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무상의료, 한미FTA와 삼성 막아야 가능하다

[2012 전망기획⑧] 무상의료와 의료민영화의 충돌

등록|2012.01.24 12:56 수정|2012.01.24 12:56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정태인)은 새해를 맞아 2012년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글을 기획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경제 분야에서는 세계경제, 그리고 가계부채와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국경제를 전망하며, 사회 분야에서는 복지 확충을 중심으로 보건의료와 보육 문제를 살펴보고 증세 방안을 검토한다. - 기자 말

2011년은 의료영역에서 의료산업화 주장과 무상의료 주장이 충돌해 왔으며 의료비부담 절감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었던 해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한미FTA 체결과 의료민영화의 추진으로 나타났다. 2012년 역시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2012년 보건의료 분야 쟁점 문제들은?

일단 2월이나 3월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FTA 발효가 무산되지 않는다면 2012년에는 세부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국내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벌써 약사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요양급여에 관한 기준 등 몇 개의 법안개정과 예규 등이 공표되었다.

미 상공회의소와 다국적 제약회사협회 등에서는 국내 약제비적정화 방안과 특허의약품 일괄 보험등재 등이 FTA 침해요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약가산정을 담당하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위원회'와 같은 독립적 검토기구 외에도 약가협상, 행위결정, 질병군결정 등의 과정에도 독립적 검토기구를 둘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감시와 적극적 국민저항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영역에서 무상의료와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선거를 맞이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제출될 것이고 무상의료 역시 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당론으로 책정되었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방안에 비해 한나라당의 보장성 강화계획은 매우 불충분하나 복지논쟁이 선거의 쟁점이 될 상황에서 각 당의 보장성 강화정책은 일정부분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논의가 실질적 의료시스템 개혁까지 포함할 것인지,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의료 상업화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오히려 선심성 공약속에 제도개혁의 목소리가 묻힐 가능성도 높다.

한미FTA 무력화 vs. 현실화 - 의료개혁 vs. 의료민영화

▲ 서울의 한 병원 모습. ⓒ 남소연


특히 한미FTA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 의료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의 법제도 개선을 최소화하고 둘째, 건강보험 보장성과 의료시스템 적정 규제를 통한 의료의 공공성을 빠르게 강화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의료개혁을 요구하는 집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며, 선거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삼성 등 대자본이 의료산업에 대거 진출하면서 건강보험을 일부 강화하는 정도의 양보와 의료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동시에 정치권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다. 이미 인천 송도 등에서는 고용창출, 신사업육성 등을 근거로 영리병원을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에는 건강보험 등 공적 영역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적 경제발전과 문제발생영역의 복지 확충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정책을 추진하면서 겪은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특히 의료산업분야에서 서비스 공급영역의 민영화와 보장영역의 공공화는 양립불가능한 목표이며 실제로는 의료상업화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의약품, 의료기기, 병의원, 의료보험 각 영역의 공공성을 일정 수준 확보하지 않으면서 일부 보장성만을 강화하자는 주장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본격적인 의료시스템 개혁과 보장성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삼성, 의료 산업에 본격 진출 예정

삼성에서는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U-Health(유비쿼터스 기술과 원격의료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대비한 의료기기 영역, 영리병원, 건강증진사업 등이 그 핵심 내용으로 총 2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송도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해 바이오제약 산업과 연구개발 시설을 만들 계획이고, 세계적인 바이오제약업체인 미국의 '퀸타일즈'와 자본금 3000억 원의 합작사를 설립, 2012년까지 삼성전자가 40%, 삼성에버랜드 40%, 삼성물산 10%, 퀸타일즈 10%의 지분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위탁생산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정부 역시 FTA에 대한 대응으로 바이오, 천연물 의약품 영역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회사들이 신제품 개발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미래성장영역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 영역은 실제로는 제품개발이 쉽지 않다. 특허만료기간이 다가오고 있고 기존 화학품 약에 비해 복제약의 가치가 높게 인정된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허가기준을 매우 높게 두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따라서 의료산업화는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제약, 의료기기 산업 고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발달보다는 의료서비스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영역의 산업화는 매우 진척이 되어있으며 오히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제약산업과 임상시험위탁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및 약가 인정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들의 안전과 호주머니를 위협해 자본의 이윤창출을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의료산업은 제약, 의료기기 등 핵심 제품개발과 지적재산권 보유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육성과 그를 실제 현실에서 사용하는 의료서비스분야로 크게 대별된다. 우리나라는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의 수출, 기술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며, 반면 의료서비스 시장은 매우 발달해있다. 특히 각종 규제의 완화로 신약과 의료기기의 도입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으며 다국적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의 임상연구기지의 역할마저 수행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의료기관 무한 경쟁 및 재편

