했지만 나름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즐기는 학생도 있었다.

한길(중2) 학생은 "처음에는 음식문화가 틀려서 좀 그랬는데 숟가락보다 편했어요. 맛도 좋고요"라고 말했다.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법. 우리에게는 손으로 먹는 것이 불결하게만 느껴지지만 이들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숟가락 문화가 불결하다고 느낀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전남교육소식지와 문화촌뉴스 및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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