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태근 "카메룬 다이아 사건, 정부관계자 반응 황당"

[스팟인터뷰] "박영준 때문에 수사 진척 안된 듯...특검이라도 해야"

등록|2012.01.18 16:52 수정|2012.01.18 16:52

▲ 정태근 의원(자료 사진) ⓒ 남소연

"내부에서 상당한 힘이 동원됐기 때문에 검찰도 내사단계에서 수사 진행 안 했다고 본다. 실제로 CNK 오덕균 대표는 사석에서 '실제로 내 힘은 박영준'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사람도 있다."

정태근 의원(무소속)이 '카메룬 다이아 사건'의 몸통으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목했다.

외교통상부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CNK 인터내셔널의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한 박 전 차관이 '몸통'으로 지목된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CN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의결시킨 장본인이다.

정 의원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감사원 감사청구 당시) 외교부 때문인지, 다른 사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 결산위원 중 단 한 사람 빼놓고 나머지 의원 모두가 감사 청구를 반대했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CNK의 주가조작 및 정부 실세 개입 의혹이 상당히 주식시장에 퍼져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 사정기관의 대응이 상당히 느렸다고 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1년 초 외교부, 국무총리실 소속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도 '주의조치'만 내린 점과 소속 직원이 '주의 조치'를 받았는데도 외교부나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내부에서 상당한 힘이 동원됐기 때문에 검찰도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았고 금감원도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키지 않았다고 본다"며 "실제로 박 전 차관은 자원외교를 한다고 카메룬을 직접 방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NK 오덕균 대표는 국회에서 '박 전 차관과 딱 한 번 만났다'고 증언했지만 사석에선 '실제로 내 힘이 되는 건 박영준'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사람도 있다"며 "이런 의혹은 검찰이 제때 수사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로 의혹이 명확히 풀리지 않는 경우, "국정조사를 하든, 특검을 하든 해야 한다"며 "검찰은 그간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보다 더 광범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고위 공무원의 주가 조작 가담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주가 조작 가담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의원은 아울러 "자원외교는 필요하지만 수많은 자원개발 업체들이 탐사권을 획득하는 것만 갖고 주가를 뻥튀기하거나 성과가 있었다는 식으로 선전한다"며 "자원외교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득 의원, 박영준 전 차관 등이 성과를 얻으려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카메룬 다이아 의혹 제기에 외교부 '허위 답변' 내놓아"

-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을 작년 8월 처음 제기했다. 당시 주가조작 정황을 파악했었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11년 초부터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 나는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기업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가 사실상 '공증'하는 것처럼 CNK 인터내셔널이 맡은 다이아 광산의 매장량, 평가가치를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굉장히 이상하다고 느꼈다. 보통 다이아, 석유, 광물 모두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 매장량 기준 중 '추정 매장량'을 사용한다. '추정 매장량'을 산출하기 위해선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원사업엔 여러 기업들이 공동 출자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카메룬 다이아 광산의 경우, CNK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외교부 발표의 매장량 수치도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매장량이) 7억 3천만 캐럿이었다가 4억 2천만 캐럿이 있다는 식으로 변했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이게 '추정 매장량'이 아닌 '예상 매장량'이란 의심을 갖게 됐다. '예상 매장량'은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교부가 사실상 '공증'을 하는 효과를 갖게 되면서 CNK의 주가가 튀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에도 이미 소문이 돌기 시작한 때였다."

-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으로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런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나.
"그랬다. 처음엔 지식경제부 등을 상대로 물었다. 지식경제부나 광물자원공사 모두 자신들은 보수적인 의견을 냈다고 하더라. 초기 탐사만 갖고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긴 어렵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더 알아보니, CNK가 2007년께 탐사권을 따냈는데 바로 다음 해에 국내로 다이아몬드를 반입할 수 있는 것처럼 기사를 내서 주가상승 효과를 얻은 적도 있더라. 이 기업에 문제가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예결위 결산 때 외교부와 금융감독원, 청와대 등을 망라해 이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진짜 황당했다. 당시 외교부에 집중 질의했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보도자료에 나온 매장량의 근거가 뭐냐'고 했더니 'UNDP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자료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다른 루트로 알아보니 UNDP 자료에 매장량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이렇게 되니 그 사람들이 무척 당황해했다. 공무원이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 아닌가.