▲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무효 야4당 및 범국본 촛불문화제·합동연설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한미FTA 날치기 무효를 요구하며 풍선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경쟁이 심화되는 의료기관은 자본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의원, 병상수는 비정상적으로 많으며 상당수는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취약하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그 틈새를 전문병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안은 1차 의료기관 강화와 중소병원·전문병원 육성이다.

하지만 1차 의료 강화를 위해서 필수적인 주치의제도 도입과 대형병원 규제는 의료계의 반발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중소병원의 전문병원 육성은 오히려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전문병원의 영리적 경영이 일반 병의원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는 데 있다. 관절전문병원의 척추, 무릎 등 관절수술의 빈도는 매우 높으며 불임전문병원 등에서도 수가가 높은 처치 및 검사 중심의 진료행태가 심각하다.

전문병원으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말은 진료행태에 있어서는 '고가진단-시술 및 처치- 각종 비급여 진료'로 변화하며, 경영에 있어서는 환자유치를 통한 마케팅의 강화로 의료를 상품화시킨다는 것과 동일하다. 유디치과 등과 같은 네트워크 병의원은 이러한 틈새를 활용하여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병원 집중과 자본력 있는 중소병원의 전문병원화가 가속화되면 의원급 의료기관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는 또다시 의료기관 무한경쟁으로 표출되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 제도개선에 대한 의약계 반발 지속

2012년 정부가 예고한 정책 중 슈퍼약판매, 만성질환 선택병의원제 등은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의약분업 갈등 등을 통해 강력한 집단 반발과 그를 통한 수가인상, 규제개혁 등을 얻어낸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이후 의료계의 대응방식은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 → 의료인 대중의 반정부 정서 및 저항 → 정부 협상을 통해 원하는 수준의 수가와 제도 확보 → 근본적 의료개혁 기회 상실'의 경로를 밟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야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무상의료를 실행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기존 의료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수반한다. 그 과정에서 의약계의 격렬한 반발은 개혁을 더욱 어렵게 하거나 보장성 일부 강화를 통한 건강보험 제도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열리는 선거의 해이며, 747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낡은 성장중심 시스템을 탈피하고 보다 지속가능하며 상생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국민들의 열망이 표출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년 전만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상당 수준의 복지확충과 분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보수와 진보세력의 복지정책은 상당 부분 수렴되어 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진정한 무상의료의 실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매우 많다. 우선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민영화 시도의 극복, 미국을 비롯한 제약, 의료, 보험자본에 대한 대응, 이익단체들의 반대 극복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선거 시기 정치집단에서는 손쉬운 보장성 강화만을 강조할 가능성도 높다.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은 의료영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자본의 요구가 높아진 한국 의료체계에서 매우 힘든 과제이기 때문이다. 민간중심의 의료를 발전시키면서 보장성확대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미국의 사례는 한국 의료시스템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료는 의료공급에서 민간 주도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영리적 병의원의 경쟁이 심각하다. 거기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높아지는 의료수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비의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강보장성을 강화하고 의료비의 적절한 통제를 달성하는 일은 2012년의 핵심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감시와 요구가 정치로 표현되는 복지정치가 확산되어야 하며, 의료인들 역시 의료개혁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이은경님은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