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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가면 '왼똥오밥'을 기억하세요

[생명누리 공동체가 주관하는 인디고 여행학교 인도여행기 3]

등록|2012.01.20 13:38 수정|2012.01.20 13:38

▲ 방과후교육으로 원주민 아이들과 함께 네일아트를 하는 학생들. 어른들까지 합세했다. ⓒ 오문수


'왼똥오밥'? 묘한 언어에 고개가 갸웃거린다. 왼손으로 똥을 닦고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인도 풍습의 요약본이다. 결벽증에 걸린 사람은 일을 보고 난 후 몇 장의 휴지를 사용하고도 맘이 안 놓이는데 손으로 뒤처리를 한다? 인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가장 고민하는 일 중 하나는 화장실 가는 일과 오른손으로 밥 먹는 것.

인도의 고급 호텔이야 다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도 화장실은 물 내리는 구멍이 작아 화장지를 넣으면 막혀서 뜯어야 한다. 게다가 아예 화장지를 보관할 상자나 통이 없다. 굳이 화장지를 사용하려면 비닐봉지에 싸서 밖에 나와 태워야 한다.

그러니 일을 보고 난 후 손으로 뒤처리를 하고 비데처럼 물로 씻어야 한다. 씻고 난 후 물기를 못 닦고 옷을 입어야 하는 찜찜함은 감수해야 한다. 물이라도 내릴 수 있는 장소에서는 괜찮지만 티피파캄 마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디고 여행학교 학생들에게 화장실 가는 것은 가장 곤욕스러운 일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적게 먹는 것.

"왼손으로 밥 먹으면 안 돼요"

▲ 흙으로 만든 기와집 벽에 소똥을 발라 말리고 있다. 말려서 연료로 사용한다. 이들에게 똥은 더러운 존재가 아니라 유용한 존재다. ⓒ 오문수


▲ 방과후교육으로 실시한 손도장 찍기에 아이들이 찍은 손 ⓒ 오문수


오후 9시가 넘어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니 홈스테이 하는 집 아이가 화장실을 알려준다. 손전등을 켜고 집에서 500미터 쯤 떨어진 들판으로 가는 길에는 소와 개, 염소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을 조심스럽게 비켜서 들판으로 가는 길에는 동물들이 싼 배설물들이 지뢰처럼 널려 발밑이 무섭다. 하긴 뭐 소똥을 벽에 발랐다가 마른 후 연료로 사용한다면 똥은 요긴한 존재다. 거름과 연료, 소와 염소의 우유와 고기가 이들에게 유용한 존재라면 길바닥에 널려 있는 똥에 초연해야 하지 않을까.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한 시간 쯤 떨어진 티피파캄에서 홈스테이하는 경훈이는 왼손잡이다. 원주민 집에서 차려준 음식을 왼손으로 집으려 하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왼손을 잡고 "노(No)"하며 오른손으로 음식을 들라고 가르쳐 줬다.

▲ 아이들과 비누방울 만들기 놀이를 같이 하는 학생들. ⓒ 오문수


▲ 원주민이 사는 집. 코코넛 잎으로 덮은 지붕이 이채롭지만 우리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집처럼 좋은 집을 가진 사람도 있다. ⓒ 오문수


수천년을 이렇게 살아온 이들이야 상관없겠지만 이런 풍습이 낯설고 꺼림칙한 한국인들은어디 그런가. 마음 편히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처지가 못 돼 희미하게 동이 트는 새벽에 야외 화장실을 찾았다. 그것도 화장지 한 장을 들고. 현지화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맨손으로 뒤처리를 하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새벽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건 내 라이프 스타일을 깬 것이다.

아침을 먹어야 일을 보는 한국에서의 습관을 빈속에 그것도 새벽에서라야. 괜한 힘만 쓰고 날은 밝아오는데 마을에서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뱃속에서 소식이 오는데 하필이면 이때 사람들이 나타나는가. 개운치 않게 뒤처리를 하고 손에 흙을 묻히고 급히 일어섰다. 손에 합장을 하고 전통 인사인 "와나캄"을 외치자, 그 중 한 사람이 "Here is Dung, no problem (여기서 똥 싸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노 프러블럼, 여기에서 볼일 봐도 괜찮아요"

▲ 이빨이 다 빠진 할머니가 맨발로 걷고 있다. ⓒ 오문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개똥, 소똥, 염소 똥이 널려 있다. 똥이란 자연의 순리이고 배설 못하는 고통만큼 큰 것도 없다. 엊저녁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다. 화장실이 만만치 않으니 자기 전에 미리 화장실을 갔다 오라는 내말을 무시한 성현이가 새벽에 일어나 나를 깨웠다.

"선생님 화장실이 급해요. 같이 가요. 무섭고 어디인지 모르니 알려줘요."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는 휘영청 달이 밝았지만 집 주변에 소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소똥도 널려 있었다. "선생님 저 참을래요. 소가 무서워서 못가겠어요." 결국 성현이는 가까운 밭에다 소변만 보고 날을 샜다. 그러나 그 고통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 학생들이 방과후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원주민 아이들을 못 들어오게 하자 창틀을 통해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는 아이들. ⓒ 오문수



▲ 미끄럼틀 위에서 사탕수수를 먹는 아이. 마을에는 사탕수수, 코코넛, 파인애플 농장이 널려 있다. ⓒ 오문수


인도인들은 화장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결하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닦아내고 비누로 깨끗이 씻는 자신들의 용변법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물이 부족하고 위생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인도인들에게 이런 용변법이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자연도 보존하고 경비를 줄일 수 있으니.

인도, 특히 티피파캄 마을에는 소똥, 개똥, 염소똥, 닭똥 천지다. 처음에는 경악스럽고 발밑만 쳐다보던 아이들도 물기가 있는 것만 아니면 용서가 된단다. 사방천지가 똥이다. 거기다 들로 나가면 사람의 것도…. 어쩌랴 모든 게 자연이고 여기가 인도인 것을.
덧붙이는 글 문화촌뉴스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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