사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 해 초 주식시장에서 '정부 실세가 관여한 주식'이란 소문이 돌아서 지식경제부나 총리실, 외교부에 있는 상당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상황이었다. 내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한테 '민정수석 있을 때 이 문제를 조사했죠'고 물으니 '사실이다'고 답했다.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물으니깐 '주의조치를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주가조작 사건이라면 주의조치만 줄 게 아니라 감사원이 됐든 금감원이 됐든 조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금감원은 작년 3월부터 조사했다고 하는데 질의를 한 그때(8월)도 계속 조사 중이라고만 하는 거다."

"자원외교 필요하지만, 전문가 아닌 이상득과 박영준 나서니..."

- 금감원은 이제야 검찰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렇게 조사가 늦어졌다고 보나.
"그러니깐 말이다. 당시 난 사실상 외교부의 허위답변도 확인됐고 금감원도 이에 대해 조사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사 청구에 들어갔다. 그 때서야 외교부는 자체 감사를 할테니 (감사 청구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게다가 외교부 때문인지, 다른 사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 결산위원 중 단 한 사람을 빼놓고 나머지 의원들 모두가 감사청구하면 안 된다고 버티더라. 결국 내가 '공무원과 관련된 중대한 범죄행위인데 감사 청구를 못하면 탈당하겠다'고 협박까지 해서 감사 청구를 의결시켰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도 10월 중순 넘어서야 시작됐다."

- 민주통합당 쪽에서는 카메룬 다이아 사건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다. 감사가 늦어진 것이나, 한나라당 결산위원들이 감사 청구를 반대한 까닭이 박 전 차관 때문 아닌가.
"그럴 수 있다. 나도 내부에서 상당한 힘이 동원됐기 때문에 검찰도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았고 금감원도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키지 않았다고 본다. 실제로 박영준 전 차관은 자원외교를 한다고 카메룬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CNK 오덕균 대표는 국회에서 '박영준 전 차관과는 한 번밖에 안 봤다'고 증언했지만 사석에선 '실제로 내 힘이 되는 건 박영준'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떤 점들이 더 밝혀져야 한다고 보나.
"실제로 외교부에서 UNDP 문서와 관련, 허위 답변을 하는 등 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에 대한 부분이 밝혀져야 한다. 또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호성 당시 카메룬 대사의 역할도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이 분이 당시 1등 서기관의 이름을 차용해 중요한 전문을 보내고 이것이 외교부 보도자료 작성의 근거가 된다. 외교부가 국회에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려고 하니 자체 감사를 하겠다며 뒤늦게 사건을 수습하려고 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간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보다 더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외교부 보도자료에 나온) 다이아 광산의 매장량에 대한 판단을 했을 텐데, CNK는 통상 확장매장량을 얻기 위한 시공작업을 하지도 않았다."

- 민주통합당은 이 문제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정조사를 하든, 특검을 하든 해야 한다. 검찰 조사에서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 사실 '자원외교'는 현 정부의 외교적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카메룬 다이아 사건 등으로 이 같은 성과가 무색하게 된 것 같다.
"자원외교는 필요하다. 그러나 자원외교에는 정상적인 과정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기업이 탐사권을 획득해서 실제 매장이 확인되면 매장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들이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자본들이 투입되고 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공동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수많은 자원개발 업체들이 탐사권을 획득하는 것만 갖고 주가를 뻥튀기하거나 성과가 있었다는 식으로 선전한다. 결국 결과가 신통치 않게 나온다. 적어도 탐사 이후, 실제 개발단계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자원외교로 성과를 거뒀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원외교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앞장선다는 것이다. 이상득 의원이나 박영준 전 차관은 자원외교의 전문가가 아니다. 석유공사 사장도 있고 광물자원공사 사장도 있다. 지식경제부에서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원외교를 전담하지 않는 사람들이 성과를 가지려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