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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용두의 풍모... 가히 압권이다

보물 제6호 원종대사탑비에서 만나 새로움...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이 보인다

등록|2012.01.16 10:01 수정|2012.01.16 13:39

보물 제6호보물 제6호 여주 고달사지에 있는 원종대사탑비 ⓒ 하주성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9-3, 고달사지 경내에 소재하고 있는 보물 제6호 '여주 고달사지 원종대사탑비'. 고달사 터에 세워져 있는 이 비는 원종대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원종대사는 신라 경문왕 9년인 869에 태어나, 고려 광종 9년인 958에 90세로 입적하였다. 광종은 신하를 보내어 그의 시호를 '원종'이라 하고, 탑 이름을 '혜진'이라 내리었다.

현재 고달사지에 남아 있는 탑비는 거북받침돌인 귀부와 머릿돌인 이수만이 남아 있다. 비의 몸돌은 깨어진 채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진열되어 있다. 비문에는 원종대사의 가문과 출생, 행적, 그리고 고승으로서의 학덕 및 교화, 입적 등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한다.

귀부와 이수귀부와 이수만 남은 원종대사탑비의 측면 ⓒ 하주성


용두비 머릿돌인 이수에 조각한 용머리. 입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다 ⓒ 하주성


이수를 보다가 놀라운 것을 보다

탑비는 머릿돌인 이수, 그리고 행적 등을 적은 몸돌인 비, 그리고 받침돌인 귀부로 구분이 된다. 그동안 원종대사 탑비를 본 것이 서너 번은 되는가 보다. 1월 14일 여주에 모임이 있어 내려갔다가 마침 모임을 한 곳이 고달사지 부근이라, 15일 아침에 고달사지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탑비의 이수는 그 형태가 직사각형에 가깝고, 입체감을 강조한 구름과 용무늬에서는 생동감이 넘친다. 밑면에는 연꽃을 두르고 1단의 층급을 두고 있다. 비의 머리에는 용의표현이 격동적이다. 좌측의 이수 한 편이 떨어져 나가 곁에 놓여 있다. 두 마리의 용이 서로 엉겨 틀고 있는 몸과 여의주를 물고 있는 입 부분 등은 가히 압권이다.

이수에 조각한 몸을 감고 있는 요비늘이 힘이 있어 보인다 ⓒ 하주성


측면으로 본 이수의 용조각 ⓒ 하주성


특히 구름무늬 등 복잡한 장식은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로 넘어오면서 달라지는 탑비의 형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수의 중앙 부분에는 혜목산 고달선원의 국사인 원종대사의 비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몇 번을 보았어도 그냥 지나친 것 하나가 보인다. 비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음각한 밑에 도깨비 얼굴이 조각이 되어 있다.

도깨비 얼굴이야 매번 본 것이지만, 이번에 자세히 들여다 보다가 놀라고 말았다. 그 도깨비 얼굴 좌우에 발을 있다는 사실이다.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모습이 힘이 넘친다. 한 마디로 엎드린 도깨비가 금방이라도 비를 박차고 나올 듯한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명문원종대사 탑비임을 알리는 명문 ⓒ 하주성


도깨비명문 아래에 와당이 조각이 되어있다. 양편에는 발을 날카롭게 조각하였다 ⓒ 하주성


신라 말에서 고려로 넘어오는 비의 특징을 보여

귀부인 거북의 머리는 험상궂은 용의 머리에 가깝고, 머리 위에는 뿔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받침돌의 거북머리는 눈을 부릅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꼬리가 길게 치켜 올라가 매우 험상궂은 모습이다. 다리는 마치 땅을 밀치고 나가려는 듯 격동적이고, 발톱의 사실적 표현은 땅을 꼭 누르고 있는 듯하다.

구름비 몸돌과 연결되는 부분에는 구름을 조각하였다 ⓒ 하주성


용두험상궂은 용두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전기로 넘어 오는 시기의 형태이다 ⓒ 하주성


목은 길지 않아 머리가 등에 바짝 붙어 있는 듯하다. 등에는 2중의 6각형 벌집 모양이 정연하게 조각되었으며, 중앙부로 가면서 한 단 높게 소용돌이치는 구름을 첨가하여, 비를 끼워두는 비좌(碑座)를 돌출시켜 놓았다.

비만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하면, 걸잘 중에 걸작이다. 그 규모 또한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큰 귀부는 보기 힘들 것만 같다. 연초에 고달사지에서 다시 만난 원종대사탑비의 귀부와 이수.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앞발거북의 앞발은 힙있게 앞으로 나갈 듯 바닥을 긁고 있다. ⓒ 하주성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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