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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름이 없어? 그냥 하늘아래 작은 마을이야

[배낭돌이의 서(西)티베트 여행기] 하늘 바로 아래 위치한 티베트 작은 마을

등록|2012.01.17 14:52 수정|2012.01.17 14:53
카일라스를 출발하여 네팔로 가는 길.

▲ 호수 곁으로 다가가고 싶은 룽타의 날개짓 ⓒ 오상용


빙하가 만든 거대한 호수 마나사로바. 호수 한쪽에서 호수로 달려가듯 바람에 휘날리는 룽타와 호수 주변을 가득 둘러싼 고봉들의 모습이 마치 꿈속에서 보는 듯한 풍경을 자아내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신호(神湖 - 신의 호수)라는 칭호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신비한 공간. 한참을 호수 주변을 맴돌려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기원한다.

▲ 호수와 빠르게 변하고 있는 티베트 작은 마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강아지 ⓒ 오상용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높은 곳에서 호수를 바라보기 위해 올랐던 봉우리에서 만났던 한 마리의 새처럼, 호수 주변 만난 강아지가 사람의 인기척에도 움직이지 않고 저 멀리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티베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물론 동물조차 빠르게 변하는 이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멀리서 변화되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 옛 티베트 마을. ⓒ 오상용


한참을 강아지를 바라보았지만 아쉽게도 녀석은 등 뒤에 서 있는 나를 봐주지 않았다.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녀석의, 뒷모습에서 무엇인지 모르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발걸음을 돌려 호수를 벗어나 언덕으로 오르는 길. 저 멀리 티베트 옛 마을과 호수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고봉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이 느낌.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의 심장 박동은 더욱 빨라진다.

▲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는 작은 버스.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여행의 추억과 아쉬움을 더한다. ⓒ 오상용


한참 동안을 호수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시간이 나의 발목을 잡아 서둘러 이곳까지 타고 온 지프에 올라 여행의 끝지점인 네팔 카트만두로 향한다.

저 멀리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바쁘게 흙먼지를 풍기며 달리는 작은 버스. 누가 타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여행의 아쉬움과 추억을 더한다.

▲ 중국 군대의 도로 공사로 막혀 버린 네팔 가는 길. ⓒ 오상용


서티베트에서 출발하여 이번 여행의 종착점인 네팔 카트만두로 가는 길. 라싸를 출발하여 이곳 서티베트까지 오던 길과 마찬가지로 중국 군대의 도로 공사로 인해 이내 멈추고 말았다.

언제 다시 달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서티베트로 갈 때 막힌 도로로 답답했지만, 카일라스와 호수를 보고 온 나에게 있어 이 시간은 지루함보다는 조금 더 서티베트에 머물 수 있다는 행복감과 무엇인지 모르는 익숙함 그리고 즐거움으로 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 휴식을 즐길줄 아는 티베트인들. ⓒ 오상용


어느 때와 같이 차에서 내려 한쪽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티베트 사람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달리 이들은 여유와 휴식을 즐기며 때를 기다린다.

아쉽게도 이들이 즐겨 마시는 수유차(티베트 전통 차)는 없지만, 머리 위에서 내리 째는 따듯한 태양과 저 멀리 불어오는 티베트 자연 바람에 만족하며 주변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

산 정상이랑 가까운 마을로 기억해

▲ 이름도 없는 티베트 작은 마을. 산 정상과 멀지 않은 높이에 위치하고 있다. ⓒ 오상용


약 2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출발한 지프. 이곳 서티베트로 올 때와는 달리 조금은 여유롭게 차량을 운전하는 티베트 기사 아저씨가 식사하고 가자며 도로를 벗어나 저 멀리 산 아래 위치한 작은 마을로 향한다.

"마을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마을 이름 없어. 그냥 산 정상이랑 가까운 마을로 기억해."

▲ 마을 바로 위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 하늘 바로 아래 마을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 오상용


식사하기 위해 들린 작은 마을. 티베트 기사님은 이름도 없는 이 마을을 '산 정상과 가까운 마을'로 소개를 하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에 차를 세우고 걸어와 마을을 바라보니 티베트 기사님 말 그대로 바로 옆 산봉우리가 위치하고, 머리 바로 위 구름이 떠다니고 있다. 다른 곳보다 해발이 높지는 않지만, 하늘 바로 아래 위치한 티베트 작은 마을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구름 바로 밑에 있다.

피주(맥주) 피주(맥주)를 외치는 티베트 청년

▲ 중장비로 가득한 티베트 작은 마을. ⓒ 오상용


마을 주변을 살펴보니 도로 공사에 사용되는 중장비가 가득하다. 정확하게 이 마을이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쉬지 않고 많은 중장비가 다니는 걸로 봐서 이곳 도로 공사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티베트인들이 만든 마을임이 틀림없다.

자신의 터전을 벗어나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곳에 마을을 형성하며 살아가는 티베트인들. 빠르게 변화되는 환경과는 달리 옛 옷과 옛 생활 모습 그대로를 지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사함을 전달한다.

▲ 고향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흙 건물을 지어 맥주를 팔고 있는 티베트 청년 ⓒ 오상용


"콜라 있나요?"
"맥주 맥주"

마을 한 쪽에 흙으로 지어진 티베트 건물에 들어가 음료를 물어보니 중국어를 잘 못하는 티베트인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피주(맥주) 피주(맥주)를 외친다.

가게 안을 살펴보니 이곳으로 몰려드는 중국인들에게 팔 맥주가 가득하다. 중국어도 하지 못하면서 고향을 떠나 이곳으로 와 흙집을 짓고 맥주를 판매하는 티베트 청년. 말조차 통하지 않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곳에서 생활하는 청년의 모습에서 옛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 변해가는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염소. 끈이 없더라도 이 염소는 이곳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오상용


저 봉우리를 바라보는 작고 힘없는 양처럼 티베트인들은 변해가는 티베트에서 옛 그들의 모습을 잊지 않고자 이곳에 마을을 지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름다운 티베트 자연과 달리 어울리지 않는 기계들로 조금은 아쉬운 마을.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다른 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티베트인들에게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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