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대형 골프장업체와 비밀유지 약정"
[현장중계] 옥천군 골프장 토론회서 드러나... 경제효과도 부풀려져
▲ 19일 오후, 충북 옥천군 다목적회관에서 열린 골프장 토론회 ⓒ 오수용
19일 충북 옥천군 다목적회관은 오후 내내 뜨거웠다. 충북 옥천군이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옥천군을 비롯 개발업체 관계자, 지역주민 및 지역환경단체 관계자가 토론회장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대청호보전운동본부와 대청호주민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옥천군(군수 김영만)의 해당 주민 몰래 골프장 건립을 추진해온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날 토론회를 통해 옥천군이 개발업체 측의 요구로 골프장 건립계획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사전에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토론회가 시작되자 신한중 대청호주민연대 대표는 "옥천군이 지난 해 7월, 골프장 시공업체 측과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고도 투자협약 대상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골프장이 건립된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신문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게 옥천군이 자랑해온 '주민자치 1번지'의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시공업체 "옥천군과 사전 '비밀약정' 체결했다"
이와 관련 옥천군은 지난해 7월, 관성개발 측과 동이면 지양리와 금암리 금강 및 대청호 인근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 2권역' 161만ha(약 48만평)에 27홀 규모의 대형골프장을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골프장사업예정지는 충청권 상수원인 대청호와도 1∼2km로 인접해 있다.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 2권역'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지난 2009년 7월, 골프장 입지기준 및 환경보전에 관한 규정(문화체육부 고시)이 개정되면서 골프장 건설이 가능해졌다.
이날 논란이 된 부분은 옥천군이 투자협약 체결사실을 비밀리에 했다는 점이었다. 옥천군은 또 지난해 7월 옥천군의회 업무보고에서 골프장 건립을 위해 국비와 도비, 군비 등 5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투자하겠다고 하면서도 투자협약의 내용은 물론 그 대상조차 비공개로 일관했다.
결국 주민들은 자기마을에 골프장 건립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옥천신문>의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하지만 옥천군은 지금까지도 투자협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 대표는 이같은 옥천군의 비밀행정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옥천군 이찬호 도시건축과 계장은 "실무자 입장에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 골프장 예정지 주민들은 이날 토론회에 항의표시로 상복을 입고 참석했다. ⓒ 오수용
그러자 개발업체인 관성개발의 이강명 실장이 답변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옥천군과 사전에 '비밀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공개됐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난해 7월 옥천군과 우리 회사가 골프장 건립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소통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데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민간기업 입장에서 사전에 계획이 알려지면 찬반양론으로 토지매입이 불가능해 사업추진이 어렵다. 따라서 옥천군에 사업추진계획에 대한 비밀유지 약정을 요구했다. 다행히 군에서 타당하다며 비밀약정 요구를 받아들였다."
옥천군이 개발업체의 요구에 따라 토지매입이 마무리될 때까지 골프장 건립계획을 비밀에 붙이기로 밀약했다는 얘기다.
부풀려진 경제효과, 업체 측 60억 원, 옥천군 600억 원 주장
한편 개발업체의 이익보전을 위해 옥천군이 또 다른 특혜를 주거나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사무처장은 "골프장을 옥천군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공공사업이냐"며 "기반시설사업비까지 지원하면서 비공개로 하는 것은 특혜사업으로 오인받기 충분하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훼손과 경제적 효과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거웠다.
염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 현재 515개의 골프장이 있고 산지 및 농지 훼손이 심각하다"며 "특히 농약사용은 두통과 현기증 등 장애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장 건립 예정지역은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2권역'으로 댐건설지원법과 금강수계특별법에 따라 매년 약 80억 원 정도의 주민사업비가 지원된다"며 "골프장을 건립할 경우 주민사업비를 포기해야 하는데 과연 옥천군이 골프장에서 80억 원을 벌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염 사무처장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를 근거로 "2010년 기준 전국 골프장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옥천 골프장 사업 예정지 위성사진 ⓒ 관성개발
실제 국회예산처가 지난해 벌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18홀 골프장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 세수확보는 2∼3억 원에 불과하며 이는 골프장 개발면적을 고려하면 대단히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18홀 기준 고용인원은 150명이지만 해당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경우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주방이나 경비, 잡초제거 등 일용직에 한정되며 그 인원도 30명에서 5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관성개발의 이강명 실장은 "골프장이 사양산업이 맞지만 대중골프장의 경우 오히려 수익률이 30%가 넘고 60%를 보이는 곳도 있다"며 "(대중골프장은) 회원제에 비해 이용요금이 싸 사람이 몰리고 세금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조성되는 옥천골프장에 연간 12만 여명이 방문한다고 보면 이들이 옥천에서 밥 먹고, 기름 넣고 하는 데 돈을 쓰고 가는 만큼 연간 60억 원 가량의 지역 경제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옥천군은 지난해 군의회 보고를 통해 '계획대로 27홀 골프장을 건립할 경우 연 5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20억 원의 세수가 증대되며 지역경제유발효과도 약 6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결과는 국회예산처는 물론 개발업체의 추정치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옥천군은 <옥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회에 보고한 경제효과자료는 골프장 시행사가 이야기하는 것을 근거로 만들었다"고 답했다(지난해 11월 <옥천신문>보도).
▲ 개발업체 측이 옥천군에 제출한 옥천 골프장 조상사업 계획서 ⓒ 관성개발
하지만 이날 관성개발 이 실장은 "우리 회사에서 옥천군에 자료를 만들어 주거나 이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연 옥천군이 어떤 근거로 지역경제유발효과가 600억 원에 이른다고 한 것인지, 무슨 근거로 골프장 건설에 500억 가까운 기반시설조성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날 이찬호 옥천군 도시건축과계장은 거듭 "실무자로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전달하고 법령을 충분히 검토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례적 답변에 그쳤다.
지역주민은 또 "27홀 규모의 대규모 골프장을 추진하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운영계획조차 없는 것은 '친환경'이라는 말만 붙인 지역주민 우롱행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주민들 "옥천군수가 업자 뒤 봐주기..골프장 추진해야 "
이에 대해 관성개발 관계자는 "시공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들이 함께 얘기하고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가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군청이 사업자와 짜고 지역주민에게 골프장 추진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밀약하는 등 업자 뒤를 봐주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렇게 군청과 사업자와 짜면 골프장 사업을 누구는 못하겠느냐"고 비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골프장 예정지 김덕영 마을이장을 비롯 200여 명이 상복 등을 입고 참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관성개발측은 지난해 7월 옥천군과 투자협약을 체결을 통해 모 금융기관으로부터 골프장 건설자금 대출 결정을 얻어냈다. 이어 지난해 11월 30일 옥천군에 80.5%에 해당하는 토지매매동의서를 제출했다. 동의서에 서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을에 거주하지 않는 부재지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말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옥천군수가 골프장 사업자와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자의 자금조달을 도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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