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소방관' 현충원에 안장하면 안돼?
[주장] 김종현 소방교 국립묘지 안장, 법정으로... 동물 고통 경시 풍조 우려
▲ 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탑 ⓒ 국립대전현충원
작년 7월 한 소방대원이 강원도 속초시 교동의 건물 3층에 고립되어 있던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로프가 끊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소방대원은 속초소방서 소속의 김종현(29) 소방교입니다. 당시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누리꾼들 사이에는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소방대원에 대한 감사의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후 국가보훈처는 소방대원이 동물구조 대민지원을 하다 숨진 경우에는 현충원 안장이 불가능하다며 안장 보류 통보를 소방서 측과 유족에게 보냈습니다. 결국 지난 3일, 고 김종현 소방교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되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속초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유족으로부터 소송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대민지원 업무로 인한 순직, 국립묘지 안장 안 된다"
현행 법률은 소방대원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경우를 화재진압, 인명구조, 구급업무, 실습훈련 중 순직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다른 대민지원 업무로 인한 순직은 제외되기 때문에 계속 논란이 되어왔고, 언론에서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과연 고양이를 구조하다 목숨을 잃은 고 김종현 소방교는 국립묘지에 모셔질 자격이 없을까요? 길 잃은 고양이도 마다하지 않고 구조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분이라면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는 어떠했을까요? 국가와 사회, 우리 시민을 위하겠다는 마음도 누구보다 강하지 않았을까요?
2008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뉴베드포드의 소방관 알 마차도씨가 화재가 난 건물에서 구조된 고양이에게 인공호흡을 실시하여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습니다(동영상 보기).
2층에 갇혀 있던 다른 두 고양이는 안타깝게 생명을 잃었지만, 또 다른 개 두 마리는 낙하산 구급 의병대와 구조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앵무새와 개구리도 구조대의 헌신적인 구조 작업으로 생명을 무사히 건졌습니다. 당시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알 마차도 소방관의 구조 활동에 큰 응원을 보냈습니다.
▲ 2008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뉴베드포드의 소방관 알 마차도씨가 구조된 고양이에게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모습(동영상 갈무리) ⓒ Arnold J. Parsons
'예외 대상'이지만 국립묘지 안장 결정한 전례 있어
법적으로 국립묘지 안장 예외 대상이지만, 논란 끝에 현충원에 안장되고 1계급 특진과 훈장 추서까지 받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작년 1월 광주광산소방서 소속 고 이석훈 소방대원 역시 고드름 제거 대민지원 작업 요청에 따른 업무 수행 중 고가사다리차 밧줄이 끊어지면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지만,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2010년 7월에도 대민지원 요청에 따라 배수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고 이승언 소방대원 역시 같은 해 10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동물구조 업무 중 순직한 고 김종현 소방교를 현충원 안장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일이며,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도록 부추기는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방대원의 경우 어떤 업무든 명령에 따른 업무수행 중의 순직이라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되며, 동물이라도 특수장비로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면 119에서 구조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고 김종현 소방교 사건은 우리나라의 소방사무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측면과도 연관됩니다. 우리나라의 소방사무에 대한 국비지원율은 1% 내외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가 67.7%에 달하는 것과 현저하게 차이가 납니다(<소방방재신문> 2011년 7월 25일 기사).
각종 응급상황, 위험요소가 따르는 곳으로 출동하는 소방대원의 생명을 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지원 확대, 노후 된 장비의 교체, 정기적 안전 시설 점검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동물의 고통 외면하도록 부추기는 국가보훈처의 결정
이석훈, 이승언 소방대원의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항상 예외는 있었습니다. 동물구조에 따른 사고를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국가보훈처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향후 대민요청에 의한 구조업무가 소극화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는 소방관들의 사기와 가족들의 명예와도 관련됩니다. 사고와 죽음, 이것만으로도 가족들은 평생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소방관의 명예마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다면 그 상처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 소방관'으로 알려진 고 김종현 소방교의 국립묘지 안장 온라인 청원운동에 1500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소망했던 일이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우수성과 도덕적 진보는 그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판단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회의 약자를 대하는 태도로 그 사회의 윤리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도와 원칙도 사람이 만듭니다. 동물도 소중한 생명이며 이 사회가 보듬고 가야 할 존재라는 점에 따라 정책도, 제도도 여론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과감한 정책전환을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서보리 기자는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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